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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배터리 부족 심각해질 것".. 반도체보다 큰 시장 열린다

성공을 도와주기 2020. 9. 23. 09:23

머스크 "배터리 부족 심각해질 것".. 반도체보다 큰 시장 열린다

석남준 기자 입력 2020.09.23. 03:05

Close-up] 오늘 테슬라 배터리데이

LG화학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셀(cell)을 확인하고 있다./LG화학 제공

삼성·SK·LG·롯데·포스코는 국내 10대 그룹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또 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K·LG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이고, 롯데와 포스코는 배터리 핵심 소재를 만들고 있다. 10대 그룹 중 절반이 동일 분야에 뛰어들어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가 중심인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2021년 64조원에서 2025년에는 14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양산 능력을 갖춘 중국·일본도 전략적으로 이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

세계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가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는 배터리 데이(한국 시각 23일 오전 5시 30분)를 앞두고 22일 세계 완성차·배터리 업계 분위기는 폭풍 전야 같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파나소닉·LG·CATL에서 배터리 공급을 늘릴 것이다. 이들이 최고 속도로 공급해도 2022년이 되면 (배터리는) 심각하게 부족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 급증을 전망하는 건 머스크뿐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8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1490억달러(약 173조원)로 전망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더 커진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자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제 막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제조 대신 양극재, 음극재 등으로 대표되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습식 분리막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30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공개(IPO)에 앞서 투자자들에게 일정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유치, 생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2895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의결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포스코케미칼은 연간 전기차 배터리 84만여대에 쓸 수 있는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7월 전기차 배터리의 또 다른 소재인 인조 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을 착공하기도 했다.

껌 포장재 등을 생산하는 롯데알미늄은 지난 14일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 준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박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내외에서 생산라인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도 소재도 한·중·일 삼국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쟁 구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톱10을 한·중·일 3국 기업이 3분했다. 한국 기업은 LG화학(1위), 삼성SDI(4위), SK이노베이션(6위) 등 3곳이, 중국 기업은 CATL(2위), BYD(5위), AESC(7위), Guoxuan(9위), CALB(10위) 등 5곳이다. 일본은 파나소닉(3위)과 PEVE(8위) 등 2곳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도 한·중·일 삼국지가 펼쳐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재 사업은 원래 일본이 앞서 있었지만, 최근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대기업이 합류하고,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확실한 먹거리로 삼기 위해 각국 정부도 뛰고 있다. 미국 광물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와 리튬 전 세계 유통량 가운데 각각 82%와 59%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7일 발표한 ‘전기차 시장 글로벌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2005년부터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에 자원 외교 투자를 통해 코발트와 리튬 소재 확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스트저널은 “중국이 배터리의 모든 생태계를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희토류·코발트 등 34개 전략 금속 공급 안정화를 위해 특별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경련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리튬 및 코발트 자급률이 0% 수준일 정도로 배터리 원재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우리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