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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영업자가 돈 벌지 못하는 이유

성공을 도와주기 2016. 12. 27. 09:58

한국에서 자영업자가 돈 벌지 못하는 이유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6.12.27 06:30 댓글 18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같은생각 다른느낌]개인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수익 내기 힘든 자영업]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실직하거나 조기 퇴직한 50대들이 그동안 모은 자산으로 자영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수익은 나지 않고 빚만 늘고 있다. 2015년 기준 자영업자 중 50대가 32.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50대와 자영업자 가구가 빚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부채가 50대 가구주는 8385만원, 자영업자 가구주는 9812만원으로 평균 6655만원보다 26~47% 가량 많다.

또한 22일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의하면 매출액 4600만원 미만 자영업자는 51.8%로 절반 이상이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장 임차료나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실제로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자영업자 빈곤율은 상용근로자 4.1%의 3배가 넘는 12.9%에 이르러 곡소리가 날 지경이다.

이렇게 자영업을 해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22일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영업체의 경영상황’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07~2014년 사이에 자영업체가 많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그 이유는 통상 언급되는 인건비·임차료 증가가 아니라 매출액의 정체라고 분석했다.

매출액이 정체된 이유로 서비스업 수요의 지속적인 약화를 들고 있다. 2015년 소득 대비 비주거 소비지출의 비중이 50% 수준까지 줄었다. 주거관련 비용의 증가로 비주거 소비지출에 쓸 돈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매출 정체의 이유는 경쟁의 심화이다. 대형마트·아울렛 등의 대기업과 전자상거래 업체가 자영업자의 경쟁상대로 급부상했다.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아울렛·대형마트 같은 슈퍼 자영업자 수는 2007년 375개에서 2014년 537개로 증가했다. 또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약진으로 온라인 쇼핑몰 판매는 2005년 10.7조원에서 2015년 53.9조원으로 5배 성장했다.

한국은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으로 대기업·전자상거래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 격이다. 2015년 약 479만명의 등록 자영업자 중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392만8000명, 82.0%에 달한다.

결국 사업에 능숙하지 않은 초보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에 가입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는 대규모 회사의 영업 노하우와 마케팅을 빌리는 대신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초기 위험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 이익의 일정부분을 프랜차이즈 본사와 공유하기 때문에 매출기반이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영업이익률이 줄게 된다. 프랜차이즈를 가입해도 가맹점들은 높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비가맹점의 1/2~2/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자료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7.4%로 34개국 중 4번째로 높다. 이런 이유는 결코 창업을 선호해서가 아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직장에서 밀려난 유휴인력이 대거 도소매나 식음료 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자영업자 수가 많다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좋을 수 없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떠밀려 계속해서 자영업에 뛰어든다면 ‘제살 파먹기’식이 되고 파산을 늘릴 뿐이다. 설령 좋은 아이템을 발굴해도 대기업이라도 등장하면 마케팅에서 밀리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술 탈취가 발생해도 대응할 여력조차 없다.

자영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려면 거시적으로 실물경제 활성화로 가처분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여력이 늘어나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창업은 대체가 아닌 보완적인 관계로 같이 증가해야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프랜차이즈 본사만의 이익극대화가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의 업권과 적정 이윤 보장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대내외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개인 능력과 노력만으로 수익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래저래 고달픈 자영업의 길이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