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처럼 살다 가면..' 재미있게 살다가고 싶어" 투병 경험 나누는 유튜버들
"'쟤처럼 살다 가면..' 재미있게 살다가고 싶어" 투병 경험 나누는 유튜버들
이서현기자 입력 2019.06.23
조윤주 씨(31)는 2011년 난소암 3기 진단을 받고 8년 째 투병 중이다. 재발을 겪고 여전히 석 달에 한 번 병원을 찾아 몸속의 암세포를 확인하는 환자이지만 그가 운영하는 ‘암환자 뽀삐’ 채널에서는 프리랜서 강사의 경험을 살려 개그맨 박나래급 입담을 자랑한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숨겨서 될 일은 아니잖아요.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요. 다 떨쳐버리고 즐겁게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구독자 1만9000여 명을 보유한 이 채널은 눈물보다는 웃음이 훨씬 더 많다. ‘지극히 주관적인 암 환자의 가발 리뷰’와 같은 동영상에는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은 웃음이, 유방암과 폐암으로 부모님을 잃은 친구 신소희 씨(31)와 나누는 대화에는 다큐멘터리에서 느낄 법한 감동이 있다.
조 씨는 긴 투병생활동안 여러차례 절망도 겪었다. 암이 재발돼 석 달 간 잡힌 강연들을 취소하기 위해 “저, 암이 재발 했습니다”라는 전화를 일일이 돌릴 때는 통화가 끝나고 펑펑 울었다. 언제 빠져나올지 모르는 수렁에서 천천히 그를 일으켜 준 것은 유튜브를 촬영하고 편집해주는 김이슬 씨(31)와 신 씨 등 중학교 시절 만난 오랜 친구들이다.
“아플 때는 ‘힘내세요’라는 말이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으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무너져도 다시 천천히 일어나려 애썼다고 생각해요.”
길고 긴 싸움은 이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하 씨는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으로 ‘일출이나 밤하늘을 보는 것,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터지는 웃음, 예전에는 못 먹던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꼽았다. 사소하지만 병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던 것들이다. 조 씨는 최근 스윙 댄스를 시작했다.
“죽더라도 재미있게 살다가고 싶어요. ‘쟤처럼 살다 가면 좋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요. 죽음을 무겁게 생각하기보다, 여행이나 친구처럼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걸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수렁에만 빠지지 않고 간편하게 사는 인생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조 씨)
이들의 유튜브나 SNS의 댓글을 보면 환우들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투병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 환자가 있는 사람들, 병이 아니라도 아픔을 겪고 이를 극복한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소통하며 현재에 감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 씨는 책을 쓴 이유를 소개한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 자신에게는 튼튼한 과거, 모든 게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같이 발 맞춰가는 책이 되기를. 또 환자들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이들의 콘텐츠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