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합금을 녹여 목적하는 형상을 갖춘 형(型)의 공동(空洞)에 흘려 넣어 응고시킨 제품. 금속제품에는 주물 이외에 간단한 형상으로 주조한 주괴(鑄塊)라는 일종의 주물을 원재료로 하여 이것에 단조(鍛造)나 압연 등의 가공을 가해 제작한 단조품이나 압연품, 그리고 그것을 용접해서 제작한 용접품 등이 있다. 주물은 단조품이나 압연품에 비해 결정조직이 거칠고, 성분의 편석(偏析;응고의 편차)이나 기공(氣孔)을 포함하는 경우가 흔히 있어 재질이 무르다. 그러나 주물은 형상이 복잡한 물품의 대량생산에 적합하므로 자동차 등의 내구(耐久) 소비재 등 기타의 기계부품으로 널리 이용된다.
주물의 기원
주물의 기원은 신석기시대 후기에 토기 소성용(燒成用)의 요로(窯爐)에서 금이나 구리를 녹이는 1000℃ 이상의 온도를 실현시켰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주물은 메콩강 상류지방에서 발견된 BC 4500년 무렵의 청동도끼로 알려져 있다. 중근동(中近東)에서는 BC 4000∼BC 3500년에 구리도끼가 석제(石製)의 개방형으로 주조되었고, BC 3000∼BC 2500년에는 청동이 제련되어 자루구멍이 난 청동공구를 심봉(心俸)주형으로 주조하는 기술이 유럽에도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BC 1700년 무렵 황허강[黃河(황하)] 중류지방에 청동문화가 형성되었고, 은대(殷代)에는 소성점토 조각을 짜맞춘 주형으로 복잡한 무늬와 미려한 주물표면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제기(祭器)를 주조하는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청동에 이어서 제철기술이 근동에서 BC 1500∼BC 1000년에 생기고, 중국에서도 BC 400년 무렵부터 철제련이 시작되었는데, 때를 같이하여 주물 기술도 개발되어 BC 100년에는 주철제(鑄鐵製) 농기구가 다량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유럽에서는 14세기부터 주철이 생산되었다.
주물의 종류
주물은 재질에 따라 주철주물·강주물(鋼鑄物)·구리합금주물·경합금(輕合金) 주물로 나뉜다.
주철주물
용해로는 큐폴라(cupola)가 보급되고, 연료는 코크스가 사용되며, 송풍(送風)에 있어서는 전력에 의한 송풍기가 사용되고부터 용해량·용해속도·용해온도가 뚜렷하게 향상되었다. 또 주철의 재질도 탄소·규소·망간 등의 각 양을 조정함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선철(銑鐵)이나 강설(鋼屑)의 배합에 의해 펄라이트 바탕에 균일하게 조각모양의 흑연이 분포하는 이른바 국목(菊目)조직의 주철주물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이 재료가 내마모성이 뛰어나고 인장강도도 커서 기계부품에 적합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리고 19세기 말에는 반사로를 사용, 주철을 용해하여 성분을 잘 조정해서 이것을 내면에 금형(金型)을 댄 주형에 부어넣음으로써 주물 표면을 단단하게 하는 칠드주물에 의한 롤의 제조에 성공하였다. 이 롤은 강의 압연에 널리 사용되었다. 이어서 가단(可鍛)주철 주물 제조에 성공하고, 백주철주물(白鑄鐵鑄物)을 풀럼처리함으로써 연성(延性)이 풍부한 주철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철관용의 연결재료로서 수도보급에 의한 방대한 수요를 메울 수 있었다.
강주물
강주물은 용해온도가 높고 응고수축률이 커서 기공(氣孔)이나 핀홀 등의 공극(空隙)이 생기기 쉬워 주조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19세기 말까지는 주로 평로(平爐)가 사용되어 용해시간이 길고 온도도 불충분하여 양질의 주물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서자 에루식(式) 전호로(電弧爐)가 출현하여 양질의 주강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구리합금주물
구리합금주물은 도가니로 안에서 용해된다. 구리 88%, 주석 10%, 아연 2%의 청동이 제일 많이 사용되는데 이를 포금(砲金)이라고도 한다. 구리합금은 내식성(耐蝕性)·내해수성(耐海水性)·인성(靭性)이 뛰어난 함선(艦船) 방면에 널리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함선의 프로펠러의 재료로 각국의 해군에서 활발한 연구를 추진하였다. 대표적인 것은 아연 40%, 망간 5%, 알루미늄 1% 이하의 망간황동, 그리고 아연 10% 또는 15%, 규소 4%의 실진청동 등이다.
경합금주물
경합금주물은 알루미늄계·마그네슘계가 모두 20세기 초부터 제조되었다. 주조용 알루미늄합금으로는 니켈을 함유하는 Y합금, 규소를 함유하는 실루민, 구리를 함유하는 라우탈, 마그네슘을 함유하고 내식성이 있는 히드로날륨 등이 항공기공업의 발전에 따라 각각 특징적으로 응용하여 사용되고 있다. 한편 마그네슘합금은 알루미늄, 알루미늄과 아연·망간 등과의 합금이 사용되었는데, 용해할 때에 산화되기 쉽고 주형에도 산화방지를 위한 손을 써야 하므로 좀처럼 보급되지 않았다.
제조기술의 혁신
주철주물에 대해서는 구상(球狀) 흑연주철의 발명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무르다는 주철의 약점이 아주 없어져 강도부재(强度部材)에도 쓰이게 되었다. 자동차의 크랭크샤프트나 무거운 하중(荷重)에도 견뎌내는 주철관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주철을 녹이는 데는 저주파 유도전기로가 사용되었고, 강설에 가탄(加炭)하여 주철용탕을 만들 수 있어 성분이나 온도의 제어, 용탕 유지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강주물 분야에서는 주조 방안 등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완전한 주물을 만들기 위한 논리적 해명이 진행되고 있다. 구리합금 분야에서는 선박의 추진기 재료로서 알루미늄을 10% 함유하는 알루미늄청동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경합금주물에서는 특히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규소를 10% 함유하는 실루민 합금이 사용되며 고순도 아연 지금(地金)을 정련기술 향상으로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어, 종래의 납·카드뮴 등의 불순물로 인해 물러서 사용할 수 없었던 아연 다이캐스팅을 오늘날은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주물공장 생산능률은 주형 제조기술에 의해 지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까지의 주형은 규사에 점토와 물을 섞어 점결(粘結)한 것이었으나, 그 뒤 많은 새 조형법이 연이어 탄생하였다. 페놀수지를 점결제로 하는 셸몰드법은 점결제로 사용한 유기물이 주입된 뒤 열분해하여 점결력을 잃기 때문에 주물사(鑄物砂)의 재생이 아주 쉽다. 물유리(water glass)를 점결제로 하고 탄산가스를 불어넣어 반응시켜 단시간에 경화시키는 탄산가스법은 주형 강도가 크고 건조형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급되었다. 또 염화비닐막을 이용하여 사형(砂型) 속을 진공으로 하고 외부압력으로 주형을 굳히는 V프로세스법은 점결제를 전혀 쓰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나 점토와 수분으로 주물사를 점결하는 재래의 사형법(砂型法)은 조형이 간단하고 경비도 적게 들어 사형용 조형기가 고속화·고압화·대형화됨으로써 현재에도 조형법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정밀주물 제작법으로 다시 옛날의 납형법(蠟型法)이 부활되고 있다. 이것은 로스트왁스법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정밀한 금형인 왁스제의 모형을 만들어 이것을 내화물 분말과 에틸실리케이트 용액의 혼합 이상물(泥狀物)에 묻혀 건조·소성해서 왁스를 녹여내고 주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터빈블레이드와 같은 복잡한 곡면을 다른 가공법으로는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부품의 제작이나 또는 소성가공·절삭가공 등을 할 수 없는 특수합금형 부품의 제작 등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