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인들이 ‘경영의 바이블’이라 부르는 책
이 책을 읽으면, 잃어버린 10년간 일본 기업이 얼마나 혁신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절차탁마해 왔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일본 경영자들은 후지모토의 이 저서를 바이블처럼 옆에 끼고 읽고 또 읽었다. 일본 제조업의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도쿄대학 후지모토 교수는 전략론의 기본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 했다. 21세기 제조업에서 일본과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할 한국 기업인들은 이 책을 읽고 또 읽을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인들이 읽고 또 읽어야 할 책
도대체 일본의 제조업은 왜 세계 최강인가?
월간조선이 최근 발간한 ‘모노즈쿠리’(もの造り)가 그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일본 제조업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제조업을 가리키는 용어인 ‘모노즈쿠리’를 이해 할 필요가 있다.
‘모노즈쿠리’를 우리말로 옮기면 ‘물건 만들기’ 쯤으로 번역된다.
얼마 전까지 이 용어를 영어로 ‘Manufacturing’이라고 번역하다가
최근에는 보통명사로 그냥 ‘모노즈쿠리’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에서 이 단어가 갖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노즈쿠리’는 말 속에는 ‘일본 제조업의 혼’(철학)을 포함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본의 제조업과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합형(인테그럴형) 제품’과 ‘조합형(모듈형) 제품’이라는 특성을 알아야 한다.
원래 이것은 미국 MIT, 하버드대학,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경영학자들이 1990년대부터 제창한 구분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을 위해 특별히 최적 설계된 부품 상호간의 미세한 조절을 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성능이 발휘되지 않는 제품 유형을 ‘통합형 제품’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경우 2만에서 3만 점의 유닛 부품에 의해 구성되는데, 자동차란 것이 부품업체가 미리 독자적으로 설계, 생산해서 이것을 메이커가 구입해서 조립하는 ‘짜 맞추기식’ 설계로는 제대로 된 자동차를 개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엔진의 중심이 차체의 어느 쪽에 있는가’, ‘엔진의 성능 특성과 차체의 중량이 얼마나 균형을 잡고 있는가’ 등등 부품 설계의 상호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짐에 따라 그 제품의 전체 성능이 크게 바뀐다.
자동차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동성능, 조향성능, 동력성능 등 모든 것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부품이 여러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컴퓨터의 모니터나 하드디스크처럼 각자의 부품들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고, 각 부품은 서로 표준화 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연결만 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조합형(모듈형) 산업’이라고 한다. 조합형 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기존 부품을 솜씨 좋게 한데 모으면 조합의 미묘함을 발휘한다. 이런 종류의 제품들은 인터베이스의 형상이나 통신절차가 표준화되어 있고, 부품 자체도 기능완결적이고 탈착, 부착성도 쉽다. 그러므로 이미 설계된 표준부품, 공통부품을 조립하면 건실한 성능의 제품이 완성된다.
통합형 산업은 자동차나 소형화, 복합화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가전제품, 정밀기계 등이 대표다. 이런 제품들은 부품간의 성능을 조율해서 설계하지 않으면 극한 수준까지 작게 하거나 경량화할 수 없다.
일본은 통합형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조합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통합형 분야의 경쟁력의 상징은 도요타자동차다. 그 유명한 도요타 생산방식은 통합형 제조 시스템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부품의 통합이나 상호 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생산 시스템이나 제품을 고안하는 것이 미국 제조업의 기본정신이었다. 그 성과중의 하나가 20세기 초 생산공정에서 치수 조정을 배제한 포드 생산 시스템이었다. 요즘에는 설계활동에서 부품 간의 상호 조율성이 적은 디지털 네트워크 정보재란 성격의 비즈니스가 크게 확산됐다.
미국 우량기업이 갖는 공통적인 강점은 ‘교묘하게 업계 표준을 만드는 능력’,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 ‘솜씨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구상이 직접 실현되는 제품, 즉 현장에서 조율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 미국 기업의 주특기다.
반면에 일본 기업들의 장기인 통합형 산업은 각 부품들이 전체 시스템을 위해 잘 조절되어야 하지만, 명확하게 수식화하거나 모델링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고 단숨에 완성품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통합형 상품 개발에는 많은 경험과 인내가 요구된다.
통합형 산업은 부품과 부품 사이의 미세한 상호조절을 해야 전체 시스템의 성능이 최적화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부단히 실험을 해야 하고, 제품을 만들 때도 지대한 공을 들여야 한다. 이런 통합형 산업을 위해 일본의 생산현장, 그리고 대학에서는 ‘모노즈쿠리’를 강조한다. 일본의 강점인 통합형 산업이 가능하려면 부품 간의 미세한 조정,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이나 기술을 혼합하여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또 섬세하고 복잡하며 팀워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제품의 공정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 다기능공(多技能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형 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노하우, 즉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반복된 제품 제작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대응하고 변화시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기능을 기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을 ‘모노즈쿠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모노즈쿠리의 저자 후지모토 교수는 1990년 경 일본 경제가 이상해지고, ‘제조업의 종말’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 저널리스트, 학자, 컨설턴트들이 수박 겉핥기식의 해법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목격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일본의 제조업에 어울리는 제조업 전략론이 없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에 후지모토 교수가 “일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제조업 전략론”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제품생산의 현장발 전략론’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잃어버린 10년간 일본 기업이 얼마나 혁신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절차탁마해 왔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일본 경영자들은 후지모토의 이 저서를 바이블처럼 옆에 끼고 읽고 또 읽었다. 일본 제조업의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도쿄대학 후지모토 교수는 전략론의 기본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 했다.
21세기 제조업에서 일본과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할 한국 기업인들은 이 책을 읽고 또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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