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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장기화]“단기적 부양보다 장기적 체질개선을”

성공을 도와주기 2016. 4. 20. 09:36

[저성장 장기화]“단기적 부양보다 장기적 체질개선을”

이주영·이혜인 기자 young78@kyunghyang.com

입력 : 2016-04-19 23:32:00

 

 

ㆍ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3개월 만에 또 내려



한국은행이 1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한 것은 총제적 난국에 빠진 한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다. 연초부터 수출·소비·투자 등 경제 관련 지표가 어느 것 하나 좋지 못한 상황에서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수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꺾이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 내수산업 육성 등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낮췄지만 민간 연구소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내렸고, LG경제연구원도 2.5%에서 2.4%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은이 예상보다 전망치를 덜 낮췄다. 대외적 상황이 덜 나빠지지 않겠나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데에는 수출 부진의 영향이 크다. 올 1분기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는 11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줄었다. 저유가는 산유국 등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함으로써 수출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이 좋지 않으면 내수가 버텨줘야 하지만 대기업들은 당장 구조조정이 버거운 처지라 설비투자를 늘리지 못한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들의 1·2월 실적이 매우 안 좋았고 수출 부진으로 재고가 증가하면서 설비투자가 급감했다”며 “하반기 이후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해 설비투자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저성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은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3.0~3.2%(2015~2018년)로 추정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경제가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정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떨어진 것은 우리 경제의 기본체력이 그만큼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정부나 시장 일각에선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한국판 양적완화’와 추가경정예산안 등 재정정책을 쓰기엔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회 동의 없이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밖에 남아 있지 않아,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성장의 문제가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보다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는 것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하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 카드는 아끼는 것이 원칙이다. 정책 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철강 등 공급과잉 분야는 구조조정하지 않고 계속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확 꺾이지 않도록 재정확대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