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길 찾은 사람들] 늦깍이 유학생서 日주류유통 큰손으로
도쿄만과 인접해 풍경이 좋아 일본 지방 사람들도 도쿄에 오면 반드시 들른다. 유명 온천 시설 '오에도 온센 모노 가타리'가 있다. 올 상반기에 재일교포 상인이 이 온천 시설에 식자재 납품권을 따내 유통업계에 화제가 됐었다. 텃세가 심한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한국인이 대형 휴양 시설의 납품자로 결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주류 및 식품 종합상사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고세이(GOSEI)의 배오성 사장(40).그는 교포 사회에서 젊고 실력있는 사업가로 소문나 있다. 1999년 창업한 뒤 불과 7년 만에 3개 계열사에 종업원 150명을 가진 중견 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지난해 매출은 60억엔 규모로 주류는 물론 한국 김치 식음료 등 취급 품목이 6000종을 넘는다. 고세이는 특히 시바스와 발렌타인 취급 실적에선 일본 국내 업체를 제치고 일본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거래하는 고정 고객은 전국 3000여 곳에 달하고 있다. "초기 시장 개척이 어렵지 한번 뚫으면 오랫 동안 단골로 유지되는 게 일본 시장의 특성입니다." 배 사장은 주요 주류에서 취급 실적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일본 대형 주류 회사들로부터 거래를 하자는 제안이 밀려들 정도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배 사장은 사업을 하기 위해 일본에 온 것은 아니었다. 1993년 늦은 나이에 대학 공부를 해보겠다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대 앞에서 레코드점을 열어 장사를 하다가 대학생들을 보면서 공부가 하고 싶어 가게를 정리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먼저 2년간 일본어 전문학교에서 공부를 한 뒤 평소 관심이 많던 예술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대학 예술학부에 입학했다.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1999년 초 어렵게 졸업했으나 배씨가 직면한 현실은 녹녹지 않았다. 국내 친지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한국은 외환 위기라 일자리도 없고 살기 어려우니 들어올 생각 말고 현지에서 살길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학교 다니면서 결혼까지 한 배 사장은 고민을 하다가 주위에서 돈을 빌려 주류 가게를 열었다. 학교 다니면서 주류 도매상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자신이 있었다. "거래처를 개발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 다녔어요. 도쿄시내 웬만한 식당이나 술집은 대부분 한번 이상 들렀어요."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일본내 '한류붐'이 퍼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주류 외에 김치 고추장 등 한국 식품으로 취급 품목을 늘렸다. 배 사장이 짧은 기간에 식자재 유통업에서 급성장한 것은 철저하게 일본 스타일로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을 개발할 때는 자료와 숫자를 좋아하는 일본인 거래처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성분 분석표,샘플 등을 철저하게 사전 준비했다. 또 한번 거래 관계를 맺은 거래처는 품질과 납기 등을 본사가 100% 책임지고 관리해 신뢰를 쌓았다. 시장 개척도 한국 대기업과 차별화했다.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종합상사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찾지 않는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썼다. 중견 규모 외식 체인이나 지방 슈퍼 등을 집중 공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하나는 '헝그리 정신'으로 저돌적으로 헌신하는 인재 모집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고세이에서 일하는 직원의 95%가 한국인이며 대부분 현지 유학생 출신이다. 일본어가 능통한 것은 물론 어려운 유학 생활을 거쳐 누구보다도 승부 근성이 강하다. 열심히 일하는 사장의 경영 철학을 잘 이해해줘 전사원이 일치단결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회사를 만드는 거죠.월급도 많이 주고요." 장래 사업 목표가 뭐냐고 묻자 배 사장은 "험한 일본 땅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고국에서 보다 잘 살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더 많이 돈을 벌어 직원들에게 정말 잘해 주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배 사장은 2010년까지 중국 호주 동남아 등지로 해외 거래처를 넓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계열사도 현재 3개에서 10여개로 늘리고 매출 100억엔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더 많은 유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 < 고세이의 日 시장 성공의 비결이죠" > ◆한국식 공격ㆍ일본식 방어=일본인의 특성은 꼼곰함과 섬세함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일본인들은 비즈니스에서도 방어를 잘한다. 이에 비해 한국인들은 밀어붙이기를 잘한다. 이게 곧 공격력이 되고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것을 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일본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사업 초기에는 공격력,궤도에 오른 뒤에는 방어에 신경을 써야한다. ◆일본식으로 의식 전환=비즈니스 현장이 일본 땅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일본식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아직도 일본 사회에서 한국인은 '마이너'이기 때문에 '메이저'인 일본 본국 사람들을 파고들기 위해 일본식으로 사고하고 접근해야 비즈니스에서도 기회가 생긴다 |
출처: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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