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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동화 속 같다 했다, 그게 우리 집이다

성공을 도와주기 2016. 12. 26. 09:4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72322&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누군가 동화 속 같다 했다, 그게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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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 낮은 집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 

안채에는 거실을 가운데 두고, 앞마당 쪽으로 나있는 커다란 미닫이문과 뒷마당(우리 살림집이 있는 방향) 쪽으로 나있는 자그마한 뒷문이 있다(아마도 옛날에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집 뒤쪽 텃밭에 가는 데 이용하던 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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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배관 공사를 하면서 뒷마당이 훌쩍 높아져버려서 가뜩이나 낮은 안채가 더 낮아졌고, 작은 뒷문도 뒷마당보다 턱이 낮아져서 비가 오면 자칫 물바다가 돼버릴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 뒷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득 '현관을 바깥으로 빼서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반짝하고 떠올라 말하자, J는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니까 바깥쪽으로 벽과 지붕을 빼서 문을 하나 달고, 원래 있던 뒷문이 현관 안쪽의 중문이 되는 것이다.

 바깥 현관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
▲  바깥 현관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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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높아진 뒷마당의 흙을 퍼내고, 바닥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석분과 자갈을 깔고, 미장을 해주는 것으로 현관 공사가 시작됐다. 사진에 보이는 자그마한 구멍(?)이 바로 뒷문인데, 공사하는 동안 여길 지나다니면서 머리를 얼마나 많이 부딪혔는지 모르겠다. 이 문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옛사람들의 키는 도대체 얼마나 작았던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바깥 현관을 만들기 위한 골조 작업
▲  바깥 현관을 만들기 위한 골조 작업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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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미장을 마무리한 후, 현관 지붕을 뺄 만큼 지붕을 잘라내고, 방부목(외장에 쓰이는 방부 처리가 된 나무)으로 현관 골조를 세웠다. 위에 보았던 원래의 뒷문보다 훨씬 높이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키가 좀 큰 남자들이 드나들기에는 여전히 머리를 조심해야 할 높이이긴 하다. 더 높일 수도 있었지만, 원체 낮은 집에 높다란 현관을 만들자니 영 어울릴 것 같지가 않았다. 작고 아담하게 만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들어오는 창을 만들었다.
▲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들어오는 창을 만들었다.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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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쪽 벽면에 해가 질 때 빛이 들어오도록 창이 하나 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고, J는 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루끼(각목)를 이용해 창틀을 만들었고, 나는 새빨간 색으로 그 창틀을 칠했다. 

이후 유리 삼촌이 재단해준 유리를 창틀에 실리콘으로 고정시키고 24시간씩 양쪽을 말려주면 창문이 완성된다. 그렇게 서쪽 벽면에 자그마한 빨간 창문이 생겼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정말 '또똣'(따뜻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하다.

 업-사이클링 현관문 만들기1
▲  업-사이클링 현관문 만들기1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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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현관의 문은 유리 삼촌네서 얻어온 창문으로 '업-사이클링(up-cycling)' 해서 만들어 달기로 했다. 유리 삼촌네 공장에 가서 오래된 하얀 창문을 얻어왔다. 이 창문에다 나무를 덧대어 문을 만들었다. 바깥문으로 쓰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유리창이 많은 예쁜 이 문을 끝내 포기할 수가 없었다. 

 현관문 만들기 - 마스킹 작업
▲  현관문 만들기 - 마스킹 작업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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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튼하지는 않지만 예쁜 현관문이 만들어졌다.
▲  튼튼하지는 않지만 예쁜 현관문이 만들어졌다.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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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덧대어준 나무 부분에 젯소(하도)칠을 하고, 유리창 부분에 일일이 다 마스킹 테이프를 붙였다. 하하. 많기도 하지(그래도 마스킹 작업이 할 때는 귀찮은 작업이지만, 막상 해놓고 보면 페인팅 작업을 할 때 참 편하고 좋다.) 마스킹 후, 크림 색상 페인트를 조색하여 칠해주었다. 페인트가 충분히 건조되면 마감재로 마감 코팅을 한다. 마지막으로 유리창 하나하나 실리콘 처리를 하면 우리의 멋진 문이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업-사이클'이 아닌가? 버려진 창문을 이용해서 현관문을 만들었다. 업-사이클은 뭐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바로 우리 가까이 주변에 버려지거나 쓸모가 없어진 것들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이다. 

나도 할 수 있고, 당신도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구를 아끼는 마음과 항상 주변에 대한 관심과 작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배웠다. 

우리는 이 공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우고 있었다. 단순히 집을 짓거나 고치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작은 것들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바깥 현관 너와 벽 작업
▲  바깥 현관 너와 벽 작업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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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의 후반기. 우리는 대대적인 뒤현관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지은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거무튀튀하게 칠해놓은 현관의 외벽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J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너와벽을 하는 게 훨씬 예쁠 것 같긴 해.. 그치?"

J는 계속되는 공사에 지쳐있었고, 어서 빨리 공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냥 그대로 두고 싶어 했었지만, 아무래도 자상하고 좋은 남편인 J는 내 간절한 눈빛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J는 나를 차에 태우고 한림에 위치한 제재소로 향했다. 시다 셰이크(라고 불리는 너와 나무)를 구하기 위해서. 한림 중산간에 위치한 제재소인데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셨고, 삼나무를 켜둔 너와 나무도 값싸게 구해올 수 있었다.

 바깥 현관 너와 벽
▲  바깥 현관 너와 벽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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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모양으로 켜져 있던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못으로 박아주었다. 땡볕에 무지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나의 부탁 때문에 J가 더운 날에 항상 고생이었다.. 고마워, 남편!

 손님 엄지씨가 찍어준 너와 현관의 모습
▲  손님 엄지씨가 찍어준 너와 현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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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정성 들여 하나하나 박은 너와 벽에 나는 외부용 스테인으로 마감처리를 했다. 나무의 색이 짙어졌다. 옆의 흙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너와 벽을 하지 않았으면 정말 어쩔 뻔했나, 싶었다. 

미리 만들어둔 문도 달아줬다. 위의 사진은, 공사를 마치고, 마침내 민박집에 손님을 받기 시작했을 때, 1인실 손님으로 다녀간 엄지씨가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낮은 집의 흙벽과도 참 잘 어울리고, 잔디마당과도 어울린다.

짧게 나온 처마 끝에 바당(바다의 제주말)에서 주워온 대나무로 어설픈(그렇지만 예쁜) 물받이도 달아줬다. '부디 태풍만 잘 견뎌다오'라고 생각했는데, 올여름에는 웬 일인지 제대로 된 태풍 하나 오지 않고 고요히 지나갔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고, 꼭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 바람과 햇볕 그리고 우리가 드나들 문 만들기 

 안채 뒷 중문 만들기
▲  안채 뒷 중문 만들기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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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색의 중문
▲  파란색의 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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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뒤 현관의 중문은 현관의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관계로 양문형으로 만들어 달기로 했다. 합판을 앞뒷면 재단 후, 가운데 각목을 대고 그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고 조립하면 된다. 윗부분에는 작은 유리창을 내주기 위해 구멍을 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사할 때 우리는 참 사소한 일들로 많이 다툰 것 같다. 뒷문에 유리창을 내느냐 마느냐를 두고도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다. 그만큼 작은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다. 

문을 어떤 색으로 칠할 건지도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이겨서 파란색으로 칠한 건 정말 잘한 것 같다!

 작은방 문 업사이클링
▲  작은방 문 업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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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방 문 꾸미기
▲  작은 방 문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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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사이클링 미닫이 문
▲  업-사이클링 미닫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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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방(1인실)은 원래 있던 문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원래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는 미닫이 문인데, 버리고 새로 만들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어울리지 않아 여러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문을 최대한 나의 취향대로 꾸며보기로 했다. 

우선, 나무에 가까운 색의 페인트로 열심히 칠했다. 멀리서 얼핏 보면 나무문 같기도 하다. 거기에 뭔가 포인트를 주기 위해 스테인드글라스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J가 열심히 격자를 그렸다. J와 사이좋게 한 칸씩 나눠서 그림을 그렸다. 낮에는 현장 작업, 밤에는 이러한 야간작업이 이어졌다. 하나씩 알록달록 그리다 보니 꽤나 마음에 들었다.

 안채에서 발견한 오래된 나무문
▲  안채에서 발견한 오래된 나무문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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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문 보수하기
▲  나무문 보수하기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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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손길이 닿아 다시 쓸모를 찾은 오래된 문
▲  우리의 손길이 닿아 다시 쓸모를 찾은 오래된 문
ⓒ 박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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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방의 문은 안채 철거할 때, 방의 안쪽에서 나온 나무 문살이 있는 옛 미닫이 문을 고쳐서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부러진 문살 부분에 나무를 얇게 잘라 보수해주고, 약해진 부분을 보강해주었다. 하나하나 사포질 하고, 먼지를 닦아내고, 비슷한 색감의 스테인으로 싹 칠해주었다. 그 다음에 하얀 창호지를 붙였더니, 엄청나게 아름다운 문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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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00년 된 건물을 사람 사는 집으로 만들어라
② 100년 된 집에서 찾아낸 '오래된 보물'
③ 제주 농가주택 고쳐서 살기, 현실을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