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품위 있는 작별' 했지만..고통에 떨고 있는 中후이도시
유상철 입력 2019.12.11. 11:38
식당 손님 뚝 떨어지고 편의점 매출 80% 급락
부동산은 480만위안에서 100만위안 떨어지기도
후이저우 10월 수출은 27% 감소한 140억위안
광둥성에서만 100여 개 공장 문 닫을 전망 나와
삼성전자가 중국 내 마지막으로 남았던 스마트폰 생산 공장인 광둥(廣東)성의 후이저우(惠州) 공장을 닫은 게 지난 9월 말의 일이었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당시에 후이저우 시정부와 조인트벤처 계약을 체결했으니 27년 만의 공장 폐쇄다.
중국 언론은 삼성이 ‘품위(decent) 있게’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건 물론 여느 중국 중소기업이 하지 않는 퇴직금 지급, 브랜드 시계 제공 등으로 떠나는 직원들을 나름대로 위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삼성이 떠난 뒤의 후이저우 풍경은 고통 그 자체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후이저우 지역 사회가 삼성 공장 폐쇄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이 떠나기 전엔 한 달 매출이 6만 위안에서 7만 위안(약 1200만원)까지 올랐는데 지금은 하루에 고작 두세 테이블 손님으로 매출이 몇백 위안에 지나지 않아요.” 삼성 후이저우 공장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리빙의 말이다.
편의점 주인 리화는 “지역 주민의 소비가 거의 죽어가고 있다”며 “9월부터 삼성 공장에서 일하던 농민공(農民工, 농촌에서 도시로 나온 이주 노동자)이 떠나면서 지금 매출은 8월보다 80%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있는 약국과 슈퍼마켓, 식당, 편의점, 인터넷 카페, 집과 호텔, 심지어 성인용품점까지 삼성 노동자들에 의지하지 않던 곳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은 사실상 지난 30년 가까이 후이저우 지역 경제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후이저우 공장엔 93년 3200만 달러(약 382억원)가 투자되며 각종 인기 있는 전자 제품을 생산했다. 90년대엔 스테레오, 2000년대엔 MP3 플레이어, 그리고 2007년부터는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2011년이 전성기로 7014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수출했다.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을 수용하기 위한 6~7층짜리 빌딩만 10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삼성이 떠난 뒤 집값은 8월 한 달에만 480만 위안에서 무려 100만 위안이 떨어졌다. 그래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삼성 공장 폐쇄의 여파는 후이저우에서 100km 떨어진 둥관(東莞)에도 미친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 후이저우 공장과 거래를 해온 중국의 유명 로봇 기업 광둥징성(劲勝)지능그룹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이 지난해 4분기부터 징성에 주문을 내지 않게 되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28억600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이 떠난 9월에는 마침내 지분의 상당 부분을 다른 회사에 넘겨야 했다.
12월 초 이 회사의 직원들은 3개월 휴가를 권유받고 있다. 또는 하루 일하고 이틀 쉬는 상황이다. 한 직원은 “출근해서 4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일할 게 없어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지난달부터는 전체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0여 명가량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회사를 알아서 떠나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수년 전만 해도 1만 명이 넘는 직원들을 수용하기 위해 6~7층짜리 숙소용 건물 40여 채를 임대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삼성 후이저우 공장은 지난 20년 동안 광둥성과 인근 성까지 포함하는 전체적인 공급 사슬 생태계를 구축해왔기에 삼성이 떠난 뒤엔 적어도 광둥성에서만 100여 개 공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고 류카이밍(劉開明) 당대사회관찰연구소 소장은 분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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