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강의자료

‘중국 빅브러더의 정보원’ 의심 잠재울까

성공을 도와주기 2014. 8. 20. 10:35
샤오미의 최고경영자 레이쥔이 2012년 8월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출시 기념회에서 제품 홍보 연설을 하고 있다. 샤오미의 현재 기세는 엄청나지만 그 비즈니스모델이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로이터 뉴시스

[토요판] 뉴스분석 왜?
샤오미 돌풍 어디까지

▶ 샤오미(小米)는 우리말로 좁쌀입니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한 알의 쌀알도 수미산만큼 크다’는 불가의 격언에서 이름을 착안했다고 합니다. 이 좁쌀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일을 내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착착 점유율을 늘려갑니다. 경쟁력의 핵심은 경쟁 제품의 3분의 1 이하인 가격입니다. 동시에 샤오미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집니다. 과연 샤오미의 정체는 뭘까요?

아직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아이오에스(iOS)에 비해 투박한 디자인과 낮은 사용자 편의성 때문에 악평을 듣고 있던 2010년 갑자기 나타난 미우이(MIUI·미유아이)란 커스텀롬이 있다. 커스텀롬은 구글이 만든 순정 안드로이드 또는 삼성이나 엘지(LG) 같은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는 운영체제가 아니라, 이를 개량해 더 예쁘고 성능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영체제다. 보통 개인이 만들어서 올리지만 이 미우이란 녀석은 달랐다. 디자인 면에서 우선 개인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고, 자체 앱 장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업데이트도 일주일에 한번씩 이뤄지는 등 전문가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애플의 아이오에스와 꼭 닮았지만 그보다는 사용자의 자유를 훨씬 더 많이 허락하는 안드로이드의 특성까지 함께 결합된 이 롬에 사용자들은 열광했고, 미팬(Mifan)이라고 불리는 마니아층까지 생겨났다.

 

 

30만원짜리 스마트폰 앞세워
중국시장 1위, 세계시장 5위로
온라인으로만 예약받아 판매
제조비 유통비용 최소화 통해
다른 회사 3분의 1 가격 가능

‘짝퉁 애플’ 논란 넘어서야
낮은 판매 수익성도 문제
사용자 허락 없이 번호 등
개인정보 중국으로 보내는
백도어 발견돼 의구심 높아

 

매출 결정적으로 폭발시킨 Mi3

이 미우이는 샤오미(小米)라는 중국 업체가 만든 커스텀롬이었다. 그리고 샤오미의 마각(?)이 드러난 것은 오래지 않아서였다. 샤오미는 이 미우이를 기본 운영체제로 하는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2011년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미원(Mi1)을 시작으로 최근작 미스리(Mi3)까지 잇따라 제품을 내놓았다. 미1에 대한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스냅드래곤 듀얼코어 S3에 1기가바이트(GB) 램, 4인치 화면을 가진 이 제품은 30만대의 선주문이 34시간 만에 완료됐다. 현재 선주문이 10초 이내에 완료되는 엄청난 인기에 비하면 초기 반응은 그저 그랬던 셈이다. 판매가격은 1999위안(33만원) 정도였는데 당시 쏟아지던 중국산 저가형 폰의 하나처럼 보였다. 그 뒤의 행보는 달랐다. 샤오미는 저가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홍미(훙미·紅米)와 저가형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홍미노트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이었다. 5.5인치 에이치디(H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 8GB 내장공간, 2GB 램 등을 탑재해 간단한 작업을 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홍미노트의 값은 130달러(13만3000원)다. 최근에는 미패드(MiPad)라는 이름의 태블릿에 스마트티브이, 웨어러블 기기인 미밴드까지 출시하며 전방위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미밴드는 13달러에 불과해 다른 업체들의 웨어러블 기기와 견주면 10분의 1 이하 가격이다.

샤오미의 매출을 결정적으로 폭발시킨 스마트폰은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Mi3다. 스냅드래곤 쿼드코어 800 프로세서에 2GB 램, 5인치 풀에이치디 화면을 가진 이 제품은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 갤럭시S4, 엘지 G2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갖춘데다 값은 1999위안(33만원)에 불과하다. 국내에 판매되는 이들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90만원대이니 3분의 1 수준이다.

어떻게 샤오미는 이런 낮은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가능할까.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샤오미의 가격경쟁력의 핵심으로 유통과 마케팅 비용의 최소화를 꼽았다. 여러 비용이 발생하는 단독매장 대신 100% 온라인을 통해 팔고 제조는 폭스콘 등에 외주를 주는 동시에 ‘선 예약 후 제조’ 방식을 통해 재고 관리 비용도 최소화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애초 가격은 부품값에 조립비를 더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기본으로 한다. 샤오미의 창업공신 중 한명인 린빈 사장은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의 정보통신 뉴스 사이트인 <올싱스디>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가격을 부품값에 맞춘다”고 말했을 정도다. 스마트폰 부품 가격은 초기에는 개발비 등이 반영돼 비싼 편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처음에는 조금 밑지고 팔더라도 판매를 계속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를 가진 셈이다.

소프트웨어 판매수익도 빼놓을 수 없다.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를 보면 샤오미는 2013년에 게임센터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메시지앱 등 자체 앱 장터에서 1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게다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헤드폰, 보조배터리, 샤오미 마스코트 인형까지 팔고 있다. 2012년에 팔린 마스코트 인형은 18만개에 이른다. 유진투자증권 이정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하드웨어 경쟁력에만 집중하던 시대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하드웨어를 제조하고 샤오미라는 브랜드를 통합해서 판매한다는 점은 애플과 유사하지만, 중저가 단말기 판매를 통해 확산된 플랫폼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아마존과 매우 비슷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우이 시절부터 쌓여온 샤오미의 온라인 포럼 이용자는 8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샤오미의 제품에 대한 조언과 제안을 할 뿐만 아니라 테스트, 마케팅, 심지어 홍보까지 열심이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매료된, 이른바 ‘애플 팬보이’들의 지지 덕분에 아성을 구축한 애플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중국 시장에서 1위 삼성을 제치다

샤오미의 현재 기세는 엄청나다. 샤오미는 2분기에 중국 시장에서 1499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점유율 13.8%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기준) 1분기 3위(10.7%)에서 점유율이 껑충 뛴 반면 기존 1위였던 삼성전자는 12%로 내려앉았다. 20%를 넘기며 독주하다시피 하던 중국 시장의 왕좌를 빼앗긴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샤오미의 상승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자료를 보면 샤오미의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1%로 5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2분기 샤오미의 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샤오미는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고, 현재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등에 진출했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등 유럽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샤오미의 급성장 때문에 엘지는 글로벌 스마트폰 순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빼면 국내에서는 아직 샤오미 열풍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디자인 등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층은 상당하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협)은 해외 스마트폰 구매업체인 리퍼비쉬와 함께 샤오미폰의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이들은 국내의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높으며 그 거품가격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라고 공동구매의 목적을 밝혔다. 3분의 1 값의 중국산 스마트폰들이 제대로 된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을 갖춘다면 국내 시장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샤오미의 앞에는 장밋빛 미래만 있을까?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기존 업체들의 위협 상대가 되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샤오미한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누가 봐도 애플의 제품을 따라한 디자인이다. 샤오미의 운영체제 미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폰 모양도 애플과 꼭 닮았다. 샤오미의 별명도 ‘중국의 애플’이다. 지난해 샤오미에 영입된 구글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 출신의 휴고 바라 부사장은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샤오미가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것에 넌더리가 난다”며 애플을 베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드물다. 올해 초까지 중국 국내에서만 영업을 하던 샤오미는 덕분에 악명 높은 ‘고소왕’ 애플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중국 법원은 중국 업체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부분에 대해 굉장히 편향적인 판결을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국에서는 고소를 해봤자 애플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글로벌 유통을 시작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샤오미의 수출 비중은 2분기에 24%를 넘어섰다. 애플 등 거대 전자기업들이 샤오미를 위협적인 상대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끝없는 소송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샤오미의 비용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이미지를 갉아먹을 것이다.

그보다 더 핵심적인 것은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등의 분석자료를 종합하면 샤오미 스마트폰의 단말기 수익성은 5% 안팎에 불과하다. 홍미 노트의 경우 총 생산비용이 133달러고, 이를 140달러에 출고하고 있다. 1대 팔아서 7달러를 남기는 셈이다. 이는 삼성 갤럭시S5의 수익성 38.2%, 애플 아이폰5의 49.8%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우선은 최대한 낮은 가격에 단말기 보급을 최대한 늘리고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으로 읽히는데, 단말기 판매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처럼 온라인 판매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물류 비용이나 재고관리 비용 등이 높아질 게 뻔하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급부상은 ‘차이나 온리’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에서 생산해 중국에서 판매해 온 이점을 기본에 깔고 있는 것이다. 물류나 유지 비용 등이 들 일이 별로 없었다. 샤오미의 강점 중 하나인 일주일에 한번씩 업데이트도 또한 ‘차이나 온리’의 덕분이 크다. 여러 언어에, 여러 통신사의 사양에 맞추려고 하면 일주일에 한번 업데이트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세계무대에 등장한 순간부터 진짜 허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샤오미는 최근 갤럭시S5와 성능 면에서 비견되는 신제품 Mi4를 발표했는데, 값은 16GB 모델이 320달러, 32GB 모델이 400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절반 이하의 가격이긴 하지만 최신 고사양 제품으로 갈수록 샤오미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샤오미의 가장 큰 강점이나 약점은 ‘중국’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성장하는 데도 중국 제품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만듦새나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불투명한 중국의 인터넷 정책과 거기에 발맞추는 것으로 보이는 샤오미의 행보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샤오미의 운영체제 미우이는 지난해 초 배포한 V4부터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제거한 채 나오기 시작했다. 샤오미 스마트폰 사용자는 구글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가 아니라 샤오미가 만든 앱 장터에서 응용프로그램이나 테마 등을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미우이에는 중국의 거대 인터넷업체 텐센트가 만든 바이러스 체크 프로그램이 기본으로 실렸고, 구글의 기본 서비스들은 중국의 검열 방침에 발맞춰 거의 없어졌다.

 

강점도 중국, 약점도 중국

이런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최근 샤오미 제품에 ‘백도어’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 증명된 다음부터다. 샤오미의 제품이 사용자의 전화번호나 저장된 사진 등을 무단으로 샤오미의 서버로 전송하는 것 같다는 우려는 이전에도 계속돼 왔다. 샤오미 쪽은 기본으로 탑재된 무선 데이터공유 수단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에만 정보가 빠져나가며 기본값으로 꺼져 있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핀란드의 보안업체 에프시큐어(F-Secure)가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도 전화번호와 단말기 식별번호, 문자메시지 발신자번호 등이 샤오미 서버로 전송된다고 밝혀냈다. 게다가 이 ‘백도어’는 미우이가 아닌 다른 롬을 쓰더라도 그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단말기 차원에서 설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전송되는 아이피(IP) 주소가 중국의 공공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사용자의 정보가 중국 정부에 그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기도 했다. 샤오미가 중국이라는 ‘빅브러더’ 정보수집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기관은 아이피 주소 관리기관으로 밝혀졌지만 불투명한 중국의 인터넷 정책을 고려하면 정보가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다. 샤오미 쪽은 사과와 함께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미 신뢰성에 큰 생채기가 났다.

샤오미는 분명 독특한 영업방식과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업체다. 샤오미가 과연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는 강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이 많은 논란에 투명하게 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