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정보/비지니스 글

공무원 중에서도 고용안정성 높아.."매주 3번 이상 야근해요"

성공을 도와주기 2016. 7. 7. 14:32

[한겨레][더불어 행복한 세상]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예산은 묶이고 일은 늘어
주평균 50시간…“주말에 쉬면 불안”

⑬ 서울시 공무원

5월 2일 서울시 7급 공무원 임용후보자로 근무하던 박아무개(39)씨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여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는 숨지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일이 힘들다”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말에도 나흘 간격으로 공무원 두명이 서울시 서소문청사 별관에서 투신해 숨졌다. 두 사람 또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일주일에 90시간씩 사무실에 있기도 했어요. 개인 생활은 제로이고, 주말에 하루라도 쉬면 불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특별시 공무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이미 4년 전에 서울시 공무원들이 호소한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서울시가 2012년 한림대학교 연구팀에 용역을 의뢰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서울시 공무원이 직무요구도와 조직문화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보인다고 지적하며 인력 지원과 조직문화 개선 등을 권고했다.

 

공무원 일자리는 선망의 대상이다.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공시생은 한해 45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5일에 필기시험이 치러진 서울시 7·9급 공무원시험에는 14만7911명이 원서를 접수해 역대 두번째이자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 지난 4월 열린 국가직 9급 필기시험에는 역대 가장 많은 22만2650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공무원은 무능하고 부패하지만 잘리지 않는 ‘철밥통’의 대명사기도 하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무원의 야근이나 봉급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민심얻기 카드로 공무원 개혁을 꺼내들곤 한다.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그만큼 논란이 많은 것이 공무원 일자리다.

 

<한겨레> ‘좋은일자리 프로젝트’ 열세번째는 공무원이다. 1만170명(2016년 4월 기준·본청과 사업소 소속)이 소속된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공무원 일자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본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출근길에 장대비가 내린 5일 아침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시 공무원들이 출근길에 장대비가 내린 5일 아침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말 ‘칼퇴근’할까?

서울시 인사과가 집계한 서울시 공무원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최근 5년 내내 50시간 안팎이다. 매주 세번 이상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면 나오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이다. 오이시디 평균(1739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같은 기간 서울시 공무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2608시간이다. 18개 산업군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부동산임대업(2310시간), 광업(2300시간), 제조업(2282시간) 평균보다도 훨씬 길다.

 

공무원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실제 업무가 많아서보다는 임금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부각돼왔다. 실제 그런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이 긴 노동시간을 설명하기 어렵다. 2012년 8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공무원 17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무원의 초과근무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초과근무의 원인에 대해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업무량 요인’이 3.47점으로 ‘경제적 요인’(2.08), ‘조직문화 요인’(1.93점)을 크게 앞질렀다.

 

 송석휘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선출직 기관장의 공약사업이나 지침이 그대로 공무원의 업무 증대로 이어지지만 기존 업무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에 업무량은 지속적으로 증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예산과 정원이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그중에서도 업무량이 많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2년 서울시의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46.89시간으로 전체 평균인 36.49시간보다 10시간 이상 길다. 2012년 한림대 연구팀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공무원이 2012년 부여받은 평균 유급휴가일수는 20.01일이지만 실제 사용한 휴가 일수는 8.26일(휴가사용률 41.3%)에 불과했다.

 

전체 임금근로자가 평균 휴가사용률 57.8%(휴가일수 14.7일·사용일수 8.5일)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업무량 증가의 원인으로, △대민 업무가 우선되어 마감이 있는 본업이나 행정업무가 밀려서 연장근무를 하게 되는 점 △실적 중심의 성과평가가 실시된 후 추가된 단기 사업이 많아지는 점 △엄격한 상하관계로 인해 상사의 늦은 퇴근에 덩달아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점 등을 꼽았다. 보고서를 보면, 한 서울시 공무원은 “6시에 집에서 나와서 11시반에 집에 들어간다. 낮에는 (민원)전화를 받느라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마감에 여유가 있는 일들은 자꾸 미뤄지고, 주말에 나와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벌레’로 소문난 박원순 시장의 업무 스타일도 업무량 증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공무원은 “벌리는 일이 워낙 많은 데다 시민들의 소소한 민원까지 직접 챙기니 실제 실무를 하는 직원들은 부담이 심하다”고 했다.

 

공무원은 ‘무사·무탈’할까?

한림대 연구팀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공무원의 31.8%가 스트레스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일반 근로자 평균보다는 낮았지만, 직무요구도, 조직체계, 직장문화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반년 새 서울시에서만 3명의 공무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잇달아 자살한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서울시 공무원 공무상 재해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시 본청 소속 공무원 중 공무상 재해를 신청한 건수는 2013년 16건, 2014년 8건, 2015년 13건이 있었다.

 

최근 서울시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에 힐링센터를 설치하고 4명의 심리상담 인력을 고용했다. 2015년까지 4586명이 직접 상담을 받았다. 유연근무제 정착에도 힘을 써 2011년 183명에 불과했던 유연근무제 참여자는 2015년 6390명으로까지 늘어났다. 지난 3월에는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고, 5월에는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한 병가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휴식권’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무원의 정신 건강이 겉보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임상혁 소장은 “현 시점에서 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가 일반 사무직 근로자보다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업무량 증대와 인력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 분명한데 이를 해결할 기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공무원이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노동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부서를 막론하고 대민 업무와 감정노동이 늘어나고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가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도 시장의 역량이지 체계화돼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림대 연구팀 보고서에는 “말도 안 되는 민원인의 요구도 조용히 무마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별별 상욕을 다 들어봤다. 그래도 화를 낼 수 없다”, “평일에는 대민 업무만 하고 할 일은 밤새워서 해야 한다”는 등 대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고충이 나온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4년이 지난 현재 해결되기보다는 악화하고 있다.

 

 

진짜 ‘철밥통’일까?

서울시 공무원의 평균 재직년수는 19.7년이다. 국내 임금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근속년수(6.2년)는 물론 대기업 평균(12년)보다도 훨씬 길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정년을 보장받는다. 수많은 청춘이 공무원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행정통계’를 보면 2014년 전체 임금근로자 일자리의 절반이 넘는 57.7%가 3년 미만 단기 근속 일자리였다. 10년 이상 근속한 임금근로자는 17.6%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2015년 8월 기준으로 청년층(15~29살) 임금근로자 전체의 35%가 비정규직이었고, 신규채용자 중에서는 64%가 비정규직이었다.

 

서울시 공무원의 고용 안정성은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다. 행정자치부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공무원총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3년 공무원 전체의 평균 재직년수는 16.8년이었고, 지방직공무원 평균은 17.2년이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속기간, 퇴직자 평균 연령, 노동조합 가입률 등을 고려할 때 서울시 공무원의 고용안정성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공무원 성과퇴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실·국장 이상(1~3급) 고위 공무원이 업무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직권면직하기로 하는 인사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성과퇴출제를 과장급 이하 공무원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뜻을 보였다. 그러나 객관적인 성과평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과퇴출제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공무원을 길들이기 위한 제도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해 내부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정말 ‘박봉’일까?

2016년 서울시 예산서를 기준으로 서울시 본청 및 사업소에 재직하고 있는 일반직 공무원의 연평균 급여를 산출한 결과 평균 5885만1275원(세전)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기본급에 직급별 평균 재직년수와 평균 가족 수 등을 토대로 정근수당, 가족수당, 초과근로수당, 직급보조비와 명절휴가비, 정액급식비, 성과상여금을 더한 수치다. 이는 대기업 평균 연봉 7741만원(2014년 기준, 취업포털 사람인)보다는 적지만 지난해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인 4188만원(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보다는 높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9급 공무원 초봉은 2059만원이다. 초과근로수당 등을 더해도 한 달 평균 200만원을 넘기는 어렵다. 7급 공무원 초봉도 2532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무원은 고용안정성이 높고, 재직 년수가 길어짐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구조여서 안정적인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서재교 한겨레사회경제연구소 CSR팀장은 “저연차 공무원은 초과근로수당을 제외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공무원연금 등을 고려하면 민간부문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임금의 적정성, 지속성을 따졌을 때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실제 ‘무능’할까?

서울시 공무원이 스스로 평가하는 직무 전문성은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 인사과가 지난해 11월 서울시 공무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무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2%가 “현재 담당 업무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2013년(76.4%)과 2014년(76.7%)에도 거의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행정연구원 임성근 박사가 2013년과 2014년, 중앙부처와 지방직 공무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전문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3년 64.9% 수준에 머물다 2014년에는 48.3%로 급락한 것과 대비된다. 서울시는 공무원 전문성 강화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고, 잦은 보직전환이 업무 연속성·전문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한 부서 3년 이상 근무자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향후 공직생활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73.5%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5.6%가 “업무에 대해 적절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2013년 62.4%, 2014년 63.1%에서 지난해 65.6%까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2년 한림대 연구팀 보고서는 “서울시 직원은 일반 근로자보다 직무자율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다만, 공무원조직의 특성인 과도한 계층제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직무재량 영역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는 “공무원 조직 특유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가 성취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나, 수평적 문화 정립, 소통 확산, 조직문화 개선 등에 노력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공무원은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일까?

올해 4월 기준 서울시 공무원 1만170명 중 여성은 3267명으로 32.1%를 차지한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여성 비율 32.5%(전체 28만9914명 중 여성 9만4346명)에 약간 못 미친다. 그러나 관리자급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서울시의 팀장급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2.7%(1037명 중 235명)다. 2014년 기준 전체 지방공무원 중 팀장급인 5급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11.4%다. 서울시 과장급 직원의 여성 비율은 15.8%(552명 중 87명)고, 국장급 여성 비율은 10%(70명 중 7명)다. 전체 지방공무원 중 과장급인 4급의 여성 비율은 7.1%에 불과하고, 국장급인 2~3급의 여성 비율은 5%에 그쳤다.

 

하지만 취업과 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11~2015년 서울시 퇴직자 현황을 보면, 남성은 50대 퇴직자가 883명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640명, 40대가 229명으로 그 뒤를 이었지만, 여성은 30대가 236명으로 전체 여성 퇴직자의 절반 가까이 됐고, 그 뒤를 이어 50대(109명), 40대(90명) 순서였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는 여성이 승진 가능한 조직이며, 최근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민간부문과 비교하면 직장 내 차별에 관한 한 이상적인 수준이다. 다만 여성 공무원의 경력유지 문제는 여전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허승 임지선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