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發 금융 위기가 전세계 실물 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對선진국 내구 소비재 수출과 對개도국 중간 및 자본재 수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출은 아직까지 금액 기준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수출총액은 약 3,30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08년 2/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 4.8% 중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3.3%p에 이르고 있다.
단가 상승으로 수출 호조세 이어져
하지만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수출 호조세는 많은 부분 단가 상승에서 기인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들을 가공, 제조하여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석유, 화학, 철강 제품 등의 수출단가 또한 올라 전체 수출 총액의 증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증가율을 단가 요인과 물량 요인으로 분해한 후 각각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에 따르면 수출증가율에 대한 물량의 기여도는 올해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한 작년 4/4분기 이후 수출단가의 기여도가 급등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 증가율에 대한 수출단가의 기여도는 2008년 1/4분기 2.6%p, 2/4분기 11.9%p, 그리고 7~8월에는 14.3%p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출단가 상승이 우리 제품들의 고부가가치화에 따른 경쟁력 제고나 해외 수요의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단가 상승은 앞서 언급했듯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공 상품에 대한 비용 전가 현상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제품 가격에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임에 유의해야 한다.
내구 소비재의 수출물량 둔화세 뚜렷
물량 측면에서는 이미 수출 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2.8%로 작년 같은 기간의 9.7%에 비해 3.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 4월의 수출물량이 16.1% 증가한 이후 줄곧 하락하면서 8월에는 7.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제품별로 수출물량 추이를 살펴보면 대표적 내구 소비재인 승용차와 가전제품의 하락세가 우선 눈에 띈다(<그림 2> 참조). 승용차의 경우 유가 상승과 선진국에서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 1/4분기 승용차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4.2%였으나 2/4분기에는 -4.0%, 7~8월에는 -9.1%를 기록하면서 수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가전제품 역시 경기 둔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1/4분기의 9.5%에서 2/4분기에는 7.0%, 7~8월에는 5.3% 증가에 그쳐 상승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계류 수출물량도 둔화 조짐
기계류와 정밀기기의 경우 對선진국 수출을 위한 개도국 중심의 자본재 수요로 그 동안 높은 수출물량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1/4분기의 31.7%에서 7~8월에는 24.9%까지 증가율이 하락함으로써 선진국의 경기 침체 여파가 우리나라의 對개도국 자본재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원자재, 중간재에 해당하는 석유제품과 철강제품 등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 경기 하강의 영향이 3/4분기까지는 크지 않아 개도국의 산업 및 건설 수요가 아직 견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4분기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의 급변동으로 인해 이들 제품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수요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의 경우 1/4분기 수출물량 증가율이 9.5%였으나 7~8월에는 22.2%까지 크게 높아졌고, 철강제품도 5.2%에서 13.4%까지 증가하였다.
대미 수출,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
우리나라의 수출 변화 추이를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주요국별 수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을 먼저 살펴보면 올 1~8월까지 1.0% 증가하는데 그쳐 2007년의 3.8%에 비해 크게 둔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처럼 대미 수출이 둔화된 이유는 미국 경기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1~8월 사이의 수입 증가율이 13.7%에 이르면서 작년의 5.3%에 비해 크게 상승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입 증가의 상당 부분은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수입 총액에서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철강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수입액의 증가율은 2007년 5.0%에서 2008년 1~8월 3.2%로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국민계정상의 물량 기준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3> 참조). 자원부국인 중동은 원자재 수출액이 급증하면서 올해 대미 수출 증가율이 82.7%에 이르고 있으며,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 등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25.2%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독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수출도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들에 대한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커서 수출 증가율이 대폭 하락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2007년 3.8%에서 올해 1.0%로 하락함으로써 둔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재가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로 미국의 이들 제품 수입 비중인 7.2%보다 훨씬 높아서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내구재 수요 둔화의 여파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올 1~8월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3%로 작년에 비해 약 0.3%p만큼 하락하였다.
승용차, 기계류, 반도체는 산업경기 둔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 이중고
대미 수출의 효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제품별로 수출 증감 요인을 분해해 보았다. 해당 제품의 수출액이 변화했을 때 그 요인은 첫째, 우리나라 해당 제품의 미국 시장점유율 변화에 따른 효과, 둘째, 해당 제품군이 타 제품군에 비해 미국 내 수입 비중이 변화하여 발생하는 상품구성 요인 효과, 셋째, 미국의 전체 수입액이 변동한 데 따른 효과로 각각 분해(decomposition)하여 살펴볼 수 있다(<표 1> 참조). 먼저 승용차와 가전 등 내구재 부문과 반도체, 기계류와 같은 중간 및 자본재 부문에서 상품구성 요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이들 제품의 산업 경기가 타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되어 전체 미국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기계류, 승용차, 석유화학 제품 등에서는 우리나라 해당 제품들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계류는 독일 등의 유럽 공업국, 자동차는 일본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는데, 이는 선진국들이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후발공업국들은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과 휴대폰의 경우는 해당 제품의 경기가 좋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되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반도체와 기계류, 승용차는 이와 반대로 산업 경기 둔화와 함께 시장점유율마저 떨어져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이 크게 둔화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내구 소비재 중심의 수출 둔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과거 경기 침체기의 경험을 보더라도 내구 소비재의 변동성이 비내구 소비재에 비해 훨씬 컸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 시기의 미국 개인소비지출 변화를 1979년 전후로 살펴보면 자동차와 가전, 영상음향기기 제품의 소비지출 하락폭이 비내구재 및 서비스에 비해 평균 세 배 이상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내구재들은 자산 가격 변화에 민감한 특징이 있어 선진국의 주택 경기 하락으로 인한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다. 게다가 가전제품은 단가가 급속히 하락하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가운데 기업들이 물량 확대로 채산성을 담보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제품의 수출물량 증가세 둔화로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그 동안 세계 경기 호황으로 인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이루어졌던 해당 산업의 설비투자가 과잉 상태에 도달하면서 이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계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간 및 자본재의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
중국의 전체 수입은 올 들어서도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1/4분기부터 지금까지 20%대 후반의 높은 수입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3/4분기 들어서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9월까지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 증가하여 약 740억 달러를 기록하였지만 7~9월의 월별 수출 증가율은 30.4%에서 20.7%, 그리고 15.5%까지 하락하여 본격적으로 수출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대중 시장점유율 또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둔화세가 더욱 가속되고 있다(<그림 5> 참조). 2005년 11.6%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향 추세를 나타내면서 2008년 들어 10.0%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올해에는 특히 자원부국이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가운데 대부분의 공업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유럽 선진국의 경우 가전, 기계류, 승용차 등 내구재와 자본재 대부분에서 공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중 수출을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품별 대중 수출 증감 요인을 같은 방법으로 분해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표 2> 참조). 먼저 반도체와 철강, 기계류 등의 중간 및 자본재에 대한 수입 비중 감소 효과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반도체와 철강의 경우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기계류의 경우는 시장점유율 하락과 제품 수요 감소가 겹치며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기계류와 석유화학 제품 등 투자 관련 중간 및 자본재의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이다. 향후 중국의 투자 수요 침체 시 해당 제품 시장점유율이 하향 추세인 우리나라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계류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7년 9.1%에서 2008년 1~8월 8.3%까지 하락하였으며 석유화학 제품도 10.6%에서 8.5%로 급락하였다. 휴대폰과 가전 등 내구 소비재에서도 상품구성 변동 요인으로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하였는데, 휴대폰은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 경제의 지난 3/4분기 성장률은 9.0%를 기록, 2/4분기의 10.1%에서 비교적 크게 하락함으로써 선진국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호황을 기반으로 수출과 투자 증가를 통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세계 수입 수요 둔화→중국 수출 둔화→투자 둔화의 사이클이 향후 우리나라의 對중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 감소를 더 크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동안 투자 증가율이 높고 규모가 컸던 중국의 운수, 통신, 건설 등의 산업 부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활발했으나 과잉 투자 조정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해당 산업 부문의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그림 6> 참조). 특히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중국 내 투자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 업계의 피해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수출 증가율 한자리 수에 머물 듯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과 금융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이번 경기 하강 사이클의 시작점인 2007년 3/4분기의 세계 주요국(G7+중국) 실질 경제성장률은 4.5%였으나 2008년 2/4분기에는 3.3%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1, 2차 오일쇼크나 IT 불황 등 과거의 침체기에 비해 경기 하강 속도가 완만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세계 경기 하락세가 금융 위기를 넘어 실물 경기 침체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 저점에 도달한 이후의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U와 일본의 경기 침체 속도는 미국보다도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독일과 일본은 부품 소재 및 자본재의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들로 향후 개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시작할 경우 對개도국 수출 감소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여파로 그 동안 비교적 호조세를 보였던 EU와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꺾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지금은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남미와 중동 지역의 리스크 요인에도 유의해야 한다. 중남미 지역에는 미국의 경기 둔화 여파가 미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동의 경우는 건설 경기 과열, 정치적 불안 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수출단가도 앞으로 크게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수요가 침체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연이어 우리나라의 평균 수출단가를 끌어올렸던 원자재 가공 제품 가격 상승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가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세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전기, 전자 등 장치산업 부문, 내구 소비재 부문 등에서의 수출 단가도 하향 압력을 더욱 받을 전망이다. 그 동안 호황기에 맞췄던 이 부문의 생산능력 확장이 불황기에 공급 과잉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단가의 하락 압력과 물량 침체가 함께 작용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세가 가속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의 내년 수출 증가는 한 자리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부가가치화, 수출상품 구성 다변화 꾀해야
최근의 금융 불안으로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외화 표시 가격을 떨어뜨려 가격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일정 부분 수출 확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향후 전개될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같이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시장 규모의 감소로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물량 확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선진국에 대한 내구 소비재, 개도국에 대한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품별 수출 증감 요인 분해에서 살펴보았듯이 해외 수요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품질 제고 등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출 상품 구성의 다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끝>
선진국發 금융 위기가 전세계 실물 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對선진국 내구 소비재 수출과 對개도국 중간 및 자본재 수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출은 아직까지 금액 기준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수출총액은 약 3,30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08년 2/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 4.8% 중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3.3%p에 이르고 있다.
단가 상승으로 수출 호조세 이어져
하지만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수출 호조세는 많은 부분 단가 상승에서 기인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들을 가공, 제조하여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석유, 화학, 철강 제품 등의 수출단가 또한 올라 전체 수출 총액의 증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증가율을 단가 요인과 물량 요인으로 분해한 후 각각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에 따르면 수출증가율에 대한 물량의 기여도는 올해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한 작년 4/4분기 이후 수출단가의 기여도가 급등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 증가율에 대한 수출단가의 기여도는 2008년 1/4분기 2.6%p, 2/4분기 11.9%p, 그리고 7~8월에는 14.3%p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출단가 상승이 우리 제품들의 고부가가치화에 따른 경쟁력 제고나 해외 수요의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단가 상승은 앞서 언급했듯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공 상품에 대한 비용 전가 현상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제품 가격에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임에 유의해야 한다.
내구 소비재의 수출물량 둔화세 뚜렷
물량 측면에서는 이미 수출 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2.8%로 작년 같은 기간의 9.7%에 비해 3.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 4월의 수출물량이 16.1% 증가한 이후 줄곧 하락하면서 8월에는 7.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제품별로 수출물량 추이를 살펴보면 대표적 내구 소비재인 승용차와 가전제품의 하락세가 우선 눈에 띈다(<그림 2> 참조). 승용차의 경우 유가 상승과 선진국에서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 1/4분기 승용차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4.2%였으나 2/4분기에는 -4.0%, 7~8월에는 -9.1%를 기록하면서 수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가전제품 역시 경기 둔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1/4분기의 9.5%에서 2/4분기에는 7.0%, 7~8월에는 5.3% 증가에 그쳐 상승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계류 수출물량도 둔화 조짐
기계류와 정밀기기의 경우 對선진국 수출을 위한 개도국 중심의 자본재 수요로 그 동안 높은 수출물량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1/4분기의 31.7%에서 7~8월에는 24.9%까지 증가율이 하락함으로써 선진국의 경기 침체 여파가 우리나라의 對개도국 자본재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원자재, 중간재에 해당하는 석유제품과 철강제품 등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 경기 하강의 영향이 3/4분기까지는 크지 않아 개도국의 산업 및 건설 수요가 아직 견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4분기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의 급변동으로 인해 이들 제품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수요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의 경우 1/4분기 수출물량 증가율이 9.5%였으나 7~8월에는 22.2%까지 크게 높아졌고, 철강제품도 5.2%에서 13.4%까지 증가하였다.
대미 수출,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
우리나라의 수출 변화 추이를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주요국별 수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을 먼저 살펴보면 올 1~8월까지 1.0% 증가하는데 그쳐 2007년의 3.8%에 비해 크게 둔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처럼 대미 수출이 둔화된 이유는 미국 경기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1~8월 사이의 수입 증가율이 13.7%에 이르면서 작년의 5.3%에 비해 크게 상승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입 증가의 상당 부분은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수입 총액에서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철강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수입액의 증가율은 2007년 5.0%에서 2008년 1~8월 3.2%로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국민계정상의 물량 기준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3> 참조). 자원부국인 중동은 원자재 수출액이 급증하면서 올해 대미 수출 증가율이 82.7%에 이르고 있으며,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 등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25.2%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독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수출도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들에 대한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커서 수출 증가율이 대폭 하락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2007년 3.8%에서 올해 1.0%로 하락함으로써 둔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재가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로 미국의 이들 제품 수입 비중인 7.2%보다 훨씬 높아서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내구재 수요 둔화의 여파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올 1~8월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3%로 작년에 비해 약 0.3%p만큼 하락하였다.
승용차, 기계류, 반도체는 산업경기 둔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 이중고
대미 수출의 효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제품별로 수출 증감 요인을 분해해 보았다. 해당 제품의 수출액이 변화했을 때 그 요인은 첫째, 우리나라 해당 제품의 미국 시장점유율 변화에 따른 효과, 둘째, 해당 제품군이 타 제품군에 비해 미국 내 수입 비중이 변화하여 발생하는 상품구성 요인 효과, 셋째, 미국의 전체 수입액이 변동한 데 따른 효과로 각각 분해(decomposition)하여 살펴볼 수 있다(<표 1> 참조). 먼저 승용차와 가전 등 내구재 부문과 반도체, 기계류와 같은 중간 및 자본재 부문에서 상품구성 요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이들 제품의 산업 경기가 타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되어 전체 미국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기계류, 승용차, 석유화학 제품 등에서는 우리나라 해당 제품들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계류는 독일 등의 유럽 공업국, 자동차는 일본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는데, 이는 선진국들이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후발공업국들은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과 휴대폰의 경우는 해당 제품의 경기가 좋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되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반도체와 기계류, 승용차는 이와 반대로 산업 경기 둔화와 함께 시장점유율마저 떨어져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이 크게 둔화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내구 소비재 중심의 수출 둔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과거 경기 침체기의 경험을 보더라도 내구 소비재의 변동성이 비내구 소비재에 비해 훨씬 컸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 시기의 미국 개인소비지출 변화를 1979년 전후로 살펴보면 자동차와 가전, 영상음향기기 제품의 소비지출 하락폭이 비내구재 및 서비스에 비해 평균 세 배 이상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내구재들은 자산 가격 변화에 민감한 특징이 있어 선진국의 주택 경기 하락으로 인한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다. 게다가 가전제품은 단가가 급속히 하락하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가운데 기업들이 물량 확대로 채산성을 담보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제품의 수출물량 증가세 둔화로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그 동안 세계 경기 호황으로 인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이루어졌던 해당 산업의 설비투자가 과잉 상태에 도달하면서 이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계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간 및 자본재의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
중국의 전체 수입은 올 들어서도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1/4분기부터 지금까지 20%대 후반의 높은 수입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3/4분기 들어서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9월까지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 증가하여 약 740억 달러를 기록하였지만 7~9월의 월별 수출 증가율은 30.4%에서 20.7%, 그리고 15.5%까지 하락하여 본격적으로 수출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대중 시장점유율 또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둔화세가 더욱 가속되고 있다(<그림 5> 참조). 2005년 11.6%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향 추세를 나타내면서 2008년 들어 10.0%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올해에는 특히 자원부국이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가운데 대부분의 공업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유럽 선진국의 경우 가전, 기계류, 승용차 등 내구재와 자본재 대부분에서 공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중 수출을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품별 대중 수출 증감 요인을 같은 방법으로 분해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표 2> 참조). 먼저 반도체와 철강, 기계류 등의 중간 및 자본재에 대한 수입 비중 감소 효과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반도체와 철강의 경우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기계류의 경우는 시장점유율 하락과 제품 수요 감소가 겹치며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기계류와 석유화학 제품 등 투자 관련 중간 및 자본재의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이다. 향후 중국의 투자 수요 침체 시 해당 제품 시장점유율이 하향 추세인 우리나라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계류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7년 9.1%에서 2008년 1~8월 8.3%까지 하락하였으며 석유화학 제품도 10.6%에서 8.5%로 급락하였다. 휴대폰과 가전 등 내구 소비재에서도 상품구성 변동 요인으로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하였는데, 휴대폰은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 경제의 지난 3/4분기 성장률은 9.0%를 기록, 2/4분기의 10.1%에서 비교적 크게 하락함으로써 선진국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호황을 기반으로 수출과 투자 증가를 통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세계 수입 수요 둔화→중국 수출 둔화→투자 둔화의 사이클이 향후 우리나라의 對중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 감소를 더 크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동안 투자 증가율이 높고 규모가 컸던 중국의 운수, 통신, 건설 등의 산업 부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활발했으나 과잉 투자 조정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해당 산업 부문의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그림 6> 참조). 특히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중국 내 투자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 업계의 피해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수출 증가율 한자리 수에 머물 듯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과 금융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이번 경기 하강 사이클의 시작점인 2007년 3/4분기의 세계 주요국(G7+중국) 실질 경제성장률은 4.5%였으나 2008년 2/4분기에는 3.3%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1, 2차 오일쇼크나 IT 불황 등 과거의 침체기에 비해 경기 하강 속도가 완만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세계 경기 하락세가 금융 위기를 넘어 실물 경기 침체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 저점에 도달한 이후의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U와 일본의 경기 침체 속도는 미국보다도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독일과 일본은 부품 소재 및 자본재의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들로 향후 개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시작할 경우 對개도국 수출 감소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여파로 그 동안 비교적 호조세를 보였던 EU와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꺾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지금은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남미와 중동 지역의 리스크 요인에도 유의해야 한다. 중남미 지역에는 미국의 경기 둔화 여파가 미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동의 경우는 건설 경기 과열, 정치적 불안 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수출단가도 앞으로 크게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수요가 침체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연이어 우리나라의 평균 수출단가를 끌어올렸던 원자재 가공 제품 가격 상승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가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세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전기, 전자 등 장치산업 부문, 내구 소비재 부문 등에서의 수출 단가도 하향 압력을 더욱 받을 전망이다. 그 동안 호황기에 맞췄던 이 부문의 생산능력 확장이 불황기에 공급 과잉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단가의 하락 압력과 물량 침체가 함께 작용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세가 가속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의 내년 수출 증가는 한 자리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부가가치화, 수출상품 구성 다변화 꾀해야
최근의 금융 불안으로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외화 표시 가격을 떨어뜨려 가격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일정 부분 수출 확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향후 전개될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같이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시장 규모의 감소로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물량 확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선진국에 대한 내구 소비재, 개도국에 대한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품별 수출 증감 요인 분해에서 살펴보았듯이 해외 수요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품질 제고 등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출 상품 구성의 다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끝>
선진국發 금융 위기가 전세계 실물 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對선진국 내구 소비재 수출과 對개도국 중간 및 자본재 수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출은 아직까지 금액 기준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수출총액은 약 3,30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08년 2/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 4.8% 중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3.3%p에 이르고 있다.
단가 상승으로 수출 호조세 이어져
하지만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수출 호조세는 많은 부분 단가 상승에서 기인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들을 가공, 제조하여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석유, 화학, 철강 제품 등의 수출단가 또한 올라 전체 수출 총액의 증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증가율을 단가 요인과 물량 요인으로 분해한 후 각각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에 따르면 수출증가율에 대한 물량의 기여도는 올해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한 작년 4/4분기 이후 수출단가의 기여도가 급등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 증가율에 대한 수출단가의 기여도는 2008년 1/4분기 2.6%p, 2/4분기 11.9%p, 그리고 7~8월에는 14.3%p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출단가 상승이 우리 제품들의 고부가가치화에 따른 경쟁력 제고나 해외 수요의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단가 상승은 앞서 언급했듯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공 상품에 대한 비용 전가 현상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제품 가격에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임에 유의해야 한다.
내구 소비재의 수출물량 둔화세 뚜렷
물량 측면에서는 이미 수출 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2.8%로 작년 같은 기간의 9.7%에 비해 3.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 4월의 수출물량이 16.1% 증가한 이후 줄곧 하락하면서 8월에는 7.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제품별로 수출물량 추이를 살펴보면 대표적 내구 소비재인 승용차와 가전제품의 하락세가 우선 눈에 띈다(<그림 2> 참조). 승용차의 경우 유가 상승과 선진국에서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 1/4분기 승용차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4.2%였으나 2/4분기에는 -4.0%, 7~8월에는 -9.1%를 기록하면서 수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가전제품 역시 경기 둔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1/4분기의 9.5%에서 2/4분기에는 7.0%, 7~8월에는 5.3% 증가에 그쳐 상승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계류 수출물량도 둔화 조짐
기계류와 정밀기기의 경우 對선진국 수출을 위한 개도국 중심의 자본재 수요로 그 동안 높은 수출물량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1/4분기의 31.7%에서 7~8월에는 24.9%까지 증가율이 하락함으로써 선진국의 경기 침체 여파가 우리나라의 對개도국 자본재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원자재, 중간재에 해당하는 석유제품과 철강제품 등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 경기 하강의 영향이 3/4분기까지는 크지 않아 개도국의 산업 및 건설 수요가 아직 견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4분기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의 급변동으로 인해 이들 제품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수요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의 경우 1/4분기 수출물량 증가율이 9.5%였으나 7~8월에는 22.2%까지 크게 높아졌고, 철강제품도 5.2%에서 13.4%까지 증가하였다.
대미 수출,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
우리나라의 수출 변화 추이를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주요국별 수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을 먼저 살펴보면 올 1~8월까지 1.0% 증가하는데 그쳐 2007년의 3.8%에 비해 크게 둔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처럼 대미 수출이 둔화된 이유는 미국 경기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1~8월 사이의 수입 증가율이 13.7%에 이르면서 작년의 5.3%에 비해 크게 상승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입 증가의 상당 부분은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수입 총액에서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철강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수입액의 증가율은 2007년 5.0%에서 2008년 1~8월 3.2%로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국민계정상의 물량 기준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3> 참조). 자원부국인 중동은 원자재 수출액이 급증하면서 올해 대미 수출 증가율이 82.7%에 이르고 있으며,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 등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25.2%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독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수출도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들에 대한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커서 수출 증가율이 대폭 하락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2007년 3.8%에서 올해 1.0%로 하락함으로써 둔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재가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로 미국의 이들 제품 수입 비중인 7.2%보다 훨씬 높아서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내구재 수요 둔화의 여파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올 1~8월 우리나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3%로 작년에 비해 약 0.3%p만큼 하락하였다.
승용차, 기계류, 반도체는 산업경기 둔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 이중고
대미 수출의 효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제품별로 수출 증감 요인을 분해해 보았다. 해당 제품의 수출액이 변화했을 때 그 요인은 첫째, 우리나라 해당 제품의 미국 시장점유율 변화에 따른 효과, 둘째, 해당 제품군이 타 제품군에 비해 미국 내 수입 비중이 변화하여 발생하는 상품구성 요인 효과, 셋째, 미국의 전체 수입액이 변동한 데 따른 효과로 각각 분해(decomposition)하여 살펴볼 수 있다(<표 1> 참조). 먼저 승용차와 가전 등 내구재 부문과 반도체, 기계류와 같은 중간 및 자본재 부문에서 상품구성 요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이들 제품의 산업 경기가 타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되어 전체 미국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기계류, 승용차, 석유화학 제품 등에서는 우리나라 해당 제품들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계류는 독일 등의 유럽 공업국, 자동차는 일본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는데, 이는 선진국들이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후발공업국들은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과 휴대폰의 경우는 해당 제품의 경기가 좋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되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반도체와 기계류, 승용차는 이와 반대로 산업 경기 둔화와 함께 시장점유율마저 떨어져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이 크게 둔화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내구 소비재 중심의 수출 둔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과거 경기 침체기의 경험을 보더라도 내구 소비재의 변동성이 비내구 소비재에 비해 훨씬 컸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 시기의 미국 개인소비지출 변화를 1979년 전후로 살펴보면 자동차와 가전, 영상음향기기 제품의 소비지출 하락폭이 비내구재 및 서비스에 비해 평균 세 배 이상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내구재들은 자산 가격 변화에 민감한 특징이 있어 선진국의 주택 경기 하락으로 인한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다. 게다가 가전제품은 단가가 급속히 하락하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가운데 기업들이 물량 확대로 채산성을 담보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제품의 수출물량 증가세 둔화로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그 동안 세계 경기 호황으로 인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이루어졌던 해당 산업의 설비투자가 과잉 상태에 도달하면서 이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계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간 및 자본재의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
중국의 전체 수입은 올 들어서도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1/4분기부터 지금까지 20%대 후반의 높은 수입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3/4분기 들어서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9월까지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 증가하여 약 740억 달러를 기록하였지만 7~9월의 월별 수출 증가율은 30.4%에서 20.7%, 그리고 15.5%까지 하락하여 본격적으로 수출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대중 시장점유율 또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둔화세가 더욱 가속되고 있다(<그림 5> 참조). 2005년 11.6%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향 추세를 나타내면서 2008년 들어 10.0%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올해에는 특히 자원부국이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가운데 대부분의 공업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유럽 선진국의 경우 가전, 기계류, 승용차 등 내구재와 자본재 대부분에서 공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중 수출을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품별 대중 수출 증감 요인을 같은 방법으로 분해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표 2> 참조). 먼저 반도체와 철강, 기계류 등의 중간 및 자본재에 대한 수입 비중 감소 효과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반도체와 철강의 경우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기계류의 경우는 시장점유율 하락과 제품 수요 감소가 겹치며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기계류와 석유화학 제품 등 투자 관련 중간 및 자본재의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이다. 향후 중국의 투자 수요 침체 시 해당 제품 시장점유율이 하향 추세인 우리나라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계류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7년 9.1%에서 2008년 1~8월 8.3%까지 하락하였으며 석유화학 제품도 10.6%에서 8.5%로 급락하였다. 휴대폰과 가전 등 내구 소비재에서도 상품구성 변동 요인으로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하였는데, 휴대폰은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 경제의 지난 3/4분기 성장률은 9.0%를 기록, 2/4분기의 10.1%에서 비교적 크게 하락함으로써 선진국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호황을 기반으로 수출과 투자 증가를 통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세계 수입 수요 둔화→중국 수출 둔화→투자 둔화의 사이클이 향후 우리나라의 對중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 감소를 더 크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동안 투자 증가율이 높고 규모가 컸던 중국의 운수, 통신, 건설 등의 산업 부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활발했으나 과잉 투자 조정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해당 산업 부문의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그림 6> 참조). 특히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중국 내 투자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 업계의 피해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수출 증가율 한자리 수에 머물 듯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과 금융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이번 경기 하강 사이클의 시작점인 2007년 3/4분기의 세계 주요국(G7+중국) 실질 경제성장률은 4.5%였으나 2008년 2/4분기에는 3.3%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1, 2차 오일쇼크나 IT 불황 등 과거의 침체기에 비해 경기 하강 속도가 완만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세계 경기 하락세가 금융 위기를 넘어 실물 경기 침체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 저점에 도달한 이후의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U와 일본의 경기 침체 속도는 미국보다도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독일과 일본은 부품 소재 및 자본재의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들로 향후 개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시작할 경우 對개도국 수출 감소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여파로 그 동안 비교적 호조세를 보였던 EU와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꺾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지금은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남미와 중동 지역의 리스크 요인에도 유의해야 한다. 중남미 지역에는 미국의 경기 둔화 여파가 미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동의 경우는 건설 경기 과열, 정치적 불안 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수출단가도 앞으로 크게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수요가 침체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연이어 우리나라의 평균 수출단가를 끌어올렸던 원자재 가공 제품 가격 상승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가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세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전기, 전자 등 장치산업 부문, 내구 소비재 부문 등에서의 수출 단가도 하향 압력을 더욱 받을 전망이다. 그 동안 호황기에 맞췄던 이 부문의 생산능력 확장이 불황기에 공급 과잉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단가의 하락 압력과 물량 침체가 함께 작용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세가 가속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의 내년 수출 증가는 한 자리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부가가치화, 수출상품 구성 다변화 꾀해야
최근의 금융 불안으로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외화 표시 가격을 떨어뜨려 가격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일정 부분 수출 확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향후 전개될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같이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시장 규모의 감소로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물량 확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선진국에 대한 내구 소비재, 개도국에 대한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품별 수출 증감 요인 분해에서 살펴보았듯이 해외 수요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품질 제고 등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출 상품 구성의 다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