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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필름회사의 디지털시대 생존비결 '사업 다각화·구조조정'

성공을 도와주기 2015. 7. 13. 14:19

아날로그 필름회사의 디지털시대 생존비결 '사업 다각화·구조조정'

입력 2012-02-02 15:43:33 | 수정 2012-02-03 13:49:05
고모리 시게다카 후지필름 CEO 

죽는 것보다 수술해 사는게 낫다 
카메라 필름 제조기술 활용…헬스케어·화장품으로 투자확대
2018년 의료분야 매출 1조엔 목표 

일본 기업 단점 털어내다 
2003년 취임후 40개사 M&A…올림푸스 지분 인수도 검토중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후 명예퇴직 등 대대적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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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 코닥이나 디지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차이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았고 이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고모리 시게다카(古森重隆·73) 후지필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WSJ는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름업체인 후지필름이 건재한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후지필름의 성공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 필름시장을 양분했던 이스트만 코닥의 몰락과 대조된다. 이 차이를 만든 사람이 고모리 CEO다.

○고모리, 죽는 것보다 수술해 사는 것이 낫다

고모리 CEO는 1963년 후지필름에 입사, 2003년 6월 최고경영자가 됐다. 샐러리맨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정상의 자리에서 본 회사의 경영은 엉망이었다. 디지털카메라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후지필름의 제품을 찾지 않았다. 주력 분야인 필름사업의 매출은 매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필름부문에 배치돼 있었다. 고모리 CEO는 매일 저녁 임원들과 회사의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임원들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고모리 CEO는 침묵했다.

이미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소니와 니콘, 캐논, 미놀타 등 쟁쟁한 일본 업체들의 제품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산이 높지 않아 보였다. 고모리는 어느 날부터 임원이 아닌 엔지니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기업의 기본이 되는 엔지니어들에게 미래가 달려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엔지니어들에게 “다양한 기술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보자”고 제안했다. 디지털시대의 생존비결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한 것이다. 사업 계획은 은밀히 진행됐다. 경쟁사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시장 조사 및 차세대 사업 투자 등에 대한 연구가 1년6개월 넘게 진행됐다. 2005년 고모리는 평판 디스플레이, 의료장비, 제약, 화장품 등에 대한 투자를 결심했다. 이 모든 사업에 카메라 필름 제조기술을 응용하기로 했다. 대신 전통의 필름부문을 중심으로 5000여명의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이듬해인 2006년 10월 고모리는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했다. 원래 사명이었던 ‘후지포토필름’에서 ‘포토(photo)’를 완전히 빼버렸다.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 것이었다. 사진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고모리는 “당시 내부에서 (나에 대해)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모두가 두려워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사업확장의 근간인 필름 관련 기술은 버리지 않았다. 필름 개발과정에서 사용된 20만점의 화학물질을 활용, 제약·화장품사업에 응용한 것이다.

2007년 후지필름이 내놓은 ‘아스타리프트’라는 화장품은 필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인간의 피부에 적용해보자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진의 변색을 막는 ‘아스타키산틴’이라는 항산화 성분도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여성 고객들 사이에 ‘아스타리프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덕분에 2007년 이 회사의 매출은 2조8468억엔, 영업이익 2073억엔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34년 설립 후 70여년 동안 쌓아온 후지필림의 필름제작 관련 화학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사업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후지필름은 투명성과 얇은 두께, 균일한 표면을 유지해야 하는 필름 기술을 활용, LCD 패널 소재기업으로 변신하는 데도 성공했다.  

고모리는 “필름을 만드는 데 적용하는 나노기술을 화장품과 의료기술 등에 접목시킨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죽는 것보다 차라리 수술해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변신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M&A도 성장의 동력 

고모리의 또 다른 승부수는 공격적 인수·합병(M&A)이었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업체는 모두 M&A 대상이다. 고모리가 CEO로 취임한 후 지난해까지 후지필름은 국내외 40개사 M&A에 90억달러(10조원)를 썼다. 2008년 일본 제약회사인 도야마화학을 인수했고 세계 2위 제약사인 독일 머크의 자회사 두 곳을 400억엔(5200억원)에 사들였다. 인도의 대형 제약회사인 닥터 레디스(DRL)와 공동으로 의약품 제조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후지필름과 DRL의 지분율은 각각 51%와 49%다. 후지필름은 현재 2600억엔 수준의 제약 부문 매출을 10년 안에 1조5000억엔(20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올 들어선 미국의 초음파 진단장비제조업체 소노사이트를 9억9500만달러(1조1280억원)에 사들였다. 분식회계로 논란을 빚고 있는 광학렌즈업체인 올림푸스의 지분 인수도 검토 중이다. 올림푸스가 70%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내시경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고모리는 “올림푸스가 지원을 요청한다면 돕고 싶다”며 “구체적 결정은 4월 말 주주총회가 열린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2조3000억엔의 매출을 올린 후지필름은 2018년에 의료분야에서만 1조엔(1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고모리는 M&A를 통해 의사 결정이 더디고 추진력이 약하다는 일본 기업의 단점을 철저히 털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고모리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2008년 명예퇴직 등 한 번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동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본 기업들의 전통으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모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엔화 강세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으로 모든 분야가 타격 받기 시작한 것.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4~9월) 후지필름의 전체 매출 중 55%가 해외에서 이뤄졌다. 그만큼 후지필름이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그는 달러당 엔화가치가 85~90엔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76엔대를 형성하고 있다.

고모리는 “엔화 가치가 더 올라가면 일본 내 공장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순익도 지금의 절반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후지필름은 해외 생산 공장을 더 많이 짓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한다는 사업 계획을 세웠다. 고모리는 “수출로 성장해온 일본 기업들에 유럽 재정위기, 엔고 등은 넘어야 할 과제”라며 “나를 믿고 있는 직원들을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고모리 시게다카는…

△1939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 출생 △1963년 도쿄대 경제학과 졸 △1963년 후지필름 입사 △1996년 후지필름 유럽지사장 △2003년~현재 후지필름 최고경영자 

 

 

'혁신' 되찾은 일본기업, 더 강해졌다

합병 후 1년간 '철' 깎는 구조조정…세계 최대 이익 낸 신일철주금

입력 2015-04-02 21:02:22 | 수정

 (4·끝) 수익성 위주로 사업 재편 

신일철주금, 저수익 라인 과감한 조정 
고로 1기 가동도 중단…5% 넘는 영업이익률 기록

스미토모화학, 에틸렌공장 50년만에 폐쇄
농업·제약·에너지 등 집중…적자 털고 작년 순익 450억엔

일본 지바현에 있는 신일철주금 기미쓰제철소 내 열연공장에서 슬래브가 압축 롤러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신일철주금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일본 지바현에 있는 신일철주금 기미쓰제철소 내 열연공장에서 슬래브가 압축 롤러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신일철주금 제공

도쿄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가면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지바현.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住友金屬)의 합병으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세계 2위 철강사로 올라선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의 기미쓰제철소가 있는 곳이다. 도쿄돔야구장 220개 넓이의 이 제철소는 규슈 오이타제철소와 함께 연간 조강생산량 1000만t을 넘는 신일철주금 최대 제철소 중 하나다.

지난달 9일 이 제철소의 열연강판 공장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슬래브가 덜컹거리며 여러 개의 압축 롤러를 통과한 뒤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열연강판이 튕겨 나왔다. 하지만 기미쓰제철소는 내년 3월 말 쇳물을 만드는 고로 3기 중 한 기의 가동을 중단한다. 지난해 강관 생산라인을 이바라키현의 가시마제철소로 이전한 데 이어 두 번째 생산라인 조정이다.

제철소가 고로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사람의 심장을 덜어내는 것과 같다. 일본에서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일철주금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중복되는 사업 영역을 없애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구조조정에 수동적이라는 얘기도 이제 옛말이다. 경쟁사와 합병하고 주력 사업도 서슴없이 정리하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신일철주금, 2년간 1800억엔 절감 

신일철주금 등장 전 일본 철강산업의 위상은 초라했다. 1970년부터 1997년까지 28년간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이던 신일본제철이 2010년 아르셀로미탈과 포스코 등에 밀려 6위까지 추락했다. 신일본제철의 선택은 일본 내 3위 업체인 스미토모금속과의 합병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신일철주금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데 머무르지 않고 주특기를 철저히 살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조정했다. 과거 신일본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에, 스미토모금속은 에너지용 강관에 경쟁력이 있었다. 강점을 가진 분야의 생산을 늘리는 대신 저수익 라인은 과감히 조정했다. 16개 생산 거점 중 기미쓰제철소 등 4개 제철소의 강판 및 강관 관련 14개 라인의 생산을 중단했다. 내년 3월 기미쓰제철소 고로에 이어 2019년 3월에는 기타큐슈의 고쿠라지구 내 고로 한 기도 가동을 중단한다.

생산 합리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만 1200억엔의 원가를 절감한 데 이어 2014회계연도에는 600억엔을 더 줄였다.

2017년에는 지금보다 1500억엔을 더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덕분에 신일철주금은 세계 최고의 수익성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났다. 2013회계연도에 매출 5조5161억엔, 영업이익 2983억엔으로 5.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1990년 이후 23년 만에 포스코의 영업이익률(4.8%)을 뛰어넘었다. 순이익(2427억엔)은 세계 최대였다. 합병 1년 반 만의 결실이다. 2014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은 6.1%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해외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2017년 경상이익률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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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토모화학, 구조조정으로 흑자전환

지바현에서는 또 다른 회사의 사업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 2위 종합화학사인 스미토모화학이 생산량 연 42만t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공장을 내달 폐쇄할 예정이다. 1965년 문을 연 지바 에틸렌 공장은 이 회사에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 이전까지 비료와 살충제 정도를 만드는 데 그쳤던 스미토모화학이 명실상부한 종합화학기업으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스미토모화학은 관련 설비 중 쓸모있는 것은 다른 회사에 매각한 뒤 일본 내 에틸렌 생산을 중단한다. 

지난달 18일 도쿄 스미토모화학 본사에서 만난 나카지마 주니치 홍보부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해온 구조조정이 일단락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석유화학 등 전통 화학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개 주요 사업 부문 중 정밀화학 부문을 없앤 데 이어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기초화학 부문도 폐지할 예정이다.

빈자리는 제약과 건강·농업, 환경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채워진다. 나카지마 부장은 “스미토모화학은 배아줄기세포 등 의학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스미토모화학 연구팀이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함께 줄기세포에서 망막을 재생하는 신기술을 개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회사에서는 2012회계연도 순손실이 511억엔에 달했지만 2014회계연도에 순이익 450억엔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산한다. 3년간 1조9000억엔대에 머물던 매출도 지난해 3월 결산 때 2조2438억엔으로 뛰었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실적 개선은 단순히 엔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절치부심하며 진행한 구조조정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특별취재팀=서정환 도쿄특파원(팀장), 노경목(지식사회부), 남윤선(산업부) 기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 

지바=서정환 특파원/도쿄=노경목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