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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치료하는 전문병원 역할할 터’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5. 10:16

‘기업 치료하는 전문병원 역할할 터’
김형태 아프로R&D 사장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LG전자 LG화학 휴맥스 KMW 이화다이아몬드 이구산업 세원ECS 캐리어라면 해당 분야의 간판급 제조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서울 구로동에 있는 한 업체에 가서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받고 혹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어떤 문제가 있고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어떤 회사는 제품 성능을 검사받기도 하고 어떤 업체는 휴대전화 키패드를 몇 번이나 반복 사용할 수 있는지 점검받는다. 일부 업체는 자사가 가공한 금속 제품의 강도를 테스트받기도 하고 또 다른 업체는 용접 부분의 약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이런 국내 굴지의 업체들이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는 업체라고 하면 이 회사 역시 대단한 규모의 업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회사는 직원 9명의 중소업체다. 사무실이라고 해야 불과 200㎡ 규모다. 그런데도 골리앗 같은 기업들이 찾아온다. 대기업들은 연구원만 수백, 수천 명에 이르고 세계 정상급 제조 기술을 갖춘 업체가 아닌가.

이 중소기업의 이름은 아프로R&D(대표 김형태)이다. 왜 많은 기업이 이 작은 회사를 방문하는 걸까.

사람이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간다. 의사는 체온과 혈압을 재고 피 검사, 소변 검사, 초음파, CT, MRI 촬영 등을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고장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때로는 자사 제품을 생산한 기업조차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달리는 새 차의 시동이 갑자기 꺼진 경우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엔진 고장이나 전기 계통 불량일 수도 있다. 해당 기업은 어떤 부품 때문에 불량이 발생했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제품을 고치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해당 작업 공정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동 우림 이비즈센터에 있는 아프로R&D는 기업을 위한 전문 병원이다. 생산 제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의사 대신 금속, 기계, 화학, 물리, 전기전자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고 초음파 장비나 CT, MRI 대신에 각종 분석 장비, 시험 장비 등이 갖춰져 있는 게 다를 뿐이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표면 및 단면의 조직 관찰과 성분 분석을 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을 비롯해 시편 전처리(마운팅, 에칭) 장비, 조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 열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 인장 강도, 경도 시험, 마모 및 충격 시험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아울러 신뢰성 시험 평가를 할 수 있는 환경 시험 장비(열충격기, 항온항습 등), 부식 시험 장비, 내구성 시험 장비(반복시험기, 낙하시험기 등), 정전기 시험 장비 등이다.

예컨대 휴대전화 키패드의 전화번호 버튼은 고객이 수만 번 반복 사용하게 된다. 이를 일정 시간 동안 테스트하는 장비를 비롯해 1.5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장비 등을 구축해 테스트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의 손에서 발생하는 정전기가 휴대전화의 회로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한다. 정전기는 보통 순간 전압이 1만5000V에 이른다.

이 회사가 신뢰성 지원을 한 업체는 300여 업체에 달한다. 이같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아프로R&D에 신뢰성 테스트를 의뢰하는 것은 단순히 이 회사의 시험 설비가 좋다거나 다양하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X선 사진을 보고도 의사의 수준에 따라 병명과 상태에 대한 소견이 달라진다. 수준 높은 의사는 미세한 점만 보고도 암을 찾아내기도 하고 실력 없는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해 오진을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이 회사의 강점은 바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다. 게다가 마치 응급실처럼 24시간 가동 체제를 갖추고 있어 급한 의뢰는 밤을 새워가며 진단해 다음날 아침에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해 주기도 한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전문성과 신속성 덕분에 고객들의 의뢰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김 사장은 성균관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딴 뒤 2001년 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 내에서 이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엔 갈등이 많았다. 편한 직장인 연구원이나 학계로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연구개발 전문 기업이라는 특이한 업체를 창업했다. 제품의 성능 검사와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한발 나아가 원하는 성능의 부품을 대신 개발해 주기도 하는 비즈니스다. 연구개발 분야는 소재 개발, 재료 및 제품의 설계 지원, 제조 공정 개선, 과제의 공동 연구 등이다.

그는 “뭔가 국내 기업의 품질 향상에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설명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정확하고 신속한 품질 검사와 진단 처방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는 이런 비즈니스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판단해서였다.

김 사장은 “미국은 이미 1940년대부터, 일본은 1980년대부터 이런 비즈니스가 본격화돼 제조업 경쟁력 제고의 한 축을 이뤄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도요타, 닛산, 혼다 등도 일정 부분의 연구개발은 독자 개발 체제에서 민간 전문 업체로 이양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GM, 벤츠, 델, HP 등의 부품 글로벌 소싱도 유사한 맥락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신속·정확한 검사로 고객 신뢰 얻어

“일부 연구 기관이나 시험 기관의 경우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며 연구개발과 성능 검사를 해야 하는 민간 기업들 입장에서는 일을 맡기기 곤란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점이 연구개발 전문 기업이 설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철저한 서비스 정신과 프로 정신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시련도 많았다. 우선 성능 검사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선 성능이 뛰어난 시험 분석 장비와 경험 있는 우수 인력의 확보가 중요했다.

이에 따라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담보로 잡히고 고가의 시험 설비 장비를 도입했다. 아내에게 “장비를 사기 위해 부득이 집을 담보로 잡힐 수밖에 없다”고 간신히 용기를 내 말하자 아내는 “사업에 실패하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제주도에 가서 함께 풀빵 장사부터 다시 시작하면 될 것 아니냐”며 흔쾌히 허락해 줬다. 특히 20만 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은 나노 수준의 물질 상태까지 관찰할 수 있는 설비로 대당 3억5000만 원대의 고가 장비다. 이 장비가 바로 집 담보로 대출받아 장만한 기기다.

또 각 분야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상근 직원 9명 가운데 박사가 2명 석사 1명이며 나머지는 해당 분야에서 5~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가진 학사 출신으로 구성했다. 이들 외에 전기전자, 반도체, 화학, 기계 등 각 분야의 40여 명을 협력위원이나 전문위원으로 구축했다. 부족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및 장비는 기타 다른 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일을 하고 있다.

2003년 지금의 구로동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했다. 그는 이 사업을 하면서 300여 개에 이르는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 기업 제품의 신뢰성을 테스트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이들 기업들이 아프로R&D의 성능 검사 능력을 믿지 않았다. 따라서 복수 기관에 의뢰를 하면서 아프로R&D의 시험 검사 결과치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한 뒤 오더를 주었다. 신뢰를 쌓아가자 점차 오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기술표준원 부품소재 신뢰성 부분 기술위원, 대한용접학회 마이크로 패키징 전문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부품 소재의 고장 분석과 신뢰성 향상, 신소재 분야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시대에 치열한 국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로선 생산 제품 및 부품에 대한 빠른 검사와 개선점 발견이 경쟁력 제고의 핵심 요체”라며 “이 부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초기 제품의 설계에서부터 제품의 필드 적용까지의 고장 분석과 신뢰성 향상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약력:1968년생. 1993년 성균관대 금속공학과 졸업(동대학원 석사 및 박사). 2001년 아프로R&D 창업 및 대표(현). 2005년 대한용접 학회 마이크로 패키징 전문위원(현). 2007년 기술표준원 부품소재 신뢰성 기술위원(현).

〈 회사 개요〉

창업: 2001년 본사: 서울 구로동 우림이비즈센터

사업 개요: 제품 성능 검사 및 연구개발

주요 검사 분야: 자동차 부품, 기계, 전자부품, 금속제품 등

인원: 자체 직원 9명과 외부 협력 전문위원 40여 명

주요 고객: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LG전자 휴맥스 KMW 등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입력일시 : 2008년 1월 3일 10시 35분 3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