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TPS(도요타생산방식)

일본 제조魂, 모노즈쿠리(2)

성공을 도와주기 2009. 1. 3. 22:47

후지모토 교수의 저서 ‘모노즈쿠리’에서는 ‘일본 제조업이 왜 세계 최강’인지 닛산, 도요타 등 여러 기업의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특히 후지모토 교수는 여러 제조기업 중에서도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통합형 제조 산업의 극치’라고 평가하며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분석함으로써 일본 제조업의 강점을 이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조직 능력에 걸맞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일본 제조업의 약점도 지적하면서 “일본 제조업은 강한 기획력과 구상력을 가지고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세계최고의 제품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기업의 수익률이 높지 않은 점을 빗대어, "강한 공장, 약한 본사"라고 표현하였으며, 이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실례가 닛산이라고 하였다.

아래에 후지모토 교수가 일본 제조업의 강점으로 책에 소개한 ‘도요타 생산방식’과 닛산의 ‘강한공장·약한본사’ 사례를 요약해서 싣는다.

일본의 제조업은 왜 세계 최강인가?

도요타의 생산현장 통합능력

전후 일본의 제조기업은 부존자원이 없는 가운데 우직하게 능력구축 경쟁을 계속하며 성장해 왔다. 일본 제조업이 가지는 공통점은 통합형 제품생산(모노즈쿠리) 시스템에 잘 맞는 독특한 조직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형 제품 생산을 위한 조직능력으로 철저히 단련된 기업이 도요타이다. 물론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산이 같지는 않지만, 도요타는 자동차라는 특정한 분야에서 통합형 생산 시스템을 극한까지 구축한 기업이다. 따라서 여러 기업은 도요타의 통합형 생산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도요타의 생산현장은 ‘도요타 생산방식’(TPS)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수많은 구조(루틴)가 복잡하게 뒤얽힌 체계로, 그것들을 빠짐없이 정밀하게 연계 조정한 시스템이다.

‘생산’이란 공정을 통해 제품에 설계 정보를 ‘전사(轉寫)’해 가는 작업이다. 도요타 생산시스템은 공장 내에서 설계 정보의 전사를 정확하게 정체됨이 없이 실시하는 것이 본질이다. 하나하나의 루틴을 조합시켜 전체의 앙상블로 만드는 이런 생산 시스템은 매우 복잡해서 쉽게 흉내 낼 수가 없다.

도요타 방식은 ‘생산낭비’를 최소화 하는 근간이기도 하다. 즉 ‘설계 정보가 제작중인 물건이나 재료에 전사되지 않고 있는 과정’을 없애는 것이다. 결국 도요타의 생산 방식이란 것은 ‘지식(설계정보)이 잘 흘러가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품질관리 루틴은 전체가 잘 연되어 설계한 대로 좋은 상품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게 한다.

생산현장 개선능력

도요타적인 생산 시스템은 높은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 정확한 납기, 생산의 유연성을 달성할 뿐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틴) 또한 늘 개선한다. 도요타의 개선능력이란 것은 문제발견, 원인탐구, 대책탐색, 효과확인, 해결안 선택, 실시, 팔로우업, 부분횡단 전개라는 단순한 사이클을 반복하며 그것을 임직원 모두가 함께 한다. 이처럼 도요타는 100년 전의 경영학에 가까운 단순한 관리 개선 원칙을 직원 모두가 날마다 실행하고 있는 조직이다.

구매 관리에 있어서의 통합 능력

‘장기안정거래’, ‘소수자 간의 능력 구축 경쟁’, ‘일괄위임’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일본 자동차 서플라이어의 시스템이다. 자동차 메이커가 부품의 평가 능력을 가지지 않고 부품 메이커에게 일괄위탁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떠넘기기’가 되어 버린다. 통합형 제품에 관한 한 이것은 절대로 안 된다. 그러나 자동차 메이커가 부품의 평가 능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부품의 개발과 생산을 위탁할 경우,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 메이커의 지식이 서로 오버랩되므로 일이 원만하게 진행된다.

이것이 도요타의 구매 방식이다. 도요타는 구매 조직 능력에 있어서도 발주자가 다면적인 평가 능력을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의 진화능력

도요타가 강한 것은 도요타 생산방식과 함께 그들이 타사에 앞서 구축한 진화 능력에 기인한다. 이것은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한결같이 문제발견과 문제해결을 관철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결국은 조직 능력을 진화시켜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는 조직 학습 능력이다. 이러한 진화 능력은 도요타가 21세기 계승해야할 가장 중요한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회사가 부품 메이커에 일괄위탁하는 방식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강점 원천이다. 이를 ‘승인도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런 승인도 방식은 60년대 후반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 자동차 메이커 내에서는 “설계를 외주하면 회사의 기술이 동동화 된다”, “설계까지 위탁하면 부품 메이커에 발목이 잡혀 단가가 올라간다” 는 등의 반대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어쨌든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부품설계를 외주화 하였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부품 메이커에 대한 세부적인 구매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도요타는 낫산 등 타사에 비해 앞서 갔다. 도요타는 승인도에 관한 상세한 사내 규정을 정비하고, 품질 보증 책임을 부품 메이커가 지게하고, 부품 메이커에 대담한 설계 재량권을 주었다. 부품 메이커는 재량껏 좋은 부품을 설계하고, 이것은 부품 비용 절감으로 연결되었다.

도요타는 비슷한 환경 조건에서 이러한 방식이 가진 경쟁력의 본질을 이해하고 부품의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에 결부시킨 제도 및 구조를 정비한 것이다. 이 차이가 바로 ‘진화능력’의 차이다.

일본 제조업의 약점은 무엇인가?

일본 제조업이 21세기 마땅히 목표로 삼아야 할 길은 ‘현장의 제품생산(모노즈쿠리) 능력’의 강점을 유지 발전시키고, 그동안 약하기만 했던 본사의 전략구상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강한 공장’과 ‘강한 본사’를 양립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최고의 제품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제조업도 기업의 수익률은 높지 않아 ‘강한 공장·약한 본사’의 모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닛산은 그동안 ‘강한 공장·약한 본사’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닛산은 최근 카를로스 곤 사장의 강력한 닛산 회생 계획이 성공하여 ‘강한 공장·강한 본사’로 부활 하고 있다. 닛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본사·약한 현장’의 경향이 강했던 르노와 손잡아 서로 다른 능력을 배우고 이용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닛산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언론은 재무재표 상의 수익만을 보고 “현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이 좋지 않은 기업”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실제 닛산은 세계 메이커 속에서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었는데, 이런 비판을 받은 것은 산업분석이나 기업분석에 있어서 현장의 조직 능력이나, 경쟁력, 회사 수익력을 중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력=경쟁력’으로 인식되었고, 수익이 오르면 경쟁력도 좋고, 수익이 떨어지면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일방적인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제조기업의 실력과 경쟁력은 제품생산(모노즈쿠리)의 조직능력, 이면 경쟁력, 표면 경쟁력, 수익력이라는 네 가지 계층으로 빈틈없이 측정되어야 한다. 경쟁력의 이러한 다층구조 가운데 그 토대가 되는 것이 생산현장의 조직 능력이다. 이것이 조직 전체가 가지고 있는 회사 특유의 힘이며, 타사에 대한 우위나 수익력의 차이를 만드는 힘이다. 도요타가 제품 생산현장의 조직 능력 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려 온 회사다.

1990년대 후반 일본 자동차 산업은 일본 경제몰락의 상징처럼 이야기 되곤 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 상에서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는 생산성 분야에서 구미 메이커에 뒤처진 적이 없다. 그러나 수익을 놓고 봤을 때 미국 메이커가 일본을 압도했다. 문제는 이런 일본 자동차 회사가 이면 경쟁력 향상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것이 표면 경쟁력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일본의 제조기업은 현장의 오퍼레이션 능력은 강하지만, 전사적인 전략구상력이 약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 중에 본사의 전략경영이 제대로 된 곳이 의외로 적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일례로 일본의 대기업 전기, 전자 메이커의 전략부문 담당자들도 자사 사업군의 전체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일본 전자 메이커 기업들은 조직체내에서 전략을 본격적으로 세우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어느 큰 자동차 회사에서는 요컨대 기획부의 경영 계획에는 3년 후 어느 정도 상품을 팔아 어느 정도 벌면 된다는 것이 명쾌하게 쓰여 있었지만,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어디를 공격하고 지킬 거신가, 공격해 오면 어떻게 반격할 것인가 하는 소위 전략이론적인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이 회사의 경영 전략 담당자는 “전략을 짜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전략이 제대로 조직에 스며들지 않았다. 기획부에서 만드는 중장기 계획도, 경리의 연장에 불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일본 제조업은 결국 제품생산의 조직 능력에 걸맞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기획력, 구상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닛산의 카를로스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닛산을 지휘하자,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강한 현장에 강한 본사 기능이 합쳐져 이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현장은 한결같이 체력을 단련해 왔지만, 본사의 전략 구상은 형편없는 회사가 많았다. 이전의 일본 기업은 현장의 생산 능력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익을 벌여 들였기 때문에 본사가 그다지 지혜를 짤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본사 전략 측면에서 머리를 사용하고, 제품생산 능력을 재무적인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

일본과 한국의 제조업을 비교하면?

한국은 대기업의 자금 집중력과 본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의 집중력이 서로 상승효과를 발휘하여 이른바 ‘자본집약적인 모듈 제품’에서 아주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은 DRAM 반도체나 PC 모니터용 범용액정 등 몇 개의 제품에서 세계의 톱을 차지하고 있다. CEO의 신속한 전략판단에 의해 타사의 기선을 제압하고 설비투자를 타이밍 좋게 행동으로 옮겨, 최신예 설비를 한데 모으고 압도적인 규모와 스피드로 다음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짜 버리면 승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한국의 강점이 자본 집약형의 모듈 제품이라고 한다면 향후 자본축적을 진행해 오는 중국의 대기업과 장점이 겹치게 되고, 그들과의 경쟁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국의 산업과 기업의 전략구상에 미래가 달렸다.

 

<저자>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1955년 도쿄 출생. 도쿄대학 경제학과 졸업.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를 거쳐,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스쿨 박사과정 수료(D.B.A).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연구과 교수 겸 모노즈쿠리경영센터장,

하버드대학비즈니스스쿨 상급연구원.

전공: 기술관리론, 생산관리론,
저서: Product Development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일본어판, 《제품개발력》 다이아몬드社), 《생산시스템의 진화론》(有斐閣), The Evolution of a Manufacturing System at Toyota, OxfordUniversity Press, 《Management Text 생산매니지먼트 입문》(전2권, 일본경제신문사), 《능력구축경쟁》(中公新書, 한국어판 《TOYOTA 진화능력, 가산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