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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총회 주최국의 부끄러운 성적표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3. 12:49

람사르 총회 주최국의 부끄러운 성적표
[환경통신] 한국의 현주소
협약 이후 새만금 등 23건 매립해 약속 뒤집어
습지 등록수 세계 평균 밑돌고 면적도 못 미쳐

» 새만금 간척 이후 조개들이 떼죽음한 모습. 주용기 제공.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라는 람사르 협약의 정신을 제10차 당사국 총회 주최국인 한국은 얼마나 지켰을까.

 당사국 총회에 앞서 24~27일 경남 창녕과 전남 순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습지 엔지오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엔지오들은 “정부의 협약과 총회 결의안 이행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결론을 내렸다.

 68개 시민·환경단체들은 26일 한글과 영문판으로 발간한 ‘엔지오 네트워크 보고서’에서 정부의 습지파괴 정책과 람사르 협약에 대한 약속 뒤집기 사례를 조목조목 짚었다.

 

 새만금 보고도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달에야 겨우 밝혀

 

 정부는 1999년 제7차 당사국총회에서 필리핀과 함께 “조간대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강화하자”는 결의안을 제안해 통과시켰다. 조간대 습지와 관련된 최초의 결의안이었지만, 이후 정부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지난 7월엔 조선산업 용지를 위해 다시 23건의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을 허가해 스스로 한 약속을 뒤집은 셈이 됐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특히, 새만금 사업은 국제적 관심사로 2005년 제9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한국 정부는 새만금 사업이 물새 개체군에 끼치는 영향을 사무총장에 보고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정부는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달 말에야 “새만금에 2005년까지 20만9천여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도래하다가 2007년에는 9만8천여 마리로 격감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제까지 정부는 물새가 다른 개펄로 이동하기 때문에 새만금 간척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나라가 람사르에 등록한 습지의 수도 세계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58개 협약 가입국은 1801곳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가입국 평균 11.4곳에 1곳당 면적은 평균 9만여㏊였다. 우리나라는 개막 2주를 앞두고 3곳을 추가해 11곳의 람사르 습지를 등록했지만 1곳당 면적은 8천여㏊에 지나지 않는다.

 역대 람사르 총회 개최국들은 스페인 63곳, 이탈리아 50곳, 일본 33곳 등 평균 36.6곳을 등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가 많은데도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습지에 터잡아 사는 새는 약 150종으로, 이 가운데 49종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기준인 ‘전 세계 생존 추정 개체수의 1% 이상’을 충족한다. 여기엔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개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15종이 포함돼 있다.

 또 서해 개펄은 동남아·오스트레일리아의 도요·물떼새들이 번식지인 중국 동북부, 러시아, 알래스카로 이동하는 중간기착지로서 국제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조류보호 국제단체, 한국 습지 등록 가능지역 40곳 추정

 

 조류보호 국제단체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한국 내 중요한 조류서식지로서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수 있는 곳이 40곳 13만 4천㏊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현재 순천만과 무안 개펄 2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고, 습지보전법에 의해 8곳의 개펄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박종록 한국엔지오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람사르협약의 기본정신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람사르 총회도 행사를 치르는데 집중할 뿐 이를 계기로 습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증진시키고 습지정책을 어떻게 개선할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이 제정됐고 대운하 추진이 잠복해 있는 등 습지파괴가 앞으로 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번 총회장에서 이러한 반 습지 정책을 알리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람사르 총회는 비정부기구와 유대가 단단한 전통이 있지만, 이번 총회에서 한국 엔지오들은 정부의 반습지 정책에 반발해 세계 엔지오 대회를 총회 개최지인 경남 창원이 아닌 경남 창녕과 전남 순천에서 따로 여는 파행을 겪었다.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