에너지 혁명은 수급 구조만 바꾸는 게 아니다. 도시 모습도 바꾼다. 전기자동차들이 보급되고 자전거 이용이 일상화된 거리의 모습은 어떨까.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생기고 충전소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망도 필요하다.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 되면 자전거 도로에 맞춰 시내 교통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한다. 이미 자전거 도로가 정비된 네덜란드의 경우 얼마 전 도로에 자전거 대여 자판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 시대 가고 나노 시대 온다 글렌 하임스트라가 발표한 20가지를 보면 지난해를 휩쓸었던 ‘마이크로’ 트렌드보다 더 작아진 ‘나노’ 트렌드의 출현도 기대된다. 최근 시카고의 한 연구팀은 얇은 필름을 선보였다. DVD의 4분의 1 사이즈인 이 필름은 무려 DVD 250개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SF영화에서나 봤던 손목시계 모양의 나노 컴퓨터가 10년 내 등장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초소형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법들이 출현하고 있다. 텍사스대는 피부암을 진단할 때 조직검사 대신 볼펜 크기의 의료장비로 암을 진단한다. 최근 네덜란드의 한 연구센터에서는 몸속 일부를 돌아다니는 작은 알약을 개발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발전과 함께 질병연구도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글렌 하임스트라는 앞으로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료법이 개발된다고 믿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내놓은 신약 종류만 633개가 넘는다. 1900년에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47세였다. 지난 100년간 이뤄낸 의학적 성과만으로도 인류 수명은 거의 2배에 가깝게 늘었다. 질병 종류도 많고, 사망률도 높은 암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인류의 평균 수명은 몇 배가 될까. 게다가 알츠하이머까지 치료할 수 있다면 단순히 수명이 연장될 뿐 아니라 노후 삶의 질까지 높아질 것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장수’나 ‘호상(好喪)’의 뜻을 정의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일지 모른다. 세계적으로 인구구조도 크게 변하고 이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도 불가피하다. 증가한 노령인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그 사회의 경쟁력이 된다. 혁신적인 변화의 씨앗은 늘 현재에 있다. 앞서 발표한 20가지는 완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공상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바탕으로 했거나,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의 일부다. 20가지에는 빠진 우주과학기술이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들까지 추가하면 미래에 혁신적인 변화들은 무궁무진하다. 변화의 조짐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찰스 다윈은 “결국 생존하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고, 가장 지능이 좋은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할 전략을 짜내는 일이다. [정고은 기자]
출처: 매경이코노미 제1499호(09.04.0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