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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2) 제러미 리프킨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성공을 도와주기 2014. 1. 14. 05:30

 

기획 일반
[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2) 제러미 리프킨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안희경 | 재미 저널리스트

ㆍ화석연료는 끝났다…재생 에너지 중심 ‘3차 산업혁명’ 다가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거래와 공유에 대해 일찌감치 예언했던 제러미 리프킨.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통찰이 현실에 부합하는 걸 확인하면서 더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이미 거대자본 중심으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 시장이 변할 수밖에 없음을 예언했다. 그 바탕에는 지구적 재앙으로 다가온 환경위기와 함께 인류 문명이 더욱 넓혀놓은 사람들의 공감 능력 확대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과 개인의 소통은 시장을 바꿔놓았다. 아프리카 수단 할머니의 좌판에 놓인 대바구니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와 묶여 스웨덴, 뉴질랜드로 팔려가는 시대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강화된 세상은 산업의 동력인 에너지 생산 체계마저 바꿀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두 개의 트랙으로 갈라지고 있다. 한 트랙은 현재의 대량소비사회를 유지하며 자본주의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추진한다. 다른 한 트랙은 재생 가능 에너지망을 설치해 환경재앙을 막고, 무엇보다 개인 대 개인이 연결되는 새로운 상품과 거래망을 선점하려는 도전이다.

첫 시작점은 미미한 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트랙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어느 시기에 돌아가려 해도 이미 시간이 흘러버렸기에 과거의 출발점은 사라진다. 그래서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로부터 전 지구적으로 맞대결하고 있는 신구 트랙의 움직임, 그리고 오늘 우리의 문명이 어떤 전환점에 와 있는지 들어보았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던 지난 6일은 20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동부가 꽁꽁 얼어붙던 날이었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지난 6일 워싱턴 DC 자택에서 에너지 생산과 유통의 혁명이 중심인 3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소영 사진작가


▲ 온난화로 기후변화 재앙… 세계 ‘두 트랙’으로 갈려
원전 80% 프랑스는 물론 중국도 3차 산업혁명 동참


▲ 집·빌딩·PC·휴대폰… 모두 ‘개인 발전소’ 갖고
분산 생산해 수평 이동… ‘에너지 인터넷’이 미래


안희경 = <문명, 그 길을 묻다>의 첫 인터뷰 대상자는 문명을 탐구해온 생태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였습니다. 그는 지구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제 50년뿐이라고 했습니다. 자원이 고갈되기 때문이라는 진단입니다.

리프킨 = 19세기 1차 산업혁명과 20세기 2차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우리는 화석연료를 다 퍼냈습니다. 전체가 같은 문명을 창조하겠다고 그걸 태웠죠.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만들어냈어요. 지구의 물 순환이 바뀌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는 땅에서 7%의 강수량을 빨아들입니다. 물이 균형을 잃고 더 많은 집중호우가 내립니다. 눈은 봄까지 오고 봄 홍수, 여름 가뭄에다 초대형 허리케인과 태풍이 더 자주 찾아옵니다. 지구는 4억5000만년 동안 5번의 멸종 시기가 있었는데 온도변화 때문이었죠. 과학자들은 지금 6번째 멸종이 시작됐고 이번 세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생명 종 가운데 최대한 60%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완전히 잠에 취해있어요.

안 =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경제를 제안했습니다.

리프킨=무엇을 지속가능한 경제라고 했나요.

안 =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소비하는 겁니다. 선생님의 해법은 어떤 것인가요.

리프킨 = 우리가 할 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를 산업의 동력, 생활에너지로 바꾸는 3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겁니다. 이제 학문적인 단계에서 실용적인 단계로 넘어왔고, 클라우스 핸슈 전 유럽연합 의장,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받아들였습니다.

안 = 중국까지 에너지 정책을 수정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작년 11월 중국공산당 3중전회(제18기 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환경의제가 채택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대기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나보다 정도로 짐작했는데 그런 규모가 아니군요.

리프킨 = 중국은 경제 변화에서 앞서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겁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도자들과 3주 동안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더군요. “리프킨, 우리는 1차 산업혁명도 놓치고 2차 산업혁명도 놓쳤소. 그렇지만 3차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중국국가전망공사 회장이 3차 산업혁명을 진행하겠다는 글을 3주 전에 발표했습니다. 전력 분산을 위해 에너지 인터넷 배치에만 820억달러를 4년 동안 쓰겠답니다. 제 책이 2012년에 중국에서 출판됐는데 당시 왕양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는 중국 최대 산업단지가 있는 광둥성의 수장이었고 지금 중국 경제 부총리인데, 그가 3중전회에 발표했고 리커창 총리가 선택한 거죠.

안 = 에너지 인터넷이 3차 산업혁명을 아우르는 핵심 같은데, 이는 선생이 만든 개념인지요.

리프킨 = 이미 변화하고 있는 일입니다. 젊은이들이 음악 파일을 공짜로 공유하기 시작할 때 음반 회사들이 질겁을 했어요. 하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신문도 블로그에 대해 듣고 싶어하지 않았죠. 지금, 신문도 내리막길입니다. 이미 수십억의 인구가 오디오, 비디오 텍스트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죠. 게다가 거의 공짜입니다. 이와 똑같은 움직임이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안 =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캠핑 가면 알루미늄 포일에다 조잡하게 뭘 연결해서 태양열로 불도 밝히고 밥도 하는 이들을 봅니다. 휴대용 솔라 발전기인데 그 발상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아! 에너지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구나 해서요.

리프킨 = 우리 모두가 발전소 주인이 되는 겁니다. 두 가지가 발생할 때 경제적 혁명이 일어났어요. 첫째,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창조하는 것, 둘째, 그것을 운영할 소통 혁명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경제 패러다임이 바뀝니다. 19세기에 수공업 인쇄에서 증기 인쇄로 옮겨갔기에 학교에서 공부할 만큼 인쇄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공교육이 발전하고 그 안에서 노동력 보충이 이뤄졌죠. 1차 산업혁명은 인쇄술과 기관차와 증기력을 갖춘 공장이 합작한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였습니다. 20세기의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 통합은 중앙집중식 전력, 전화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발전했고 자동차와 교외 문화를 운영하는 거대 소비사회를 만들었습니다. 2차 산업혁명이죠. 하지만 이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타르샌드(모래층에 섞여있는 중질 원유) 같은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지구를 오염시키며 더 많은 비용을 유발하니까요. 생산성이 없습니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의 새로운 수렴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이 추진합니다. 중앙 집중이 아니라 분산적인 방식이죠. 이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형식이 아니라 협력적입니다. 수평적인 권력입니다.

지난달 한국전력이 완공한 경남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89번 송전탑. 높이 128m, 무게는 219t에 이른다. | 연합뉴스


안 = 인터넷은 수평적 소통이고 분산적 권력인 것은 모두 동의합니다. 그런데 분산적인 에너지는 무엇입니까.

리프킨 = 석유, 천연가스, 핵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등은 몇몇 지역에서만 발견됩니다. 거대한 군사적 투자를 요구하고 지리정치학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규모 자본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안 = 지난 100년간의 군사적 충돌을 화석에너지를 향한 지정학적 긴장으로 보는군요.

리프킨 = 분산적인 에너지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집과 빌딩을 개인 발전소로 바꾸는 거예요. 지붕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끌어오고 건물 벽면에 수직으로 바람에너지를 받고 땅 밑에서는 지열을 끌어올립니다. 빌딩 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 컴퓨터 갖고 있죠? 휴대폰도 있죠? 이제 개인 발전소를 갖는 겁니다. 다섯 가지 핵심 요소 중 첫째가 바로 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인데 유럽연합이 공식 서약을 했습니다. 2020년까지 전력의 3분의 1을 재생 에너지로 바꿀 겁니다.

안 = 프랑스는 핵발전으로 80%의 전력을 충당하는데도 변화에 참여합니까.

리프킨= 프랑스가 달라졌습니다. 올랑드 대통령이 작년 9월에 3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우리팀과 함께 프랑스 북부 노르 파드칼레 산업지구에 대한 마스터 플랜도 마친 상황입니다. 20년 동안 1년에 20억유로를 쓰기로 했어요. 독일에서는 제가 메르켈 총리의 공식적인 조언자로 함께합니다. 독일은 이미 23%가 그린 전력이고 2020년까지 35%의 전력이 기존 건물에서 나오게 될 겁니다. 자, 여기 두번째 핵심 사항이 있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는 겁니다. 살고 일하는 건물을 작은 개인 발전소로 개조하는 데는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천개의 작은 사업장이 필요해요. 인간의 노동력이 집약적으로 필요하기에 경제가 살아납니다.

안 = 미국의 전 노동장관이 대기업이 미국에다 제조공장을 세웠다고 해서 일자리 창출이 되겠구나 싶어 반갑게 축하 연설을 하러 갔다가 기겁을 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 인간 직원은 100여명뿐이고 기계들이 도열해 있었던 거죠.

리프킨 = 일자리뿐 아니라 더욱 큰 기회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주인이 작은 생산조합이라는 겁니다. 소비자조합, 개인, 농부, 도시거주민들이 주체입니다. 거대한 회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핵심 요소 세번째는 에너지 저장입니다. 햇빛이 매일 있는 것도, 바람이 늘 부는 것도 아니기에 이를 저장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도록 수소 축전 기술이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인터넷처럼 작동된다는 겁니다. 남는 에너지가 있으면 스마트폰 앱에다 프로그램 할 수 있고 이 전기를 아일랜드에서 동부 유럽에다 건네줄 수 있어요. 인터넷처럼 하면 됩니다. 정보를 만들어 디지털로 저장하고 온라인으로 나누는 거죠. 지금 독일, 덴마크에서 시작 단계입니다. 다섯번째는 운송입니다. 도요타가 2015년에 수소차를 선보일 예정이고 혼다, 현대, GM이 이미 수소 연료전지차를 완성했습니다. 곧 아무 빌딩에서나 플러그를 꽂고 수소 하이브리드 차에 충전하면 됩니다. 반대로 남은 전기를 그린 에너지로 돌려놓을 수도 있고요. 이 다섯 가지 핵심 요소는 3차 산업혁명을 만드는 인프라 구조입니다. 앞으로 10년에서 30년 사이에 전체 경제가 바뀔 겁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에너지 이용의 패러다임을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 기존의 중앙집중적 방식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는 분산적 에너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 있는 유니레버 사옥(왼쪽 사진)은 태양열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리창-태양열 보호장비-비닐로 벽체를 3중 설계했다. 건물 구조를 변경해 재생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독일 함부르크 빌헬름스부르크 미테 지역에 있는 에너지 벙커. 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요새를 리모델링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바꾼 것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핵이 공해 없는 에너지라 ‘에너지 자본’이 우릴 속여

▲ 조합, 농부, 도시민 등이 스스로 그린에너지 창출
‘에너지 민주화’ 이룩해야


▲ 한국, 이 기회 놓치면 10년 뒤 세계 2부리그에

안 =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유리하다는 입장이 여러 중앙 정부들의 호응을 얻습니다. 한국도 그렇습니다. 물론 건설되는 지역의 저항은 심하죠. 한국은 원자력 말고도 밀양 송전탑 건설로 어르신들이 목숨을 끊어가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공급 거리가 멀더라도 경제적 효율을 위해서는 대규모 발전을 해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리프킨 = 송전탑은 중앙 집중적 방식입니다. 먼 거리에서 가져오고 그 지방사람들은 희생을 강요받죠. 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소도. 이들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닐뿐더러 모두 몇몇 사람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고 그들을 위한 겁니다.

안 = 그래도 핵발전은 태워 사라지는 것이 아닌, 재생 에너지이자 공해 없는 그린 에너지라는 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리프킨 = 아닙니다. 핵발전은 우라늄에 기초합니다. 일정량의 우라늄이 땅속에 있어 이를 플루토늄으로 재생하는 것인데 당신은 이 테러의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플루토늄을 갖기를 바랍니까? 자, 핵발전이 진행되는 비즈니스 세계의 논쟁을 들려줄게요. 좀 깁니다. 제가 세계에서 제일 큰 개발팀의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IT, 전자, 물류, 건축, 건설, 금융 다 모여있는데, 우리팀 CEO들은 핵발전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끝났다고 진단합니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에 20년 동안 그 누구도 핵발전소를 짓지 않았어요. 그러다 기후변화 이야기가 나오니까 핵 산업에서 “잠깐만 당신들은 우리가 필요해.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거든”하며 목소리를 높였죠. 이 주장에는 큰 하자가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최소한의 영향력을 미치려면 20%를 생산해야 하는데 원자력은 6%뿐입니다. 그렇다고 20%를 채우려면 노후된 핵발전소를 다 제거하고 매달 한 개씩 40년간 세워야 합니다. 비용적으로 이득이 없습니다. 두번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하기를 우라늄이 부족해 2030년에는 비용이 올라가 적자가 될 거라고 했어요. 그 다음, 핵 폐기물을 묻을 곳이 없습니다. 70년 동안 핵발전소들이 핵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방법을 모릅니다. 미국은 네바다주에 핵 폐기물 지하창고를 세우는데 16년 동안 80억달러를 썼습니다. 우리는 단 한번도 그 창고를 열어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그곳이 새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냉각수가 없다는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40%의 담수를 냉각수로 쓰는데 기후변화로 물이 뜨거워 쓸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그리 급하게 유럽과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거죠. 해수면에 세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위태롭습니다. 쓰나미와 태풍이 더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왜 그렇게 비싼 핵발전을 하려고 하는 거죠? 한국에는 모든 사람이 다 생산할 수 있는 공짜 그린 전기가 있는데요. 원자력발전은 중앙 집중 방식으로 몇몇 회사들에만 이득을 줍니다. 모든 동네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으로 소유할 수 있는 그들만의 에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독일이 지금 하는 일이죠. 모든 한국인이 자기 마당에서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 때 ‘파워 투 더 피플’, 즉 국민에게 권력을 쥐여줬다고 부를 수 있는 에너지 민주화를 이룩하는 겁니다.

안 =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생산 동력인 에너지를 국민 손에 쥐여줌으로써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작동되겠네요. 가슴 뛰는 일입니다. 기존의 에너지망 속에 있던 기업들은 무엇을 하게 됩니까.

리프킨 = 과거 중앙 집중식은 전기를 팔아서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경영하는 사람들은 생산성의 85%가 열역학적 효율이고 단지 15%만이 설비와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가진 전력 회사의 도움으로 전체 망 속에서 남는 에너지가 부족한 곳으로 원활히 흘러가도록 운영되면 에너지 비용과 재료 비용, 자원 비용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생산성은 극적으로 상승할 겁니다. 더 많은 성장이 이뤄질 거예요. 독일 전력회사 RWE, EnBW, 프랑스 최대 전력회사인 EDF도 이 길에 동참했습니다.

안 = 한국이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요.

리프킨 = 지금부터 10년 뒤에는 힘의 논리에서 2부 리그에 있게 되겠죠. 유럽과 중국이 이미 움직였습니다.

안 = 미국은 어떻습니까.

리프킨 = 미국과 캐나다는 불행히도 궤도 밖에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오리건주와 뉴잉글랜드, 텍사스 남부의 샌안토니오부터 오스틴까지는 움직이고 있어요. 정말로 슬픈 일은 요즘 미국이 한다는 혁신에 있습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만들며 산업혁명의 반을 이뤘는데, 그만 멈춰 버렸어요. 셰일가스와 타르샌드로 가버렸습니다. 기존의 에너지 회사들이 우리에게 엉터리 상품을 팔아먹는 일을 용인한 겁니다. 셰일가스, 타르샌드가 훨씬 싸다며 그 값만 선전하고 있어요. 이는 중앙 집중화된 화석에너지 자본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 = 미국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움직인다는 보도가 등장합니다. 셰일가스는 지하수 오염에다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는 비판을 받는데도, 워낙 기름값이 오르니 한국도 가스공사, 석유공사, SK 등이 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리프킨 = 셰일가스 쪽으로 엄청나게 몰리는데, 미연방 정부가 말하기를 2020년이면 셰일가스 가격이 올라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가격을 유지하면서 미국은 결국 6년이란 기회의 시간을 놓치는 것이죠. 2025년엔 2류국가가 될 겁니다.

안 = 한국은 서울시에서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합니다. 전력 수요가 가장 큰 곳에서 수요를 줄임으로써 서울로 인해 먼 곳에 세워질 수 있는 원전 건설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리프킨 = 서울시는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바마는 정말 큰 실수를 했어요. 그는 수십억달러를 경기 부양에 썼습니다. 하지만 고립적인 프로젝트에다 각각 따로 놀도록 했어요. 배터리 공장은 여기에, 태양열 공장은 저기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핵심은 연결된 설비를 만드는 겁니다.

안 = <공감의 시대>에서 선생은 우리가 협력적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공감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신자유주의 논리 속에서 공기업의 이윤을 셈하는 요즘인데 인간의 착한 본성을 신뢰하기에는 시절이 참 각박합니다.

리프킨 = 신경인지과학과 진화생물학에서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신경회로망을 갖고 태어났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신 팔에 거미가 기어가는 걸 본다면, 나도 간지러울 거예요. 또 피를 흘리면 나도 움찔할 테고요. 인간은 공감 신경으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랑이보다 힘이 약하고 느린데도 살아남았겠죠. 본성적으로 어울려 살고자 교감합니다. 모든 문명도 그래서 이룩해 왔고요. 젊은이들은 필리핀에 태풍이 왔을 때 트위터를 날리고 비디오를 찍어 보냈습니다. 페이스북을 하는 아이들은 글로벌 교실에 있죠. 이들은 이제 인류를 핏줄로 나누지 않아요. 다른 종들 역시 가족의 일부라고 여길 겁니다. 온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끼죠. 물론 나는 나이브하지 않아요. 2075년을 생각하면 몸서리쳐집니다.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거든요. 모든 두 번째 이슈들은 미루고 심각하게 우리 사회의 전환에 뜻을 합쳐야 합니다.

▲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68)
10년간 EU 자문…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하는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필자 안희경씨(오른쪽)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68)은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워튼경영대학원 교수다. 또한 비영리 조직인 ‘경제동향연구재단(Economic Trends)’을 설립해 새로운 기술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공공의 이익 수호에도 관심을 갖는다. 최근에는 우리 문명이 맞닥뜨린 지구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내는 지역 및 국가적 산업구조 재편에 관여하고 있다.

리프킨은 지난 10년간 유럽연합 자문역으로 활동했으며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사파테로 스페인 전 총리 등의 공식 자문역할도 맡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로 19권의 책을 35개 언어로 출판하면서 노동·환경·정치·사회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미래학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왔다. 저서로는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 <수소혁명> <공감의 시대> <3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리프킨과 만난 날, 그의 책상에서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났다. 4월에 영어권에 배포되고 9월에 한국어 등으로 출판될 다. 책상 왼편에는 쌀 세 포대는 됨직한 새 책의 자료와 초고 더미가 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옛날 전화번호부 두께의 A4용지 원고 묶음을 올려놓았다. 방대한 사고의 흐름이 압축되어 한 권으로 완성되는 엄청난 집중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쉼없이 현재를 통찰하며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