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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동차업체 "한국 車부품 구매" 러시

성공을 도와주기 2009. 11. 13. 05:51

겉은 르노·BMW… 속은 Made in Korea

한국일보 | 입력 2009.11.12 21:35 | 누가 봤을까? 

해외 자동차업체 "한국 車부품 구매" 러시
르노, 부산에 물류센터 준공… 전세계 공급
"품질 넘버원" 폴크스바겐·BMW도 러브콜

한국 부품 업체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에 새 부품 공급 기지를 짓고 본사 고위 임원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부품 업체들과 계약을 위한 상담회를 열면서 전에 없던 관심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부품을 10% 이상 쓰겠다"며 구체적으로 수치를 밝히는 회사까지 나타날 정도다.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원가 절감이라는 지상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기존 거래선에서 벗어나 아웃소싱 비율을 높이기로 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으면서 품질도 좋은 한국의 부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부품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르노삼성의 모기업 프랑스 르노그룹. 르노그룹은 12일 부산 국제물류센터(ILN)를 준공했다. 3만㎡ 규모의 이 곳은 르노 측이 2007년 이후 전 세계 23개 공장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물류 공급망 중 8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르노 측은 특히 한국 부품을 전 세계로 공급하는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월 평균 컨테이너 50대분의 자동차 부품을 터키, 루마니아, 스페인의 국제물류센터로 공급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닛산 공장에도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 주 기흥 연구소에서 '2009년 르노삼성자동차 협력업체 컨퍼런스'를 열어 108개의 주요 협력업체 대표와 르노-닛산 구매조직(RNPO) 야마우치 부회장 등의 만남을 주선했다. 특히 최근 닛산그룹은 단계적으로 한국의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 활용 비중을 10%까지 높이겠다고 결정, 르노삼성이 협력 업체의 높은 품질 경쟁력을 소개하고, 닛산에 부품을 납품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것.

르노삼성 관계자는 "한국 부품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 질수록 품질과 기술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지고 회사도 그 만큼 좋은 부품을 쓸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한국 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을 최대한 돕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폴크스바겐도 지난달 말 사상 처음 본사 구매 담당 임원들이 대거 방한, 25개 한국의 부품 회사들과 구매 상담회를 가졌다.

특히 참석 회사들은 폴크스바겐 측이 1차 심사를 통해 선발했기 때문에 계약 성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폴크스바겐 구매 담당자들은 상담회가 끝난 후 경기 평택의 만도 공장을 직접 둘러봤고 조만간 폴크스바겐의 아시아 구매를 총괄하는 베이징 사무소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BMW본사는 지난달 본사 구매 본부에 BMW코리아 직원을 처음 포함시켰다. 이 직원은 그 동안 싱가포르(현재 베이징)의 아시아 구매 본부에서 담당했던 한국 부품 업체 관련 정보 수집과 구매 협상 업무를 담당한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한국 부품 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한국 지사에 부품 공급 업무를 따로 맡겼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 부품에 대한 외국 회사들의 관심은 국내 대표적 부품 업체 현대모비스의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전문 잡지 '오토모티브 뉴스'의 발표에서 전 세계 부품회사 중 매출 실적에서 19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27위에서 단숨에 8계단 뛰어 오른 것. 또 지난달 기준으로 해외 완성차 업체로부터 27억3,7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배 늘어난 수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

자동차 부품 업계는 "끊임 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수준을 높인 결과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수출 증대 등을 통해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고무돼 있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많다.

한 중소부품업체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부품 회사들이 고전하는데다 엔화 강세 등 환율 여건이 겹친 측면이 크다"며 "중국 인도 등 경쟁국들이 기술력을 키우면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기술 수준을 더 높이지 않으면 유리한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