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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쓰레기장에 지은 까닭?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3. 12:19

4부 친환경이 ‘돈’이다 /

회사를 쓰레기장에 지은 까닭?

나무 한 그루 베어내는 일부터 신경써 ‘에너지 절감형’ 회사 지은 독일 레벤스바움사

 

“첫 번째 조건은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회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이었어요.”

지난 7월24일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디폴츠시에 있는 레벤스바움(Lenensbaum)사 사무실에서 울리히 발터 대표가 2002년 새롭게 ‘에너지 절감형’으로 지어진 회사 건물을 소개하며 말을 시작했다.

레벤스바움은 양념·커피·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전세계 4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자와 직거래하며 생산자의 지속 가능한 삶도 함께 책임진다는 ‘공정무역’ 원리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판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법’ 원칙도 지키고 있다. 1979년 직원 2명의 작은 ‘동네 가게’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2007년 현재 직원 90명, 연매출 2500만유로(약 400억원)의 기업으로 자랐다. 1985년만 해도 연매출이 500유로에 불과했던 레벤스바움은 10년 만인 1995년 400만유로, 다시 6년이 지난 2001년에는 300% 오른 1200만유로로 쑥쑥 성장했다.


» 2002년 완공된 레벤스바움 본사 건물. 건물을 지을 때 단열 기준을 독일 건축법이 정하는 것보다 높이고 환기 시스템을 철저히 해 에너지 소비량이 독일법이 정하는 것보다 30% 작다. 레벤스바움 제공

유기농 제품 만들며 CO₂ 뿜어댈수야…

가파른 성장에 따라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원재료 보관 창고 등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울리히 발터는 회사에 ‘친환경 날개’를 달기로 결심했다. “유기농 제품을 만들고 생산하면서, 정작 공장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대며 만든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매출도 증가하고 있었으므로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투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친환경 원재료에 걸맞게 생산시설도 친환경 마인드에 맞추는 게 회사 운영 철학을 완벽히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건물을 새로 지을 부지 선정부터 신경썼다.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되는 쓰레기 매립지를 건물 부지로 선택한 것. 다음 단계는 기술력. 건물을 지을 때 단열 기준을 독일 건축법이 정하는 것보다 높이고 환기 시스템을 철저히 해 에너지 소비량을 30% 이상 줄였다. 3단계로 시의 에너지공급회사(EVB Huntetal GmbH) 이사인 발데마르 오팔라를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 “우리 회사에서 재생 가능 전기에너지를 더 비싼 값에 사서 쓸 테니, 추가로 지불하는 돈을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공급원을 확대하는 데 씁시다.” 울리히 발터의 제안을 통해 디폴츠시의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기업들이 재생 가능한 연료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살 때 kWh당 1.5센트를 더 지불하는 대신 이 추가분으로 지역 공공건물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넓혀서 지역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 레벤스바움의 전기에너지 사용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
이런 프로젝트에 따라 레벤스바움은 2002년부터 사용하는 에너지의 75%를 풍력발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사용 에너지의 100%로 확대했다. 기업의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매년 사용하는 에너지는 지난 5년간 128MWh 증가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8tCO₂(이산화탄소톤) 감소했다. 화력에너지원을 통해 만든 전기만 쓸 때에 비하면 감소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0tCO₂이다.

발데마르 오팔라 이사는 “레벤스바움의 이런 제안으로 이 지역의 다른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림에 따라 디폴츠시 전체로서는 약 4만8천tCO₂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디폴츠시는 지난해 독일 환경 단체인 ‘독일의 환경적 삶’(Deutschen Umwelthlife)으로부터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공로로 상을 받기도 했다.

레벤스바움은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한다. ‘쓰레기 압축기’를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쓰레기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쓰레기 부피를 줄임으로써 일주일에 한 번씩 오던 쓰레기차가 6주에 한 번씩만 와도 되게끔 했다. 로지 피리츠 레벤스바움 환경관리팀장은 “쓰레기차가 1년에 48번 오던 것을 1년에 8번 오는 것으로 줄이는 셈”이라며 “작은 부분 같아도 매우 큰 변화”라고 말했다.

지열 이용하는 난방 설비로 교체 중

원재료를 보관하는 창고 곳곳에는 환기시설과 전기를 이용한 공기조절 장치가 달려 있었다. 온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바깥 공기가 건물 내부 공기보다 차가울 경우 바깥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건물 안의 공기가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밤에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이 장치는 밤 사이 차가워진 바깥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게 해 창고를 시원하게 만든다. 이 장치로 냉방에너지의 20% 이상이 절감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0tCO₂ 줄어든다.


» 레벤스바움의 난방기구 교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및 비용 절감 효과
레벤스바움의 ‘에너지 절약’은 내년 5월이면 한 단계 더 도약한다. 건물의 난방 에너지를 땅의 열을 이용하는 ‘지열에너지 생산설비’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일러는 천연가스와 전기를 사용해 난방하는 방식인데, 주요한 에너지원이 천연가스여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230tCO₂에 이른다. 새 난방 설비는 천연가스 사용을 없애고 대신 땅이 품고 있는 열을 이용한다. 자연 에너지원인 땅 속의 열과 풍력발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깨끗한 전기에너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0가 되는 셈이다.

로지 피리츠 팀장은 “초기에 난방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이 23만3천유로(약 3억7천만원) 더 들어가지만 이는 매년 2만7662유로(약 4425만원)씩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8.42년이 지나면 상쇄되고, 이후부터는 에너지 절감분만큼 회사의 비용을 낮추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8년간 840tCO₂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환경’ ‘상생’ ‘지속 가능성’이라는 회사의 경영철학과도 맞아떨어지는 투자다.

로지 프리츠 팀장의 책상에는 ‘자전거 달력’이 놓여 있었다. 레벤스바움에서는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오는 날 5센트의 적립금을 준다. 매달 정산해서 팀원들 전체의 자전거 출근 날수가 가장 많은 팀에게는 그달 말에 ‘공짜 점심 만찬’이 제공된다. 따로 세팅된 식탁에서 샐러드, 스테이크, 스프 등이 코스별로 나오는 특별식이다. 직원들의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는 ‘생활습관 개선’부터 첨단 기술을 이용한 ‘난방 에너지 절감’까지. 양념공장 레벤스바움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 행보’는 지칠 줄 모른다.

디폴츠(독일)=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