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개혁의 성과로 주요 대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글로벌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자금에의 지나친 의존과 자산운용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우리 기업의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기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였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이 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추진한 구조조정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서 우리 기업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포춘(Fortune) 지가 선정한 2002년 글로벌 500대 기업과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여, 대체로 우량기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주요 업종별 매출액 기준 3대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등을 글로벌 500대 기업들과 비교하려고 한다. 특히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도 우리의 주요 기업들과 유사한 사업내용을 가지고 있는 업종별 매출액 기준 5대 기업들을 선정하여 비교하였다.
글로벌 평균을 웃도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
2002년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글로벌 500대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영업활동의 전반적인 수익성은 투하자산수익률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다. 투하자산수익률은 투하자산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로 표시되는데, 작년 우리 기업들의 투하자산 수익률은 12.0%로써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인 8.7%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표 1> 참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중시 경영노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수치는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에 기인하지만, 세계경기의 상대적인 둔화와 비교하여 작년 우리 경제의 내수가 호조를 나타냈던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통신서비스 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였는데 이는 대외적으로는 반도체와 휴대폰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내수의 호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에 비해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작년 세계경기의 지역적인 편차, 즉 중국과 아시아는 호조였던 반면 미국과 유럽은 상대적으로 침체를 겪었다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자동차업종에서는 일본 기업들(도요타, 혼다, 닛산)이 선전하면서 포드와 GM 등 전통 대기업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통신의 경우에는 기존의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선진기업들이 대형 적자를 시현하였다. 특히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적자가 두드러지는데, 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위주의 3G 시대 도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북미와 유럽의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투자회수에 곤란을 겪고 있으나, 반대로 우리 기업들의 경우는 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른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
기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투하자산수익률(영업이익/투하자산)은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과 투하자산회전율(매출액/투하자산)으로 분해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투하자산수익률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투하자산회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표 1> 참조). 투하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투하자산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투하자산이 1년 동안 몇 번 회전하였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써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해 투입한 자산의 운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의 투하자산회전율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많음을 의미한다. 이는 투하자산의 부가가치에 대한 기여도, 즉 총자본투자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하는데, 이러한 기업활동의 생산성은 설비투자효율로 살펴볼 수 있다.
설비투자효율은 [(영업이익+감가상각)/유형자산]으로 계산되는데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효율은 통신업종을 제외하면 글로벌 기업과 비슷하거나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자산 운용의 효율성 면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요컨대 2002년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글로벌 대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지만 이는 내수호황 등에 기인한 매출의 증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활동의 생산성 또는 자산운용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도 높은 수준 기업경영의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는 또다른 지표는 이자보상배율이다.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의 비율로 계산되는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라면 그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이자지급에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998년에 0.68이었던 제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02년에는 2.6까지 개선되었다. 주요 업종별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2002년 이자보상배율은 5.0에 달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인 4.5를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이자보상배율은 기업 수익성의 개선, 즉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자지급 등의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자비용은 단기적으로는 자금조달 금리에도 크게 좌우되며 2002년 우리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기조가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자비용의 상대적 감소는 이자지급의 대상이 되는 원금, 즉 기업의 차입금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획기적으로 개선된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에서 확인된다.
재무구조의 획기적인 개선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396.2%에 달하였으나 그동안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2002년 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997년의 1/3 수준인 135.4%로 낮아졌는데 이는 미국 제조업체의 162.1%, 일본 제조업체의 15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02년 말 기준으로 주요 업종의 매출액 기준 3대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4.7%로써 제조업 전체의 135.4%보다는 다소 높다. 이는 대기업들이 은행대출이나 회사채발행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비해 대규모 시설투자의 필요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동종업계에 속하는 글로벌 500대 주요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인 254.4%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재무구조의 개선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부채비율 축소를 기업구조조정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간주하여 200%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자금에 대한 의존도 높아
그러나 개선된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는 단기자금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외부환경 변화에 대해 취약한 측면이 있다. 전체 차입금에서 1년 이내의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경우 무려 72.7%에 달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19.2%에 불과하다. 이처럼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은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저해할 수 있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더불어 우리 기업들은 유동성자산의 보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에서도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단기적인 지급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88.7%이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147.6%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단기자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리고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의 취약성은 우리 기업들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방식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자기자본에 대한 고정자산의 비율로 정의되는 고정비율을 보면 우리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81.1%로써 글로벌 대기업들의 145.4%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정비율이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많다는 것, 즉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주로 타인자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장단기 차입금 구조를 동시에 감안해보면 우리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상당부분 단기자금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금운용의 안정성 제고해야
낮은 수준의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는 단기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또한 자금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기자금으로 장기적인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은 단기차입금의 만기 연장에 차질이 생기거나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때 기업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단기성 자금으로 모험적인 장기투자를 감행한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우리 기업들의 자금조달 및 투자방식은 외환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자금사정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부채비율 그 자체의 축소 못지않게 차입금 안에서 장기자금의 비중을 높이는 등 자금조달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부채비율이 크게 축소되고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되는 등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모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는 그 자체로써 무조건적으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부채사용은 이자비용의 손금 산입에 따른 세금절감 효과, 자금조달 절차의 용이성, 채권자의 경영감시활동 강화로 인한 수익성 제고 효과 등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지나치면 해롭듯이 기업의 지나친 부채사용도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신용위험이 고조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실적변동 위험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고위험 및 과잉투자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도 있다. 요컨대 부채(타인자본)는 주식발행(자기자본)과 더불어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의 하나이며, 각 기업은 주어진 경영환경에서 나름의 최적 비율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실 과거의 위기 직후에 제시되었던 일률적인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은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3>에서 보이듯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업종별 특성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대규모 설비를 요하는 장치산업이나 초기의 설비투자를 크게 요구하는 산업의 경우 적정한 부채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무구조의 안정성과 성장성은 어느 하나만 일방적으로 강조될 수 없는, 둘 다 중요한 목표이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의 원천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기업들의 자산증가율이나 매출액증가율은 1990년대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불요불급한 부채 사용을 경계하는 것은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나친 단기자금에의 의존을 줄이고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기반 발굴을 위해 높은 성장과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기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개혁의 성과로 주요 대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글로벌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자금에의 지나친 의존과 자산운용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우리 기업의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기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였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이 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추진한 구조조정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서 우리 기업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포춘(Fortune) 지가 선정한 2002년 글로벌 500대 기업과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여, 대체로 우량기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주요 업종별 매출액 기준 3대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등을 글로벌 500대 기업들과 비교하려고 한다. 특히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도 우리의 주요 기업들과 유사한 사업내용을 가지고 있는 업종별 매출액 기준 5대 기업들을 선정하여 비교하였다.
글로벌 평균을 웃도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
2002년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글로벌 500대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영업활동의 전반적인 수익성은 투하자산수익률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다. 투하자산수익률은 투하자산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로 표시되는데, 작년 우리 기업들의 투하자산 수익률은 12.0%로써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인 8.7%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표 1> 참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중시 경영노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수치는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에 기인하지만, 세계경기의 상대적인 둔화와 비교하여 작년 우리 경제의 내수가 호조를 나타냈던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통신서비스 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였는데 이는 대외적으로는 반도체와 휴대폰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내수의 호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에 비해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작년 세계경기의 지역적인 편차, 즉 중국과 아시아는 호조였던 반면 미국과 유럽은 상대적으로 침체를 겪었다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자동차업종에서는 일본 기업들(도요타, 혼다, 닛산)이 선전하면서 포드와 GM 등 전통 대기업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통신의 경우에는 기존의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선진기업들이 대형 적자를 시현하였다. 특히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적자가 두드러지는데, 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위주의 3G 시대 도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북미와 유럽의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투자회수에 곤란을 겪고 있으나, 반대로 우리 기업들의 경우는 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른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
기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투하자산수익률(영업이익/투하자산)은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과 투하자산회전율(매출액/투하자산)으로 분해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투하자산수익률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투하자산회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표 1> 참조). 투하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투하자산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투하자산이 1년 동안 몇 번 회전하였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써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해 투입한 자산의 운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의 투하자산회전율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많음을 의미한다. 이는 투하자산의 부가가치에 대한 기여도, 즉 총자본투자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하는데, 이러한 기업활동의 생산성은 설비투자효율로 살펴볼 수 있다.
설비투자효율은 [(영업이익+감가상각)/유형자산]으로 계산되는데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효율은 통신업종을 제외하면 글로벌 기업과 비슷하거나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자산 운용의 효율성 면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요컨대 2002년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글로벌 대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지만 이는 내수호황 등에 기인한 매출의 증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활동의 생산성 또는 자산운용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도 높은 수준 기업경영의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는 또다른 지표는 이자보상배율이다.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의 비율로 계산되는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라면 그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이자지급에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998년에 0.68이었던 제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02년에는 2.6까지 개선되었다. 주요 업종별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2002년 이자보상배율은 5.0에 달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인 4.5를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이자보상배율은 기업 수익성의 개선, 즉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자지급 등의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자비용은 단기적으로는 자금조달 금리에도 크게 좌우되며 2002년 우리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기조가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자비용의 상대적 감소는 이자지급의 대상이 되는 원금, 즉 기업의 차입금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획기적으로 개선된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에서 확인된다.
재무구조의 획기적인 개선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396.2%에 달하였으나 그동안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2002년 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997년의 1/3 수준인 135.4%로 낮아졌는데 이는 미국 제조업체의 162.1%, 일본 제조업체의 15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02년 말 기준으로 주요 업종의 매출액 기준 3대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4.7%로써 제조업 전체의 135.4%보다는 다소 높다. 이는 대기업들이 은행대출이나 회사채발행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비해 대규모 시설투자의 필요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동종업계에 속하는 글로벌 500대 주요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인 254.4%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재무구조의 개선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부채비율 축소를 기업구조조정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간주하여 200%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자금에 대한 의존도 높아
그러나 개선된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는 단기자금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외부환경 변화에 대해 취약한 측면이 있다. 전체 차입금에서 1년 이내의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경우 무려 72.7%에 달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19.2%에 불과하다. 이처럼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은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저해할 수 있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더불어 우리 기업들은 유동성자산의 보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에서도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단기적인 지급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88.7%이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147.6%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단기자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리고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의 취약성은 우리 기업들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방식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자기자본에 대한 고정자산의 비율로 정의되는 고정비율을 보면 우리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81.1%로써 글로벌 대기업들의 145.4%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정비율이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많다는 것, 즉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주로 타인자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장단기 차입금 구조를 동시에 감안해보면 우리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상당부분 단기자금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금운용의 안정성 제고해야
낮은 수준의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는 단기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또한 자금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기자금으로 장기적인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은 단기차입금의 만기 연장에 차질이 생기거나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때 기업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단기성 자금으로 모험적인 장기투자를 감행한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우리 기업들의 자금조달 및 투자방식은 외환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자금사정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부채비율 그 자체의 축소 못지않게 차입금 안에서 장기자금의 비중을 높이는 등 자금조달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부채비율이 크게 축소되고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되는 등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모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는 그 자체로써 무조건적으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부채사용은 이자비용의 손금 산입에 따른 세금절감 효과, 자금조달 절차의 용이성, 채권자의 경영감시활동 강화로 인한 수익성 제고 효과 등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지나치면 해롭듯이 기업의 지나친 부채사용도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신용위험이 고조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실적변동 위험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고위험 및 과잉투자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도 있다. 요컨대 부채(타인자본)는 주식발행(자기자본)과 더불어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의 하나이며, 각 기업은 주어진 경영환경에서 나름의 최적 비율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실 과거의 위기 직후에 제시되었던 일률적인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은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3>에서 보이듯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업종별 특성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대규모 설비를 요하는 장치산업이나 초기의 설비투자를 크게 요구하는 산업의 경우 적정한 부채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무구조의 안정성과 성장성은 어느 하나만 일방적으로 강조될 수 없는, 둘 다 중요한 목표이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의 원천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기업들의 자산증가율이나 매출액증가율은 1990년대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불요불급한 부채 사용을 경계하는 것은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나친 단기자금에의 의존을 줄이고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기반 발굴을 위해 높은 성장과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기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개혁의 성과로 주요 대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글로벌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자금에의 지나친 의존과 자산운용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우리 기업의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기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였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이 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추진한 구조조정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서 우리 기업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포춘(Fortune) 지가 선정한 2002년 글로벌 500대 기업과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여, 대체로 우량기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주요 업종별 매출액 기준 3대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등을 글로벌 500대 기업들과 비교하려고 한다. 특히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도 우리의 주요 기업들과 유사한 사업내용을 가지고 있는 업종별 매출액 기준 5대 기업들을 선정하여 비교하였다.
글로벌 평균을 웃도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
2002년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글로벌 500대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영업활동의 전반적인 수익성은 투하자산수익률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다. 투하자산수익률은 투하자산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로 표시되는데, 작년 우리 기업들의 투하자산 수익률은 12.0%로써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인 8.7%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표 1> 참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중시 경영노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수치는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에 기인하지만, 세계경기의 상대적인 둔화와 비교하여 작년 우리 경제의 내수가 호조를 나타냈던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통신서비스 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였는데 이는 대외적으로는 반도체와 휴대폰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내수의 호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에 비해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작년 세계경기의 지역적인 편차, 즉 중국과 아시아는 호조였던 반면 미국과 유럽은 상대적으로 침체를 겪었다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자동차업종에서는 일본 기업들(도요타, 혼다, 닛산)이 선전하면서 포드와 GM 등 전통 대기업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통신의 경우에는 기존의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선진기업들이 대형 적자를 시현하였다. 특히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적자가 두드러지는데, 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위주의 3G 시대 도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북미와 유럽의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투자회수에 곤란을 겪고 있으나, 반대로 우리 기업들의 경우는 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른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
기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투하자산수익률(영업이익/투하자산)은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과 투하자산회전율(매출액/투하자산)으로 분해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투하자산수익률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투하자산회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표 1> 참조). 투하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투하자산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투하자산이 1년 동안 몇 번 회전하였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써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해 투입한 자산의 운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의 투하자산회전율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많음을 의미한다. 이는 투하자산의 부가가치에 대한 기여도, 즉 총자본투자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하는데, 이러한 기업활동의 생산성은 설비투자효율로 살펴볼 수 있다.
설비투자효율은 [(영업이익+감가상각)/유형자산]으로 계산되는데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효율은 통신업종을 제외하면 글로벌 기업과 비슷하거나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자산 운용의 효율성 면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요컨대 2002년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글로벌 대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지만 이는 내수호황 등에 기인한 매출의 증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활동의 생산성 또는 자산운용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도 높은 수준 기업경영의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는 또다른 지표는 이자보상배율이다.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의 비율로 계산되는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라면 그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이자지급에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998년에 0.68이었던 제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02년에는 2.6까지 개선되었다. 주요 업종별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2002년 이자보상배율은 5.0에 달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인 4.5를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이자보상배율은 기업 수익성의 개선, 즉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자지급 등의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자비용은 단기적으로는 자금조달 금리에도 크게 좌우되며 2002년 우리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기조가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자비용의 상대적 감소는 이자지급의 대상이 되는 원금, 즉 기업의 차입금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획기적으로 개선된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에서 확인된다.
재무구조의 획기적인 개선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396.2%에 달하였으나 그동안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2002년 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997년의 1/3 수준인 135.4%로 낮아졌는데 이는 미국 제조업체의 162.1%, 일본 제조업체의 15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02년 말 기준으로 주요 업종의 매출액 기준 3대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4.7%로써 제조업 전체의 135.4%보다는 다소 높다. 이는 대기업들이 은행대출이나 회사채발행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비해 대규모 시설투자의 필요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동종업계에 속하는 글로벌 500대 주요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인 254.4%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재무구조의 개선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부채비율 축소를 기업구조조정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간주하여 200%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자금에 대한 의존도 높아
그러나 개선된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는 단기자금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외부환경 변화에 대해 취약한 측면이 있다. 전체 차입금에서 1년 이내의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경우 무려 72.7%에 달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19.2%에 불과하다. 이처럼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은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저해할 수 있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더불어 우리 기업들은 유동성자산의 보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에서도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단기적인 지급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88.7%이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147.6%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단기자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리고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의 취약성은 우리 기업들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방식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자기자본에 대한 고정자산의 비율로 정의되는 고정비율을 보면 우리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81.1%로써 글로벌 대기업들의 145.4%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정비율이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많다는 것, 즉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주로 타인자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장단기 차입금 구조를 동시에 감안해보면 우리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상당부분 단기자금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금운용의 안정성 제고해야
낮은 수준의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는 단기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또한 자금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기자금으로 장기적인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은 단기차입금의 만기 연장에 차질이 생기거나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때 기업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단기성 자금으로 모험적인 장기투자를 감행한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우리 기업들의 자금조달 및 투자방식은 외환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자금사정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부채비율 그 자체의 축소 못지않게 차입금 안에서 장기자금의 비중을 높이는 등 자금조달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부채비율이 크게 축소되고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되는 등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모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는 그 자체로써 무조건적으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부채사용은 이자비용의 손금 산입에 따른 세금절감 효과, 자금조달 절차의 용이성, 채권자의 경영감시활동 강화로 인한 수익성 제고 효과 등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지나치면 해롭듯이 기업의 지나친 부채사용도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신용위험이 고조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실적변동 위험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고위험 및 과잉투자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도 있다. 요컨대 부채(타인자본)는 주식발행(자기자본)과 더불어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의 하나이며, 각 기업은 주어진 경영환경에서 나름의 최적 비율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실 과거의 위기 직후에 제시되었던 일률적인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은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3>에서 보이듯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업종별 특성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대규모 설비를 요하는 장치산업이나 초기의 설비투자를 크게 요구하는 산업의 경우 적정한 부채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무구조의 안정성과 성장성은 어느 하나만 일방적으로 강조될 수 없는, 둘 다 중요한 목표이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의 원천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기업들의 자산증가율이나 매출액증가율은 1990년대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불요불급한 부채 사용을 경계하는 것은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나친 단기자금에의 의존을 줄이고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기반 발굴을 위해 높은 성장과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기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