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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높이는 성장이 GE 전략’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5. 10:27

‘수익성 높이는 성장이 GE 전략’
페르디난도 나니 베칼리 - 팔코 GE인터내셔널 사장

1887년 3월 6일 고종과 왕비의 침전이던 경복궁의 건청궁(乾淸宮)에 왕과 조정 관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최초로 전등이 켜졌다. 이때 켜진 전등은 미국회사 GE의 램프로 한국 근대사에 처음으로 GE가 등장한 순간이다.

GE의 역사는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에서 시작돼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고 있다. GE는 1896년 다우존스 산업지수에 최초로 포함된 기업들 중 현재까지 상장돼 있는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다. 현재는 전기·전자 사업뿐만 아니라 금융, 기반 시설, 산업 설비, 헬스케어, 미디어 등 6개의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는 GE의 역사에서 괄목할만한 사건이 벌어진 시기다. 미국을 제외한 해외 매출이 미국 내 매출을 앞지른 것이다. GE의 본사는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지만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곳은 GE인터내셔널로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두고 있다. GE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페르디난도 나니 베칼리 팔코(Ferdinando Nani Beccalli-Falco) 사장은 스스로를 GE의 외무장관이라고 부른다. 그의 연간 스케줄은 전 세계 지사 160개국을 도는 것으로 빼곡히 차 있다. 2월 22~23일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만나보았다.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매 쿼터마다 정기적으로 지사가 설립된 국가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1분기에 아시아 투어가 계획돼 있는데 카자흐스탄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을 차례로 돌아보는 중입니다. 오늘 오후 리더십 강연을 한 뒤 내일 방콕으로 떠날 계획입니다.

IBM의 팔미시노(Samuel J. Palmisano)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는데 혹시 이번 방한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관련이 있는지요.

대통령은 매우 바쁜 사람입니다. 나는 내일 오전에 떠나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5월에 다시 올 때 보면 좋겠지요.

5월에는 대통령을 만나기로 협의가 되어 있습니까.

저의 일정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 ‘GE인터내셔널’이라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한가요.

GE와 분리된 것은 아닙니다. GE인터내셔널 역시 GE의 모든 계열사를 포괄하는 총체적 조직으로 GE의 모든 동료들도 GE인터내셔널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개별 사업부문의 해외사업에 대해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 영역이 많은데 어떻게 모두 총괄합니까.

사실 많은 사업군을 총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각각의 전략을 총괄하는 몇 가지 틀이 있습니다. 3개월마다 톱(top) 35명의 임원들이 모여 이틀 동안 전략에 대해 회의를 합니다. 매년 1월에는 전 세계 톱 600명의 회의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 그해의 사업 계획과 전략이 정해집니다. 10월에는 톱 185명이 회의를 하고 3월에는 인적 자원과 관련된 회의, 6월에는 3~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전략 회의, 11월에는 다음 해의 예산을 정하는 재무 회의가 있습니다.

GE에는 엔터테인먼트부터 헬스까지 다양한 사업군이 있는데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요.

매니지먼트 팀들이 모두 공통점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환경적 도전에 대한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자는 GE의 전략)을 들고 나오자 이것이 플라스틱 사업에도 적용됐고, 다시 GE캐피털로, 또 본사로 전파됐습니다. 다양한 비즈니스 내에서도 교차 결실을 볼 수 있는 호혜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GE의 성장 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요.

성장입니다(Growth). 한마디(One word)라고 하셨죠. 조금 더 보탠다면 수익성을 제고하는 성장(profitable growth)입니다.

GE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많습니다.

지난 5년간 GE는 800억 달러의 사업을 인수했습니다. 대신 350억 달러의 사업을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2005년까지 전 사업을 고수익, 고성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M&A는 무조건 덩치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요즘 같은 저성장 환경에서는 기존 사업을 어떻게 키우느냐도 중요합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2001년 취임한 이후 에코매지네이션 전략을 내세우며 물 산업, 환경 산업에 진출했는데 최근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까.

환경 산업은 새로운 영역이 아닙니다. 2003년 6월 회의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며 기술을 개발하자는 당면 과제를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사 마케팅 조직이 모든 기술을 모아 에코매지네이션으로 명명한 것입니다. 환경을 고려하면서 좀 더 나은 실적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생산 과정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2005년 수립된 전략에 따르면 GE는 환경적으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010년까지 연구개발에 2배 지출을 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 줄일 계획입니다. 매년 9~10% 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1% 감축은 그리 적은 양이 아닙니다.

GE에서 한국의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2007년 한국에서의 매출이 16억 달러입니다. 대부분 기계·설비(appliance)에서 매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을 제외한 해외 전체 매출은 870억 달러입니다. 한국은 인적 자원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 1000명의 한국 직원은 32만5000명의 글로벌 고용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질적(quality)으로는 뛰어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인재들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까.

어떤 국가든 특정 수준 이상의 인재들은 글로벌한 특성을 보이고 있어 아주 유사합니다. 비슷한 교육 수준과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들 선물을 위해 베네통을 사는 것은 똑같더군요. 타 국가의 인재들과 특별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GE가 유명하기는 한데, 한국 내에서는 큰 회사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GE머니가 현대자동차와 조인트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GE의 사업은 대부분 B2B(Business to Business)입니다. 비행기 엔진을 수입하는 회사는 GE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광고·홍보 활동은 관계된 회사를 위주로 하고 있고, 아직 일반인들이 GE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캠페인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 됐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현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누가 됐든 국가 권력이 기업 지향적이었으면 하고 개발을 장려하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에게 소원 하나를 말하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이번에 만날 계획이 없어 준비를 못했습니다. 아마도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했으면 합니다. 한국의 많은 기회가 통일에서 올 것입니다. 북한은 엄청난 사회적 기반 시설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GE에도 엄청난 사업 기회입니다.

지난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어디입니까.

중동입니다. 두바이 아부다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입니다. 2002년 16억 달러이던 주문량이 2007년 95억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의 경기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중동은 이미 원유 중심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부다비는 이미 유가가 70달러 선일 때부터 석유 사업보다 다른 사업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고유가가 경기 부양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또 다른 산업들이 이를 대체할 것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보시는지요.

중국의 경우 성장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 8~9%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아시아 지역은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지역 중 하나이며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성숙기에 접어들게 되면 자연히 성장세가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앞으로도 성장이 계속 되리라고 전망합니다.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이 GE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하며 미국 내 시장에서의 매출을 처음으로 뛰어넘었습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나간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베칼리 - 팔코 사장은…
이탈리아 폴리테크닉 대학 화공학 석사. 1975년 GE 입사. 77년 GE플라스틱 유럽본부 근무. 87년 GE플라스틱 마케팅 이사. 93년 GE플라스틱 일본 지사 사장. 97년 GE플라스틱 부사장. 2001년 GE캐피털서비스 수석 부사장. 2005년 GE인터내셔널 사장(현).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입력일시 : 2008년 3월 5일 15시 25분 2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