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친환경/친환경.Recycle,안전

독일 보봉과 서울, 탄소체험 극과 극!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3. 12:21

독일 보봉과 서울, 탄소체험 극과 극!

 

라덴버거 가족과 정필호씨 가족의 1년 이산화탄소배출량 비교… 태양열 전기 생산 가정과 대기전력 소비 가정의 차이는 10배

▣ 프라이부르크(독일)·서울=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독일과 한국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은 얼마나 다를까. 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또 얼마나 차이가 날까. 2007년 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독일은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4%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5.4% 증가했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흐름과는 다르게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거꾸로’ 달리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 가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기 위해 독일 4인 가족과 한국 4인 가족의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해봤다. 편집자

» 프라이부르크 보봉의 거리에서 아이들이 외발자전거에 색칠을 하며 놀고 있다. 보봉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주차가 금지돼 있고, 주차를 할 경우 비싼 주차비를 내야 한다. (사진/ 한겨레21 박수진 기자)


2부 에너지, 우리는 얼마나 쓰는가 /

“한번 타보세요.”

블루마 피츠(9)가 갈색 곱슬머리를 찰랑거리며 기자에게 말했다. 개구진 눈빛. 블루마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세 명의 동네 친구들과 집 앞 길 위에 앉아서 열심히 외발자전거 바퀴에 분필을 칠하고 있었다. 어느새 양팔을 뻗고 외발자전거를 달렸다. 길을 따라 바퀴 자국이 찍혔다. 함께 앉아서 바퀴에 분필칠을 하던 아이들도 재빨리 ‘경주’에 동참했다. 7월21일 오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에너지 마을 보봉의 첫 모습은 골목 가득 놀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한국의 골목길에 빽빽이 주차돼 진로를 방해하는 자동차가 떠올랐다.

자동차 없는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놀다

독일-프랑스 접경지역인 프라이부르크에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군 주둔지가 있었는데, 1992년 이들이 철수하면서 군 부지가 비게 됐다. 프라이부르크 당국은 이 부지를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다 ‘포럼 보봉’이라는 시민자치조직과 손잡았다. 차가 없는 마을, 에너지가 적게 드는 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새로 들어서는 건물에는 엄격한 에너지 기준이 적용됐다. 1㎥를 데우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60kWh 이하일 것. 당시 독일 일반 가정은 1㎥를 데우는 데 드는 에너지 기준이 200kWh 이하면 됐다. 3분의 1이하로 낮춘 셈이다. 지금도 독일 건축법상 1㎥를 데우는 데 90kWh 이하가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열효율’ 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에 건물의 열효율은 건축주 마음대로다. 보봉에서는 주택에 주차장을 설치해서도 안 된다. 대신 마을 한쪽에 공용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보봉 주택가에는 자동차 대신 골목마다 가득한 나무 아래서 ‘블루마 일당’이 종횡무진 뛰어논다.

블루마의 설명에 따라 외발자전거 타기를 시도할 때쯤, 멀리서 우베 라덴버거(49)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집 앞에 도착했다. 라덴버거의 집은 보봉 게오르그 엘세르 2번가에 있다. 회사인 솔라인포센터는 집에서 6.4km 떨어진 곳에 있다. 자전거로 25~30분이 걸린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라덴버거는 자전거를 이용한다. 집에는 자전거가 5대나 있다. 식구당 한 대씩이고, 혹시 손님이 오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대를 더 준비해뒀다. 보봉 문화센터에서 공연 등 행사 기획 일을 하는 아내 라일라 쾰러(46)의 자전거 출퇴근 시간은 15분. 두 딸 클라라(17)와 아일린(15)도 모두 자전거로 통학한다. 라덴버거 가족이 학교와 회사를 오가는 데 사용하는 연료는 두 다리,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0’이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지난 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84%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포함한 에너지 사용이 주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전기에너지, 난방에너지, 자동차 연료 등을 줄이는 것은 개인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라덴버거 가족은 2007년 한 해 동안 난방에 2075kWh의 전력을 사용했다. 보봉지역은 열을 전기로 바꿔 난방하는 열병합발전을 하고 있다. 한 달 평균 173kWh를 쓴 셈이다. 우리나라의 1가구에서 난방에 사용되는 평균 에너지는 50㎥다(에너지관리공단 2006년 통계). 서로 다른 연료로 난방을 했지만, 각 연료의 발열량을 곱한 공통의 단위(TOE)로 환산해보면, 라덴버거 가족이 집을 데우는 데 사용한 평균 에너지는 0.037TOE인데 반해 우리나라 1가구 평균 난방에너지는 0.075TOE로 우리나라에서 난방에 사용하는 연료가 두 배가량 높다. 또 지난 1년간 라덴버거 가족이 사용한 전기에너지는 1713.8kWh다. 한 달에 59kWh를 쓴 것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1가구의 한달 평균 전력소비량인 240kWh(에너지관리공단 2006년 통계)의 4분의 1 수준이다.

△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반드시 꽂혀 있는 플러그들. 매일 같이 흘러가는 ‘대기전력’은 1년간 엄청난 양의 전력에너지를 낭비하는 원인이다(맨 왼쪽/한겨레21 박승화 기자). 6개의 전구가 켜진 정필호씨 집 천장(위/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우베 라덴버거 가족의 아침식사 시간(아래/한겨레21 박수진 기자). 정씨 가족은 라덴버거 가족에 비해 연간 두 배이상의 전기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세탁기·전기주전자·냉장고·오븐·텔레비전·데스크톱 컴퓨터·헤어드라이어·오디오 각 1대, 스탠드 8개, 라디오 2대. 라덴버거의 집에 있는 가전제품 수는 대략 18대다. 평균적인 한국 가정집에 있는 가전제품들과 종류가 비슷하다. 그렇다면 라덴버거 가족은 어떻게 한국 가정의 20%에 해당하는 전기만 사용하고 살까.

냉방기구는 없고, 난방비는 덜 들고

비밀은 몸에 밴 수많은 ‘절약 습관’이다. 책 읽을 때마다 쓰는 스탠드는 물론이고 텔레비전과 컴퓨터에도 모두 전원 차단 장치를 사용해 ‘대기전력’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한다. 사용 중이 아닌 가전제품의 플러그가 꽂혀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집안의 전등과 스탠드의 전구는 모두 시간당 소비전력이 11W인 ‘에너지 램프’였다. 같은 밝기를 내는 일반 백열전구는 소비전력이 60W다. 전구당 가격은 4배 정도 비싸지만 지속 시간은 10배가량 길다. 라덴버거는 “전구를 살 때 에너지 효율을 확인하고 산다”고 말했다. 물을 끓일 때도 가스레인지를 이용하기보다 단시간에 빨리 데워 약간의 전기만 사용하는 전기주전자를 사용한다. 선풍기나 에어컨 등의 냉방기구는 전혀 없다. 대신 거실 창문에 어닝을 달아 햇볕이 직접 내리쬐는 것을 막는다. 작은 것들 하나하나, 우리가 잔소리로 여기는 실천사항들을 생활 속에서 묵묵히 실천할 뿐이고, 이런 실천들이 모인 결과 한국 가정의 평균을 훨씬 밑도는 전력소비량을 자랑하는 것이다.

난방비 절감 원인은 뭘까.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의 남쪽 끝에 있다. 위도가 북위 47도로 서울보다 약 10도 높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뚜렷하고 겨울 평균기온은 1.1℃ 정도로 한국보다 조금 따뜻하다. 그러나 이렇게 외적으로 ‘조금 유리한’ 조건 때문에 난방비가 적게 드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건물 자체가 열효율이 높도록 지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베가 사는 저에너지 하우스는 20cm 이상의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하고, 틈새를 완전히 차단한 고단열·고기밀 주택이다. 유리창도 모두 이중 유리를 사용해 단열 효과가 높다. 보봉 지역 대부분의 집을 설계한 건축가 단체 베크그루페는 “철저한 단열과 환기 시스템을 통해 여름에는 자연 냉방이 되도록 하고 겨울에도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로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집 전체에 따뜻한 털모자를 씌운 효과가 생겨 적은 에너지로도 집을 오래동안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공급받는 전기보다 더 많은 양을 만들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는 3단계가 있다. 첫째는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절감’ 단계이고, 두 번째는 에너지원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는 ‘전환’ 단계,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바람, 물, 태양 등 무한 재생 가능한 자원을 통해 직접 만들어내는 ‘자족’ 단계이다. 라덴버거 가정은 전기에너지는 작은 실천을 통해, 난방에너지는 집의 열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첫 번째 단계를 실천했다.

이들은 나아가 지역의 열병합발전을 통해 난방을 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해결하는 ‘전환’ 단계에 들어섰고, 전기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지붕에 태양광셀을 설치해 직접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자족’ 단계에까지 와 있다.

라덴버거의 집 난방은 모두 지역 전기회사 바데노바가 2001년 보봉 한쪽에 설치한 열병합발전소(BHKW)를 통해 공급된다. 이 발전소의 에너지원은 프라이부르크 인근 흑림에서 가져온 나무와 잡풀 등이다. 매년 2500㎥의 잘게 다져진 나무를 태워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데워 이 지역 2천 가구의 난방을 책임진다. 보봉 전체에는 이 열병합발전소를 통해서 나오는 데워진 물이 순환하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다. 데워진 물은 열 손실이 거의 없도록 두꺼운 단열재로 싸인 파이프를 통해 전 주택가에 공급된다. 이때 난방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흑림의 나무들은 ‘탄소중립연료’라고 불린다. 태울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이 이산화탄소는 나무가 원래 머금고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자연 부패할 때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즉, 우리가 숨쉴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성질의 것으로 ‘추가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아니다. 그러므로 라덴버거 가족이 난방으로 인해 배출하는 온실가스 역시 ‘0’에 가깝다.

라덴버거 가족이 사용하는 전기에너지 역시 바데노바가 공급한다. 이 전기에너지는 원자력발전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1년간 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0.73tCO₂(이산화탄소톤·1tCO₂는 전력 2500kWh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이다. 그런데 라덴버거 가족은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직접 생산한다. 지붕에 붙인 태양광셀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덴버거의 집 지하 보일러실 옆에는 ‘써니보이’가 달려 있다. 지붕에 붙어 있는 태양광셀에서 받은 열을 전기로 전환해 바데노바로 보내는 장치다. 지난해 라덴버거 가족이 이렇게 생산해낸 전력은 모두 1991.3kWh. 사용한 전력인 1713.8kWh보다 200kWh를 더 생산해냈다.

12년 뒤, 매달 150만원이 거저 들어오네

전기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셈이다. 실질적으로는 배출하지만, 논리적으로 배출하지 않는 ‘탄소거래시장’의 원리다.

라덴버거 가족은 2001년 10월 176만7200마르크(약 1673만1969원)를 들여 ‘써니보이’를 달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이렇게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 때문이다. 이 법은 태양열로 만들어낸 전기를 일반 전기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사들이도록 정하고 있다. 보통 1kWh의 전력을 사용할 때 가정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12센트지만, 태양열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면 1kWh당 48~56센트까지 받고 되팔 수 있다. 애초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데 들었던 비용은 이렇게 전기를 팔아 보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라덴버거가 써니보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966.36유로(약 154만6176원)인데, 라덴버거가 지난해 낸 전기요금은 339유로28센트다. 약 12년이 지나면, 발전기 설치 비용이 모두 빠지고 이후 생산하는 전기는 모두 ‘순수익’이 된다. 라덴버거는 “12년째가 되는 2013년부터는 매달 150여만원의 수입이 공짜로 생기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우리가 직접 생산해내고, 거기에 더해서 돈도 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리 굽혀 전기 코드 꽂는 시간도 아까워”

서울 은평구 구산동 ㄱ아파트에 사는 정필호(45)씨 가족. 내과전문의인 정씨와 학교 미술강사인 부인 김정연(44)씨, 중학교 1학년인 아들 정영진군과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정재희양이 4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다. 이 집도 네 대의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지만, 차량도 두 대 소유하고 있다. 정씨와 김씨가 출퇴근할 때는 각각 자동차를 이용하고 자전거는 주말 등 여가시간에 탄다. 두 아이는 걸어서 등하교한다. 정씨가 한 달에 사용하는 기름은 평균 75ℓ. 3.8km가량 떨어진 녹번동 병원까지 차를 몰고 출퇴근하고 주말에 여행을 갈 때도 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출퇴근과 간혹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는 용도로 차를 사용하는 부인 김씨는 한 달에 평균 25ℓ 정도의 연료를 쓴다.

이들이 차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는 다칠 위험이 크다. 또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 정영진군은 “버스는 거의 안 타고 학원 갈 때도 주로 걷거나 엄마 차를 타고 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가족이 한 달 동안 출퇴근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0.21tCO₂에 이른다.

정씨 가족이 난방과 온수 사용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조사해보았다. 정씨 가족은 2007년 한 해 동안 난방과 온수, 취사에 모두 2364㎥의 도시가스를 사용했다. 계산해보면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은 5.27tCO₂이다. 정씨 가족이 사용하는 전력량도 만만치 않다. 2007년에는 3687kW다. 이로 인해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은 1.56tCO₂으로, 라덴버거 가정의 두 배가 넘는다.

정씨 집에는 텔레비전 2대, 진공청소기·냉장고·세탁기·전자렌지·헤어드라이어·컴퓨터 각 1대, 노트북 1대, 카세트 2대, 스탠드 5대 등 16대의 가전제품이 있다. 라덴버거 가정과의 차이점은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모든 가전제품의 플러그가 꽂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기전력이 줄줄이 새나가고, 에너지효율을 따지지 않고 사들인 가전제품들이 전기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보봉 전경. 보봉에 새로 지어진 집들은 모두 1㎥를 데우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60kWh 이하인 저에너지집이거나 1㎥를 데우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15kWh 이하인 패시브하우스다. 대부분의 집들은 태양광셀을 지붕에 부착해 ‘에너지 자급자족’까지 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PHOTO/ FREDERICK FLORIN)

실제로 정씨 가족은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 학습용으로만 텔레비전을 켜고, 아예 케이블방송을 설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텔레비전 전원은 꽂힌 채 전자시계가 깜빡이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미술강사를 하는 부인 김씨는 “일과 살림을 같이 하다 보니, 청소할 때 허리를 굽혀서 진공청소기 전원을 꽂는 시간도 아깝다”며 “내가 너무 에너지 소비와 관련한 마인드를 가지지 않은 것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 열효율 기준 강화부터 시작하자

이렇게 해서 라덴버거 가족이 지난 1년간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은 0.72tCO₂인 데 반해 정필호씨 가족이 지난 1년간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은 7.04tCO₂이다. 한국 4인 가정이 10배가량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우리나라는 절약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전력에너지와 관련해서는 대기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차단장치 설치하기,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사용하기 등을 습관화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고, 난방과 관련해서는 당장 새로 짓는 건물의 열효율을 국가가 기준을 정해 규제해서 난방에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 당국은 2009년부터 시 자체 규정을 통해 국가의 열효율 기준을 강화한다. 클라우스 호페 프라이부르크시 환경보호국장은 “현재 프라이부르크시는 1㎡당 열효율을 60kWh으로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내년에 25kWh, 2011년에는 15kWh 수준으로 열효율 기준을 강화해 이를 충족하는 집만 건축 허가를 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건축물에 열효율 기준을 부과하는 것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정부는 건축주나 시공사에 부담을 주는 이 방법 대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방법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덴버거 가정은 자신의 노력과 시와 국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실천하고 있다. 녹색성장을 외치는 우리 정부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개인들 모두 곱씹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