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만난 사람(6) 백년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폴 김 CTO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의 조건 “직원들이 질문하게 하라”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사진 우상조 기자
폴 김(Paul Kim)은 재기발랄한 교육공학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인 그는 CTO(최고기술경영자)로서 혁신리더 양성과 창업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직원들을 위한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인터뷰는 5월8일 중앙일보 7층 인터뷰룸에서 진행됐다.
폴 김(46) 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다. 그는 인천 태생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1999년 남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교육 심리학 및 기술 교육을 받았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최대 온라인 대학교인 피닉스 대학교의 CTO로 있으면서 버추얼 강의실, 시뮬레이션 시스템 등 혁신교육 환경 및 운영체제를 개발했다. 2001년 스탠퍼드 대학교로 부임한 후에는 교육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개발하고 운영해왔다.
폴 김 교수는 특히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을 오가며 교육의 접근성과 형평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발군의 능력자다. 지구촌 곳곳을 직접 누비며 ‘국경 없는 교육’을 실천하고, 중동, 남미,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교육정책 프로젝트와 자문을 맡아 수행한다. 그가 개발한 스마일(SMILE, 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과 기업경영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는 글로벌 인사로서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탁월한 CTO다. 혁신을 추구하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신예 경영구루라고 할 수 있다. 포브스가 그를 인터뷰한 이유다.
교육공학자이자 CTO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저는 실험적인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개발하고, 개발한 프로그램과 모델을 전세계 교육 현장에 활용해보고, 그 장단점을 분석하고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하는 교육공학자다. 저는 또한 저 자신이 교육산업에서 일하는 기업가다. 현재 미국에서 교육기술 관련 산업에 투자된 돈이 30억 달러나 될 정도로 교육기술 산업은 핫한 시장이다. 미국의 유수한 글로벌 출판회사들이 교육공학 관련 회사들을 인수합병(M&A)해 디지털 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코칭이나 자문 역시 제가 하는 일이다. 교육기술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온라인 교육시스템 개발한 선구자
폴 김 교수는 일찍이 1990년대에 5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한 교육공학의 선구자다. 현재 기업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관련해 지식교육 관련 기업들의 리더십 트레이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을 위해 어떤 강의를 하는가?
온라인 강의가 많다. 많은 기업들, CEO들과 인터뷰 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리더십이나 평생교육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한다. 강의 방법도 혁신해가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PDF파일로,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은 멀티미디어를 주로 사용해서 강의하는 데, 저는 직접 게임하는 것처럼 시물레이션을 해보는 그런 강의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가 버전1이라면 스탠퍼드가 만든 것은 버전2, 제가 하는 것은 버전3다.
문화가 바뀌어야 혁신도 가능하다
백년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직원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업데이트하고 리뉴얼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은 한가지만 잘해서는 안되는 세상이다. 이미 지난 2009년~2012년 조사 자료에도 직원 1명당 5개 이상의 기술(능력)을 습득하고 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금은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한 사람이 15개 이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는다.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10~15년 후 취업할 때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직업의 65%가 없어진다. 그때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요즘 기업들의 평생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 사업이 온라인 공개 수업 플랫폼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유명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 등이 그런 회사들이다. 제 두 딸도 스탠퍼드에 온라인으로 들어가서 강의를 듣는다. 미국에서 시작돼 독일, 일본, 중국, 스페인 등에서도 각 나라의 언어를 지원하는 MOOC 기업이 생겼다. 한국에도 K-MOOC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이 직원들을 위한 학습센터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 같다.
그렇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직원에 대한 평생교육이 필수다. 기업이 주도하는 평생교육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 기업을 통해 가능하다. CTO인 저는 그런 분야에서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에 유데미(UDEMY)라는 온라인 교육기업이 있다. 린다닷컴, 플러럴사이트, 트리하우스와 함께 유료 MOOC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실무대학인데, 40달러만 내면 직장인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어떤 것이든 신청해 수강할 수 있다. 유데미가 내건 슬로건은 ‘어떤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배울 수 있다’(Anyone can learn anything)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이런 교육회사와 계약을 맺고 직원들의 교육을 책임질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무제한 교육리필이다. (웃음) 물론 교육비는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 기업들만이 미래에도 살아남아 백년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그냥 안전하게 지금처럼 가자는 생각이 기업에 팽배해지면 기업가정신은 사라지는 것이다.
질문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혁신 어려워
어떻게 하면 쇠퇴해가는 기업가정신을 진작시킬 수 있을까.
모든 변화는 문화적 변화에서부터 온다. 기업도 CEO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문화의 차이가 혁신의 차이를 만든다. MOOK도 그렇다. MOOK를 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온라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이 빨리 성장하고 항상 혁신의 모드로 남아있으려면 직원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직원들이 하루 시간의 10%를 자기계발이나 취미, 봉사활동에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제가 몸담고 있는 스탠퍼드도 마찬가지다. 스탠퍼드의 경쟁력은 다양성이다. 네팔인이건 방글라데시인이건 능력이 있는 교수가 총장도 되고 학장도 된다. 인종이나 성별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오롯이 능력 위주다.
아직, 한국은 그 단계는 아니다.
물론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출신이어야 서울대 교수가 되고, 부학장이 되고, 학장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아이디어의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와야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장이 어떤 문화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그날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회의실의 중심에 앉는다. 자기가 주재하는 게 아니라면 팀장은 맨 끝에 앉아야 한다. 기업도 국가도 그렇다. 달리 말해 지금은 누가 팀장인지, 직원인지 구분이 안 되는 회사일수록 혁신기업이다.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스탠퍼드의 문화가 그렇다. 교수는 맨 끝에 앉아서 코칭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첩 펴놓고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서 말하는 것을 적기 바쁜 문화에서는 혁신이 성공할 수 없다.
폴 김 교수는 최근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출간했다. 문학평론가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와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교사가 할 일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teaching)이 아니라 중요한 맥락을 짚어 주고 학생의 한계와 잠재력을 잘 파악해 도와주고 지도하는(coaching)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요체다. 그러지 않고 교사가 가르치는데만 치중하면 아이들이 생각하고 질문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 특히 스탠퍼드 학생은 학습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수동적이고 질문도 잘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취직이 잘되는지’, ‘삼성 같은 데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로 묻는다. 반면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주로 ‘나는 삼성보다 더 큰 회사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는다. 학교에서부터 습득한 그런 문화의 차이가 취업해서 직장에 일할 때 혁신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문화다. 질문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질문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새로운 사업이 생겨난다. 실리콘밸리에서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역시 혁신의 문제다. 항상 질문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된다.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를 보자. 실리콘밸리 쪽으로 컨퍼런스를 하러 오라는데 호텔 예약하기가 너무 힘든 거다. 비싸기도 하고. 보통 사람이면 그런가 보다, 돈 더 내야지 하고 말았을 거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만든 사람은 과연 호텔만이 주요 선택지인가. 다른 숙박 선택지는 없는가 질문을 던진 거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 나올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인가, 자문하고 뒤뜰에다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에 20달러를 걸었더니 계약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20달러면 텐트도 좋고 화장실은 공유해도 좋다고 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질문을 계속하다보니 에어비앤비가 생겨났다. 이런 사업이 법적으로 가능한가. 비즈니스모델은 과연 적절한가. 트렌드에 적절한 솔루션인가, 질문을 계속했기 때문에 회사가 생겨나고 현재 1억5000만 명의 유저가 생겨났다. 다시 말하지만 질문하지 않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우버(Uber)도 그런 경우인데.
그렇다. 택시나 렌터카 등 여러 가지 옵션이 있지만 이것이 과연 가장 적절한 옵션인가. 질문한 거다. 또 밀레니엄 세대들은 차를 안 산다는 새로운 징후도 포착했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질문을 했기 때문에 적절한 솔루션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기업들 가운데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고 비디오 대여해주는 회사가 있다. 가게에 가서 비디오를 렌트해서 집에서 보고 갖다 주고, 반납 날짜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연체료를 내는 회사다. 그런데 넷플릭스(Netflix)가 나타나면서 우리는 연체료를 없애겠다. 비디오 하나 가져가고 갖다 주면 그때 새로운 비디오를 다시 볼 수 있다고 홍보한 거다. 비디오를 보고 싶은 만큼 보고 연체료도 없고, 갖고 오고 싶을 때 갖고 오고, 다른 비디오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질문을 거듭하며 넷플릭스가 탄생했다. 이러니 그 전의 시장 지배기업이던 블록버스터는 당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블록버스터는 질문하지 않아서 도태된 거다.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디어산업이나 테크놀로지 관련 산업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
미디어나 테크놀로지 관련 산업은 클락 스피드(clock speed)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질문하는 횟수도 많아야 하고, 자주 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자체가 많은 질문을 해야 하는 사회로 변화된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변화된 사회에서 질문이 없거나 빨리빨리 묻지 않고 질문 빈도가 낮을수록, 즉 글락 스피드가 느릴수록, 지속가능성과는 멀어지고 도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산업이든지, 그 산업에서 클락 스피드가 어떤지를 잘 알아서 그에 맞는 질문 빈도, 질문의 양, 질문의 품질을 항상 체크하고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클락 스피드’가 빠른 기업이 살아 남는다
‘클락 스피드’는 폴 김 교수가 자주 사용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그의 말처럼 클락 스피드가 빠른 회사들이 성공하는 시대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네이버 본사는 한 달에 두 번씩 조직 개편을 한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이렇게 잦은 변화를 추구하는 건 빠르게 융·복합되고 있는 정보기술(IT) 특성상 여러 부서 간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폴 김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네이버는 클락 스피드가 빠른 기업이다.
클락 스피드가 중요시되는 시대에 경영자들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조직 내에서 질문을 마음대로 하고, 그것을 자신 있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마련해주는 게 리더십의 역할이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을 수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사실 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니저나 리더, 직원 모두가 어릴 적 학교에서조차 그런 문화를 공부한 적이 없다면? 리더십 부재의 상태를 맞게 되는 거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질문이건 당당하게 해도 개인이 손해가 없고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국가가 지속 가능한 국가가 되고 혁신을 추구하는 국가가 된다. 국가가 질문을 꺼리고 국가지도자에게 질문을 못하고 눈치 보는 문화가 형성되면, 혁신적이고 주도적인 개발을 하거나 선도할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 학교든 기업이든 국가든 결국 다 똑같다. 수동적이고 암기식이고 질문하지 않는 문화에서 수동적인 학생으로 살다가 수동적인 직원으로 일하고 수동적인 리더, 수동적인 국민이 되고 만다. 꽉 막힌 우물 안의 학교, 우물 안의 기업, 우물 안의 국가가 된다. 그러면 클락 스피드가 느려지고 서서히 파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하게 하려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가, 교사가 그런 문화를 익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그 아이가 나중에 기업에 들어가서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폴 김 교수에게 다음 먹거리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저를 찾아오긴 하지만 실은 저도 정답은 잘 모른다.(웃음) 하지만 그런 요청이 올 때마다 항상 얘기하는 게 있다. ‘조직 내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있습니까?’,‘직원들이나 매니저들이나 관리자들이나 경영진이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한번 모아보세요.’, ‘최고경영자들만 하지 말고 밑에서부터 모든 질문을 해서, 그 질문들의 랭킹을 만들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크라우드 소스 해보세요.’ 이것이 제가 하는 조언들이다.
아무리 말단 직원이라도 충분히 질문할 것이 있을 테고, 그 질문이 기업의 존립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만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문화는 어떻습니까?
구글의 경우 직원 모두가 질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리(Dory)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말단직원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질문한다. 전직원이 질문을 평가할 수 있다. 서로 평가를 하다 보면 누구의 질문이 더 중요한 질문인지 최상위 질문이 가려지게 된다. 직원 투표로 최상위에 올라오는 질문에 대해서는 CEO 등 최고책임자들이 직접 공개적으로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점, 아이디어들이 빨리 공유되고, 충분히 논의되며, 책임지는 답변을 할 수 있게 된다. 바람직한 시스템이고 기업문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만들라
한국의 문화 중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다. 그런 조직에서는 도전이나 혁신보다는 다른 조직에서 혁신하는 것을 지켜보고는 그것이나 카피해서 뭘 해보자는 식이 된다. 불행히도 한국 사회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문화에 젖어있다. 지금 한국 기업이 겪고 있는 현실은 과거의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의 차이가 혁신의 차이로 나타난다. 두려움이 있으면 혁신도 힘들고 변화도 힘들다.
두 번째,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도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다. 미국은 다양한 실패를 한 사람의 경험을 가치 있게 본다.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이 있으므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번 실패하면 낙오자가 된다. 대출도 못 받는 신용불량자가 된다. 그 차이가 크다. 60번 실패할 것을 감안하고 창업했을 때와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기업가도, 창업자도 두려움이 있으면 혁신할 수 없다. 창업자가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인지과학적으로도 두려움이 있으면 뇌의 활동성이 현저히 저하된다. 하지만 “60번까지 오케이” 그 말을 듣는 순간 학생들은 자유로워진다. 이게 제가 말하는 핵심이다. 자유로워지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고 두려움이 없어진다. 두려움을 없앴기에 스탠퍼드의 클락 스피드가 빠르다. 빨리 창업하고, 빨리 실패하고, 빨리 궤도수정해서 재도전하게 된다. 그러면 성공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실제로 제가 도움을 주었던 한 여학생이 창업 아이템에 대한 투자를 받는데 실패했다가 마지막 60번째에 140억원 투자를 받았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성공 사례다.
폴 김 교수의 주장은 근거가 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최근 <중앙일보>에 쓴 ‘한국 청년 창업의지 세계 수준인데’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벤처가 창출해 왔는데, 미국의 경우 4%의 벤처 기업이 일자리의 60%를 만들었다.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나 일자리는 만들지 못했고, 자영업은 성장과 고용 모두에 기여하지 못했다. 벤처 창업이 경제도 성장시키고 고용도 만들어내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창업 의지가 20%인 반면 한국 대학생의 창업 의지는 3%다. 이 차이가 국가 혁신 역량의 차이이고 질 좋은 일자리의 차이라는 게 이민화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런데 한국 청년들에게 질문을 달리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창업 의지에 대해 다시 질문했더니 결과는 놀랍게도 미국과 동일한 20%로 나타났다. 한국 청년들의 숨은 창업 의지는 세계적 수준인데, 잘못 설계된 국가 정책이 창업을 가로막아 청년들이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비전 가져야
창의적인 직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당장,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수동형 교육에서 능동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장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먼저 생각이 ‘깨어있는’ 부모들부터 실천하면 된다. 사실은 저 자신이 질문하는 문화를 키워주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IOT시대로 급변하는데 앞으로 구글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물어본다. ‘앞으로 5년 안에 우리가 스탠퍼드에 질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5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라’고도 질문한다. 학장, 부학장, 총장은 그 질문들을 서로 공유하고 토론한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두려움 없이, 리스크 없이 아이디어를 개진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온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다른 사람 것을 떼어내서 주는 게 아니라 성과급을 주어야 한다.
기업 내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려면 기업 창업철학, 제품의 철학, 서비스의 철학과 비전, 방향을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이 정렬돼서 일직선상에 있어야 한다. 제가 쓰는 용어로 말하자면, 밸류 퍼셉션(value perception)이 얼라인(align)되어 있는지를 늘 점검해야 한다. 회사마다 결속력·일체감의 비율(Cohesion Ratio)이 높을수록 그 기업은 안정성, 혁신성이 높다. 반대로 낮을수록 성장도 안되고 응집력도 낮다. 모든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비전을 갖지 않으면 그 기업의 성장은 늦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에서 늘 강조하는 것들이다.
-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사진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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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 교수는 특히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을 오가며 교육의 접근성과 형평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발군의 능력자다. 지구촌 곳곳을 직접 누비며 ‘국경 없는 교육’을 실천하고, 중동, 남미,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교육정책 프로젝트와 자문을 맡아 수행한다. 그가 개발한 스마일(SMILE, 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과 기업경영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는 글로벌 인사로서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탁월한 CTO다. 혁신을 추구하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신예 경영구루라고 할 수 있다. 포브스가 그를 인터뷰한 이유다.
교육공학자이자 CTO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저는 실험적인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개발하고, 개발한 프로그램과 모델을 전세계 교육 현장에 활용해보고, 그 장단점을 분석하고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하는 교육공학자다. 저는 또한 저 자신이 교육산업에서 일하는 기업가다. 현재 미국에서 교육기술 관련 산업에 투자된 돈이 30억 달러나 될 정도로 교육기술 산업은 핫한 시장이다. 미국의 유수한 글로벌 출판회사들이 교육공학 관련 회사들을 인수합병(M&A)해 디지털 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코칭이나 자문 역시 제가 하는 일이다. 교육기술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온라인 교육시스템 개발한 선구자
폴 김 교수는 일찍이 1990년대에 5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한 교육공학의 선구자다. 현재 기업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관련해 지식교육 관련 기업들의 리더십 트레이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을 위해 어떤 강의를 하는가?
온라인 강의가 많다. 많은 기업들, CEO들과 인터뷰 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리더십이나 평생교육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한다. 강의 방법도 혁신해가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PDF파일로,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은 멀티미디어를 주로 사용해서 강의하는 데, 저는 직접 게임하는 것처럼 시물레이션을 해보는 그런 강의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가 버전1이라면 스탠퍼드가 만든 것은 버전2, 제가 하는 것은 버전3다.
문화가 바뀌어야 혁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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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직원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업데이트하고 리뉴얼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은 한가지만 잘해서는 안되는 세상이다. 이미 지난 2009년~2012년 조사 자료에도 직원 1명당 5개 이상의 기술(능력)을 습득하고 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금은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한 사람이 15개 이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는다.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10~15년 후 취업할 때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직업의 65%가 없어진다. 그때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요즘 기업들의 평생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 사업이 온라인 공개 수업 플랫폼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유명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 등이 그런 회사들이다. 제 두 딸도 스탠퍼드에 온라인으로 들어가서 강의를 듣는다. 미국에서 시작돼 독일, 일본, 중국, 스페인 등에서도 각 나라의 언어를 지원하는 MOOC 기업이 생겼다. 한국에도 K-MOOC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이 직원들을 위한 학습센터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 같다.
그렇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직원에 대한 평생교육이 필수다. 기업이 주도하는 평생교육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 기업을 통해 가능하다. CTO인 저는 그런 분야에서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에 유데미(UDEMY)라는 온라인 교육기업이 있다. 린다닷컴, 플러럴사이트, 트리하우스와 함께 유료 MOOC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실무대학인데, 40달러만 내면 직장인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어떤 것이든 신청해 수강할 수 있다. 유데미가 내건 슬로건은 ‘어떤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배울 수 있다’(Anyone can learn anything)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이런 교육회사와 계약을 맺고 직원들의 교육을 책임질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무제한 교육리필이다. (웃음) 물론 교육비는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 기업들만이 미래에도 살아남아 백년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그냥 안전하게 지금처럼 가자는 생각이 기업에 팽배해지면 기업가정신은 사라지는 것이다.
질문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혁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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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화는 문화적 변화에서부터 온다. 기업도 CEO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문화의 차이가 혁신의 차이를 만든다. MOOK도 그렇다. MOOK를 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온라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이 빨리 성장하고 항상 혁신의 모드로 남아있으려면 직원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직원들이 하루 시간의 10%를 자기계발이나 취미, 봉사활동에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제가 몸담고 있는 스탠퍼드도 마찬가지다. 스탠퍼드의 경쟁력은 다양성이다. 네팔인이건 방글라데시인이건 능력이 있는 교수가 총장도 되고 학장도 된다. 인종이나 성별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오롯이 능력 위주다.
아직, 한국은 그 단계는 아니다.
물론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출신이어야 서울대 교수가 되고, 부학장이 되고, 학장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아이디어의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와야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장이 어떤 문화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그날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회의실의 중심에 앉는다. 자기가 주재하는 게 아니라면 팀장은 맨 끝에 앉아야 한다. 기업도 국가도 그렇다. 달리 말해 지금은 누가 팀장인지, 직원인지 구분이 안 되는 회사일수록 혁신기업이다.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스탠퍼드의 문화가 그렇다. 교수는 맨 끝에 앉아서 코칭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첩 펴놓고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서 말하는 것을 적기 바쁜 문화에서는 혁신이 성공할 수 없다.
폴 김 교수는 최근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출간했다. 문학평론가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와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교사가 할 일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teaching)이 아니라 중요한 맥락을 짚어 주고 학생의 한계와 잠재력을 잘 파악해 도와주고 지도하는(coaching)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요체다. 그러지 않고 교사가 가르치는데만 치중하면 아이들이 생각하고 질문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 특히 스탠퍼드 학생은 학습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수동적이고 질문도 잘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취직이 잘되는지’, ‘삼성 같은 데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주로 묻는다. 반면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주로 ‘나는 삼성보다 더 큰 회사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는다. 학교에서부터 습득한 그런 문화의 차이가 취업해서 직장에 일할 때 혁신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문화다. 질문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질문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새로운 사업이 생겨난다. 실리콘밸리에서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역시 혁신의 문제다. 항상 질문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된다.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를 보자. 실리콘밸리 쪽으로 컨퍼런스를 하러 오라는데 호텔 예약하기가 너무 힘든 거다. 비싸기도 하고. 보통 사람이면 그런가 보다, 돈 더 내야지 하고 말았을 거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만든 사람은 과연 호텔만이 주요 선택지인가. 다른 숙박 선택지는 없는가 질문을 던진 거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 나올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인가, 자문하고 뒤뜰에다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에 20달러를 걸었더니 계약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20달러면 텐트도 좋고 화장실은 공유해도 좋다고 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질문을 계속하다보니 에어비앤비가 생겨났다. 이런 사업이 법적으로 가능한가. 비즈니스모델은 과연 적절한가. 트렌드에 적절한 솔루션인가, 질문을 계속했기 때문에 회사가 생겨나고 현재 1억5000만 명의 유저가 생겨났다. 다시 말하지만 질문하지 않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우버(Uber)도 그런 경우인데.
그렇다. 택시나 렌터카 등 여러 가지 옵션이 있지만 이것이 과연 가장 적절한 옵션인가. 질문한 거다. 또 밀레니엄 세대들은 차를 안 산다는 새로운 징후도 포착했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질문을 했기 때문에 적절한 솔루션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기업들 가운데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고 비디오 대여해주는 회사가 있다. 가게에 가서 비디오를 렌트해서 집에서 보고 갖다 주고, 반납 날짜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연체료를 내는 회사다. 그런데 넷플릭스(Netflix)가 나타나면서 우리는 연체료를 없애겠다. 비디오 하나 가져가고 갖다 주면 그때 새로운 비디오를 다시 볼 수 있다고 홍보한 거다. 비디오를 보고 싶은 만큼 보고 연체료도 없고, 갖고 오고 싶을 때 갖고 오고, 다른 비디오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질문을 거듭하며 넷플릭스가 탄생했다. 이러니 그 전의 시장 지배기업이던 블록버스터는 당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블록버스터는 질문하지 않아서 도태된 거다.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디어산업이나 테크놀로지 관련 산업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
미디어나 테크놀로지 관련 산업은 클락 스피드(clock speed)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질문하는 횟수도 많아야 하고, 자주 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자체가 많은 질문을 해야 하는 사회로 변화된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변화된 사회에서 질문이 없거나 빨리빨리 묻지 않고 질문 빈도가 낮을수록, 즉 글락 스피드가 느릴수록, 지속가능성과는 멀어지고 도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떤 산업이든지, 그 산업에서 클락 스피드가 어떤지를 잘 알아서 그에 맞는 질문 빈도, 질문의 양, 질문의 품질을 항상 체크하고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클락 스피드’가 빠른 기업이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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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스피드가 중요시되는 시대에 경영자들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조직 내에서 질문을 마음대로 하고, 그것을 자신 있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마련해주는 게 리더십의 역할이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을 수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사실 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니저나 리더, 직원 모두가 어릴 적 학교에서조차 그런 문화를 공부한 적이 없다면? 리더십 부재의 상태를 맞게 되는 거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질문이건 당당하게 해도 개인이 손해가 없고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국가가 지속 가능한 국가가 되고 혁신을 추구하는 국가가 된다. 국가가 질문을 꺼리고 국가지도자에게 질문을 못하고 눈치 보는 문화가 형성되면, 혁신적이고 주도적인 개발을 하거나 선도할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 학교든 기업이든 국가든 결국 다 똑같다. 수동적이고 암기식이고 질문하지 않는 문화에서 수동적인 학생으로 살다가 수동적인 직원으로 일하고 수동적인 리더, 수동적인 국민이 되고 만다. 꽉 막힌 우물 안의 학교, 우물 안의 기업, 우물 안의 국가가 된다. 그러면 클락 스피드가 느려지고 서서히 파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하게 하려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가, 교사가 그런 문화를 익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그 아이가 나중에 기업에 들어가서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폴 김 교수에게 다음 먹거리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저를 찾아오긴 하지만 실은 저도 정답은 잘 모른다.(웃음) 하지만 그런 요청이 올 때마다 항상 얘기하는 게 있다. ‘조직 내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있습니까?’,‘직원들이나 매니저들이나 관리자들이나 경영진이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한번 모아보세요.’, ‘최고경영자들만 하지 말고 밑에서부터 모든 질문을 해서, 그 질문들의 랭킹을 만들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크라우드 소스 해보세요.’ 이것이 제가 하는 조언들이다.
아무리 말단 직원이라도 충분히 질문할 것이 있을 테고, 그 질문이 기업의 존립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만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문화는 어떻습니까?
구글의 경우 직원 모두가 질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리(Dory)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말단직원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질문한다. 전직원이 질문을 평가할 수 있다. 서로 평가를 하다 보면 누구의 질문이 더 중요한 질문인지 최상위 질문이 가려지게 된다. 직원 투표로 최상위에 올라오는 질문에 대해서는 CEO 등 최고책임자들이 직접 공개적으로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점, 아이디어들이 빨리 공유되고, 충분히 논의되며, 책임지는 답변을 할 수 있게 된다. 바람직한 시스템이고 기업문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만들라
한국의 문화 중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다. 그런 조직에서는 도전이나 혁신보다는 다른 조직에서 혁신하는 것을 지켜보고는 그것이나 카피해서 뭘 해보자는 식이 된다. 불행히도 한국 사회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문화에 젖어있다. 지금 한국 기업이 겪고 있는 현실은 과거의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의 차이가 혁신의 차이로 나타난다. 두려움이 있으면 혁신도 힘들고 변화도 힘들다.
두 번째,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도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다. 미국은 다양한 실패를 한 사람의 경험을 가치 있게 본다.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이 있으므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번 실패하면 낙오자가 된다. 대출도 못 받는 신용불량자가 된다. 그 차이가 크다. 60번 실패할 것을 감안하고 창업했을 때와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기업가도, 창업자도 두려움이 있으면 혁신할 수 없다. 창업자가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인지과학적으로도 두려움이 있으면 뇌의 활동성이 현저히 저하된다. 하지만 “60번까지 오케이” 그 말을 듣는 순간 학생들은 자유로워진다. 이게 제가 말하는 핵심이다. 자유로워지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고 두려움이 없어진다. 두려움을 없앴기에 스탠퍼드의 클락 스피드가 빠르다. 빨리 창업하고, 빨리 실패하고, 빨리 궤도수정해서 재도전하게 된다. 그러면 성공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실제로 제가 도움을 주었던 한 여학생이 창업 아이템에 대한 투자를 받는데 실패했다가 마지막 60번째에 140억원 투자를 받았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성공 사례다.
폴 김 교수의 주장은 근거가 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최근 <중앙일보>에 쓴 ‘한국 청년 창업의지 세계 수준인데’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벤처가 창출해 왔는데, 미국의 경우 4%의 벤처 기업이 일자리의 60%를 만들었다.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나 일자리는 만들지 못했고, 자영업은 성장과 고용 모두에 기여하지 못했다. 벤처 창업이 경제도 성장시키고 고용도 만들어내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창업 의지가 20%인 반면 한국 대학생의 창업 의지는 3%다. 이 차이가 국가 혁신 역량의 차이이고 질 좋은 일자리의 차이라는 게 이민화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런데 한국 청년들에게 질문을 달리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창업 의지에 대해 다시 질문했더니 결과는 놀랍게도 미국과 동일한 20%로 나타났다. 한국 청년들의 숨은 창업 의지는 세계적 수준인데, 잘못 설계된 국가 정책이 창업을 가로막아 청년들이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비전 가져야
창의적인 직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당장,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수동형 교육에서 능동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장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먼저 생각이 ‘깨어있는’ 부모들부터 실천하면 된다. 사실은 저 자신이 질문하는 문화를 키워주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IOT시대로 급변하는데 앞으로 구글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물어본다. ‘앞으로 5년 안에 우리가 스탠퍼드에 질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5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라’고도 질문한다. 학장, 부학장, 총장은 그 질문들을 서로 공유하고 토론한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두려움 없이, 리스크 없이 아이디어를 개진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온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다른 사람 것을 떼어내서 주는 게 아니라 성과급을 주어야 한다.
기업 내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려면 기업 창업철학, 제품의 철학, 서비스의 철학과 비전, 방향을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이 정렬돼서 일직선상에 있어야 한다. 제가 쓰는 용어로 말하자면, 밸류 퍼셉션(value perception)이 얼라인(align)되어 있는지를 늘 점검해야 한다. 회사마다 결속력·일체감의 비율(Cohesion Ratio)이 높을수록 그 기업은 안정성, 혁신성이 높다. 반대로 낮을수록 성장도 안되고 응집력도 낮다. 모든 임직원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비전을 갖지 않으면 그 기업의 성장은 늦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에서 늘 강조하는 것들이다.
-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사진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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