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돈 필요없다, 아이디어 뜨면 나도 벤처기업가
등록 : 2014.11.02 20:17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 지난 9월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KAIST) 대학원의 한 실험실, 서너명의 학생이 저마다 뭔가 기획서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설명하는 글에 간단한 그림까지 곁들인 제품 아이디어 제안서로, 지난 7월에 문을 연 ‘오픈 이노베이션’ 제안 플랫폼 ‘아이디어 엘지(LG)’에 등록·제출하려는 것이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상품화할 마땅한 돈과 조직을 갖지 못한 대학원생들에게 굴지의 대기업 엘지전자가 내건 ‘매출액의 4% 보상’은 다른 일을 제쳐두고 뛰어들게 만들 만큼 강력한 유인이었다. 채택만 된다면 아이디어의 원천 제공자는 별도의 생산공장이나 법인기업 설립을 하지 않고도 일약 무형의 1인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세우는 셈이 된다.
엘지전자 등 일부 기업들
회사 밖 소비자들에게
참신한 아이디어 공모
채택 땐 매출액 4% 보상
협업 통해 혁신제품 유도
‘매출액 4%’ 파격…“손해나는 장사 안 해”
‘아이디어 엘지’는 상품화 대상으로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해당 제품 매출액의 4%를 보상으로 주고, ‘아이디어 평가 및 제품개발’ 과정에만 참여한 사람에게도 매출액의 4%를 차등 분배한다. 예컨대 ‘별’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에 참여한 사람은 매출액의 총 0.9%를 ‘별점 평가’ 참여자 수에 따라 나눠 받는다. 기업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아이디어의 상품화 과정 전반에 걸쳐 ‘보상체계’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 엘지’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본격화를 알리는 한 획을 긋는 시도다.
엘지전자 쪽은 “흔히 비용 등 뺄 것 다 빼고 나서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따위로 보상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매출액의 총 8%를 아이디어 초기 제공자와 평가자에게 주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했다”며 “제품화·마케팅·유통에 수반되는 비용은 회사가 전부 감당한다”고 말했다. 단순 산술로 보면 엘지전자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대인 만큼 매출액의 8% 보상은 영업손실을 초래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엘지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뒤 전국의 엘지 판매망을 동원해 수백억원대 매출은 어렵잖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야기가 될 만한’ 시장성을 갖춘 아이디어는 제공자와 엘지가 공동 특허 출원 방식으로 지식재산권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액 4% 중에서 2%가량은 이 특허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 ‘뒤늦은 개화’
2003년 미국 버클리대학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펴낸 책 <오픈 이노베이션>이 나오면서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열린 혁신’은 “내부 혁신과 가치 창출,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업 안팎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21세기 새로운 경영혁신 전략이다.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이 점차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확대된 셈이다.
특히 기업마다 기술개발 비용은 크게 증가하는 반면, 그 기술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의 수명은 빠르게 단축되면서 연구개발의 ‘비용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일반 대중을 포함해 다른 기업·대학·연구기관 등 기업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인터넷에서 검색 비교 사이트 ‘구글 트렌드’에 들어가 영어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입력해보면 이 단어를 가장 많이 검색한 국가로 한국이 나타난다. 한국을 100으로 볼 때 핀란드(75), 덴마크(65), 독일(54) 순이다.
엘지는 2012년 9월 구본무 회장이 경영 화두로 ‘시장 선도’를 외친 이래 기업 안과 바깥 두 갈래로 나누어 오픈 이노베이션을 꾀하고 있다. 내부에선 그룹 사내 인트라망 ‘엘지 라이프’를 통해 지난해 국내 임직원(총 12만여명)으로부터 1만여건의 아이디어를 받은 뒤 3개를 최종 선정해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업 바깥에서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 혁신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표방한 게 ‘아이디어 엘지’다.
국내에서도 2006년께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기업 현장에서의 관심도 높아져왔다. 엘지생활건강, 이니스프리 등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이미 구축했고, 올해 웅진식품도 뒤따랐다. 기술집약적인 제약·화학·정보기술(IT) 산업에서 먼저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 열린 혁신’, 위험도 있어…인내심 필요
화장품 이어 식품업체도 가세
특허 분쟁·내부역량 약화 우려
엘지생활건강이 출시해 지난해 매출 2000억원 돌풍을 일으킨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는 2008년 차병원그룹 ‘차 줄기세포연구소’가 “피부 개선에 좋은 성분을 인체 줄기세포 배양액에서 찾아냈다”며 엘지생활건강연구소에 협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처럼 연구개발 활동을 기업 바깥으로 확장해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하면 투입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픈 이노베이션이 장점만 있는 전략은 아니다. 일정한 조직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인내심도 필요하다. 장성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아 나서야 하고, 찾더라도 시장성을 검증하고 계약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 특허, 법적 이슈 등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 뒤따를 수도 있다. 최근 ‘와우’(WOW) 사이트를 만들어 오픈 이노베이션에 동참한 웅진식품은 특허 및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을 미리 차단하려고 아이디어 제안자들에게 “(회사에) 공개 가능한 정보만을 제공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김주한 마케팅본부 부장은 “음료시장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 아이디어를 쉽게 복제해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등록된 아이디어를 회사 내부에서 심사한다”고 말했다.
외부 기술에 대한 불신도 넘어서야 한다. 자체 개발 기술을 우대하고 외부에서 온 기술에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폐쇄적인 문화로, 이른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다. “외부에서 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게 20%라면 그것을 내부에 설득하는 것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내부 설득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외부에서 들여온 기술이 전진배치되면 내부 연구개발 필요성이 감소하고, 해당 조직은 인력감축이 뒤따를 것이란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이 혁신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에 주로 포진해 있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진상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잘 포착하고 평가해 내부로 끌어들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국내외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 엘지전자 ‘아이디어LG’ www.idealg.co.kr
● 웅진식품 ‘WOW’ wow.wjfood.co.kr
● 엘지생활건강 ‘아이커넥트’ iconnect.lgcare.co.kr
● 이니스프리 ‘오픈 이니스프리’ www.openinnisfree.co.kr
● 미국의 제품개발 벤처기업 ‘쿼키’ www.quirky.com
장성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기술 평가할 수 있는 능력 갖추고
자체 기술개발 역량 적정수준 유지해야
장성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기업 현장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생존의 문제처럼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진정한 혁신은 채워지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의 잠재적 효용가치를 담아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곳이 엘지(LG)경제연구원이다. 지난 22일 만난 장성근(사진) 연구위원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밝은 면뿐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다양한 측면도 주의 깊게 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돈 들여서 외부 고급 기술을 습득해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고객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힘만 쓴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백사장에서 진주를 찾듯이 거의 없던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기존의 기술을 개량·개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튼튼한 내부 자체 기술개발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픈 이노베이션이 한때의 유행에 그치거나, 심지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외부 기술은 과대 포장되거나 접근이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외부 기술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내부 조직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공동개발 중심의 상호작용 모델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른 기업에 제품과 서비스를 의뢰해 얻는 거래 중심의 아웃소싱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전개해온 기존의 연구개발(R&D)도 ‘타협’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자체 개발 기술에만 집착하는 성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2002년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국적 기업 피앤지(P&G)의 새 최고경영자가 된 앨런 조지 래플리는 “우리가 얻는 혁신 중 절반은 외부에서 가져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래플리가 외부 협력을 강화하자며 ‘시앤디’(C&D·Connect&Development)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기존의 자체 연구개발(R&D)에 C를 추가한 개념이다. 시앤디 시행 5년 만에 외부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비율이 전체 신제품의 절반에 근접하게 됐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 후 피앤지는 외부 기술 확보 비율이 내부 자체개발 역량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정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직원들한테 딴짓하라는 구글, 왜?
등록 : 2014.11.02 20:10수정 : 2014.11.03 10:12
구글 본사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
‘20% 룰’로 ‘구글 맵스’ 등 개발
최고경영자의 독려·관심은 필수
외부와의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 간에 이뤄질 경우 그 특유의 불확실성 때문에 때로는 실행 과정에서 기업의 존망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안고 있는 조직 내·외적 위험이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오픈 이노베이션은 전사적 합의 아래 추진하고, 외부 못지않게 기업 내부에서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회사 조직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웅진식품은 자사 오픈 이노베이션 제안 플랫폼에 일반 대중뿐 아니라 임직원 및 협력사의 제안 코너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엘지전자는 올해 초부터 임직원들이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사내 인트라망 ‘퓨처 챌린지’를 구축했고, 엘지생활건강도 사내 혁신 아이디어 제안 창구인 ‘아이(i)-3.0’ 게시판을 열어두고 있다.
외국에선 내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전개해온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 꼽힌다. 구글은 직원이 업무 시간의 20%를 자기 업무 외의 다른 분야를 들여다보는 데 쓰도록 하는 ‘20% 룰’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구글 맵스, 지메일 등이 20% 룰 덕분에 만들어진 히트상품이다.
최고경영진의 독려와 관심이 부족하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주춤거리게 되고, 제안된 혁신 아이디어는 도중에 책상 서랍에 묻히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엘지의 경우, 올해 초 구본무 회장 주재로 열린 1박2일 세미나의 글로벌 사장단회의에서 한 주제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다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에볼라 백신 동물실험 10년 전 성공…제약사 외면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이 이미 10년 전에 동물실험에 성공했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의 외면을 받아온사실이 드러났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은 10년 전 동물실험에서 100퍼센트의 효과를 보이는 에볼라 백신을 개발했으며 이를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백신은 인체 감염성이 적은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VSV)의 유전자를 제거하고 에볼라 유전자를 조합해 체내에 에볼라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원리로, 원숭이 실험결과 완벽하게 바이러스를 막아냈다.
당시 연구진은 2년 안에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고 2010∼2011년사이에 백신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가지 걸림돌을 간과했다.
에볼라가 창궐한다해도 감염자 수가 수백명에 불과하고 발병지도 주로 가난한 나라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통상 10억∼15억 달러가 소요되는 백신 상품화 비용을 선뜻 감당하려는 제약사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에볼라 백신 연구는 1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후 캐나다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아 800∼1천회 주사 분량의 백신이 생산됐으며 2010년 VSV-EBOV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백신은 아직도 기초적인 인체 안전성 임상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당시 백신 개발에 참여했던 갤버스턴 텍사스대학 의과대학의 토머스 게이스버트교수는 “에볼라 백신의 시장이 컸던 적이 없다”며 “큰 제약사로서는 어디에다가 약을 팔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제임스 크로 주니어 밴더빌트대 백신 연구소장도 시제 약물이나 백신으로 동물실험에 성공한 연구진들은 종종 연구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약사를 만나지 못하면 이 같은 ‘죽음의 계곡’을 맞닥뜨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발하네…3000 대 1 경쟁 뚫은 발명
케이스충전기 |
발명품 공모 ‘아이디어엘지’ 첫 수상작 케이스충전기·안전무선이어폰
15일 오전 11시 ‘아이디어엘지’ 누리집(www.idealg.co.kr)에 팝업창이 하나 떴다. ‘축하드립니다. 아이디어 엘지의 첫 최종 선정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팝업창은 ‘케이스 충전기’(가칭·사진 위)와 ‘패션 안전 무선 이어폰’(가칭·아래)이 당선작임을 알렸다.
엘지(LG)전자가 지난 7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아이디어엘지의 첫 선정작이다. 두 개의 아이디어는 1차 등록기간(7월14일~8월14일)에 접수된 6500여개 가운데 예선, 본선, 결선 과정을 거쳐 뽑혔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평가와 사내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의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같은 시간 누리집을 확인하던 전우석(26)씨는 뛸 듯이 기뻤다. 지난 3월에 대학을 졸업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아무나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응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어 다른 공모전에 비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전씨 아이디어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충전기 코드와 유에스비(USB) 단자를 내장해 별도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거나 보조 배터리를 구입하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그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하루에도 두세번씩 갈아 끼우는데 그런 불편함을 없애려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안전무선이어폰
위험소리 감지…저절로 음량 줄여
케이스충전기
휴대폰 끼우면 배터리 안 갈아도
패션 안전 무선 이어폰 |
다른 당선작인 ‘패션 안전 무선 이어폰’은 식음료 회사에 다니는 김재훈(34)씨가 낸 아이디어다. 이어폰에 주변의 위험한 소리를 감지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자동차 경적이나 충돌 소리가 외부에서 들리면 자동으로 음량을 줄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선작들은 앞으로 색상·디자인 등 추가적인 소비자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동시에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성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과한다면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에 나오기까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씨는 기대에 차 있다. 제품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수익도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지전자는 해당 제품 매출액의 4%를 초기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4%를 평가와 제품 개발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줄 계획이다. 전씨는 “만약 수익금이 생긴다면 창업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엘지는 현재까지 등록 아이디어 약 1만건, 참여자 13만여명으로 순항하고 있다. 12월에는 두번째 당선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엘지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최상규 부사장은 “‘아이디어엘지’는 일반인도 누구나 혁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공간”이라며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업해 혁신제품을 지속 발굴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있다. 중소기업 관련 문제도 해결 과제 가운데 하나다. 아이디어가 훌륭해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해당되는 품목인 경우 채택되기 어렵고 유사한 제품도 중소기업 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엘지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테슬라’ 모르면 삼성·현대는 큰코다친다
2012년 6월 출시한 테슬라의 모델S는 전기차는 성능이 안 좋다는 편견을 깨고 벤츠, 베엠베(BMW), 지엠의 고급세단과 견줘 뒤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
[토요판] 뉴스분석, 왜?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도전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일론 머스크는 열두살에 비디오게임 ‘블랙스타’를 만들어 500달러에 게임잡지에 팔았습니다. 엉뚱한 상상을 실행에 옮긴 것에 재미를 붙인 이 소년은 끊임없는 도전에 나섰습니다. 온라인콘텐츠업체 ‘집투’, 온라인결제대행 서비스 ‘페이팔’ 성공 신화에 이어 우주항공, 태양전지 등 미래 아이템에 몰두한 머스크가 막강한 성능의 전기차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그는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을까요?
그와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지난 6일 비즈니스 전문지인 <쿼츠>는 “스티브 잡스가 숨지고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후계자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잭 도시(트위터, 스퀘어 창업자), 팀 쿡(현 애플 시이오)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적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5월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의 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일론 머스크가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가 아니다. 그는 잡스를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사회관계망 질의응답 서비스인 쿼라에는 ‘머스크가 잡스의 후계자인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의견은 분분하다. 그가 잡스처럼 20대에 창업해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가 된 점이나,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젖힌 것처럼 테슬라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면이 비교되기도 한다.
세계 최대의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
지금 그의 말 한마디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다. 지난 14일 그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라인>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존의 직접 판매 방식만을 고수하지 않고, 딜러를 통해 자동차를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날 바로 미국 주요 매체들에 인용되며 퍼져나갔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발언이 화제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테슬라는 유통 부문에서도 딜러를 이용하지 않는 직접 판매로 가격을 낮췄다. 이는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뉴저지주를 비롯해 메릴랜드,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 직접 판매가 금지됐다. 테슬라는 이들 주에서는 전시장에서 자동차를 보여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만 주문을 받아왔다. 테슬라가 기존의 판매방식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을 비치자 업계와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9일 주력 차종인 ‘모델S’의 2015년형인 ‘모델D’에 자동운전장치인 ‘오토파일럿’ 기능이 담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론 레이저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를 머스크는 “90%의 오토파일럿이 되는 자동차”라고 표현했다. 원래 자동운전 기술은 구글이 개발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글은 수년간 무인(자동운전) 자동차를 시험운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내년부터 테슬라 모델D를 통해 자동운전을 체험하게 될 공산이 크다. 테슬라는 구글을 단박에 앞지를 태세다.
이밖에도 올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시장을 놀라게 한 사례는 많다. 올해 2월 테슬라는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거대한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9월 공장 부지로 네바다주를 선정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전량 공급하는 파나소닉도 기가팩토리에 공동투자를 약속했다. 기가팩토리는 2017년부터 가동해 2020년부턴 연간 35㎾h 상당의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35㎾h는 지난해 전세계 리튬이온전지 생산량인 33㎾h보다도 많은 양으로 테슬라는 이 공장을 발판 삼아 2020년부턴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올 6월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가 가진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다른 업체가 우리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를 만들어도 우리는 절대 소송을 걸지 않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화제를 몰고 다니는 테슬라의 주가는 24일 기준으로 235.3달러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19달러였던 주가가 1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은 293억달러(31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2만2477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테슬라가 단 한번에 지난해 473만대를 판 현대차(시가총액 38조원), 282만대를 판 기아차(시가총액 22조원)와 어깨를 겨루는 기업이 된 것이다. 그 기세는 아이폰 하나로 시장의 판을 뒤집은 애플을 떠오르게 한다.
차 내부에 있는 17인치 화면으로 내비게이션, 에어컨, 오디오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의 아이폰이 될 수 있을까? 테슬라로 인해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릴까? 예측은 쉽지 않지만 테슬라가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추측할 순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가 공통적으로 중요시하는 것이 ‘사용자의 경험’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면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구현하려 했는지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일론 머스크도 2012년 6월 출시한 모델S에서 같은 것을 기대했다. 그가 모델S를 대중에게 처음 소개하는 장면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 2011년 10월1일 일론 머스크는 모델S를 직접 운전하고서 3000여명이 모인 신차발표회의 단상에 올랐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동승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하차한다. 옆좌석과 뒷좌석에서 다섯명이 내리고도 트렁크를 열자 어린아이 두명이 더 나온다. 그가 트렁크에서 짐가방들을 꺼낸 뒤 “이 차에 7명이 타고도 상당한 짐을 실을 수 있다”고 말하자마자, 또 한사람이 보닛을 열고 ‘프렁크’(프런트+트렁크의 합성어)에서 튀어나온다. 실제 프렁크에 사람이 타지는 않지만, 모델S가 가솔린 자동차와 달리 기계장치들이 복잡하지 않아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차 앞으로 걸어오면서 머스크는 말한다. “오늘은 전기차 중의 최고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차 중에 최고를 소개하려 한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의 전기차’가 아니라, 그냥 ‘최고의 차’라고 소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델S가 전기차의 단점을 여럿 해결했기 때문이다. 모델S는 최대 302마력으로 웬만한 포르셰 스포츠카와 힘이 맞먹는다.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로 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6초, 한번 충전하면 최대 426㎞를 주행한다. 모델S가 이런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테슬라가 모델S를 출시하기 이전까지 지엠(GM), 도요타, 현대, 폴크스바겐 등의 대기업들은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인 엔진을 보조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주로 만들었다. 간혹 전기차를 만들어도 경차나 소형차였다. 배터리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전기를 보조적인 구동수단으로 삼는 소형차를 만든 것이다.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전기차 중의 최고’가 아니라
‘최고의 자동차’를 만든다”
미국에선 이미 매진 행렬
급속충전, 자동운전, 스마트카…
자신만만하게 기술도 공개
테슬라는 자동차의 미래가 될까
산업과 경제 패러다임 바꾸는
머스크는 더 대담한 꿈을 꾼다
노트북 배터리 사용…충전시간이 숙제
하지만 테슬라는 달랐다. 2008년 2500대만 한정 생산한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대형 고급차를 지향했다. 모델S에는 배터리 약 7000개를 교류와 직렬로 복잡하게 연결한 배터리팩을 차체 아래쪽에 깔았다. 테슬라가 이용한 배터리는 18650 리튬이온전지다. 지름 18㎜, 길이 65㎜라서 18650이란 이름이 붙은 이 원통형 전지는 1970년대 개발돼 노트북 피시 등에 흔히 쓰인다. 테슬라가 아주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한 것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다른 업체들은 이 배터리가 무겁고 발열이 심하다며 리튬폴리머나 니켈수소 전지 등을 전기차에 사용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무거운 이 배터리를 고집했다. 덕분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체를 가볍게 해도 무게가 2톤이 넘는다. 발열이 심한 문제는 배터리팩 내부에 환기, 열차단 시스템을 만들어 해결했다. 품질을 내세우자 소비자들은 바로 반응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모델S의 평점을 99점으로 매겼고, 현재까지도 모델S는 생산되는 즉시 판매될 정도로 예약이 차 있다. 올해엔 3만5000대를 생산·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충전시간이다. 모델S는 흔히 볼 수 있는 110V나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충전할 때까지는 1시간가량이 걸린다. 기존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을 상당히 줄였지만 대중화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는 20분이면 충전이 가능한 테슬라 전용 충전소 ‘슈퍼차저’를 미국 전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 세우는 것이다. 자사 자동차는 무료로 충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누리집을 보면, 170개의 충전소가 미국에 이미 세워졌고 2015년 말이면 미국 어디서든 반경 160㎞ 안에서 충전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이면 일본, 중국 전역으로 충전소가 확대되고, 동유럽과 러시아, 터키에도 세워질 예정이다.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충전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방안은 배터리 교체다. 지난해 8월 머스크는 “모델S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체하는 데 9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가솔린 자동차를 주유하는 시간보다 짧다”고 밝혔다. 배터리 ‘충전’이 아닌 ‘교체’가 가능하다는 이 아이디어는 전기차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기차의 영원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여러 차례 상상을 현실로 보여주며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다. 로이터 |
그의 꿈은 태양광 자동차?
테슬라의 전기차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스마트기기와 융합한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면 여러 개의 화면이 눈에 띄고 가운데에 제일 큰 17인치 화면이 있다. 일종의 태블릿피시다. 여기서 운전 이외의 내비게이션, 오디오, 에어컨, 좌석 조정 등 각종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모터는 엔진과 달리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에도 최적의 환경이다. 자동차는 전원이 들어오는 즉시 통신망에 연결된다. 머스크는 내년 출시할 ‘모델X’를 소개하며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그 자리에 카메라를 달겠다고 밝혔다. 즉 운전하면서 뒤쪽이나 옆을 볼 때 사이드미러 대신 앞에 있는 화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테슬라가 꿈꾸는 미래도 야심차다. 2016년에 모델S의 반값인 3만5000달러(3700만원)에 ‘모델3’를 출시해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엔 연간 판매량 5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더 대담한 꿈을 꾼다. 그는 “10년 안에 ‘전기차 패리티’ 달성이 가능하다”고 공언한다. 전기차 패리티란 전기차를 구매해 이용하는 가격이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의미다. 전기차 패리티에 앞서 언급되는 것이 ‘그리드 패리티’인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이 기존 발전시설의 전력생산 비용보다 저렴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머스크는 그리드 패리티와 전기차 패리티, 양쪽 모두의 기술혁신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는 태양전지업체인 ‘솔라시티’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자를 겸하고 있다. 또한 처음으로 민간 우주여행을 성공시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16억달러의 우주 화물운송 사업을 수주한 ‘스페이스엑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공동 창업해 ‘여러 차례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경험’이 있는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까.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