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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한옥 아파트 탄생

성공을 도와주기 2009. 4. 1. 22:49

# 국내 최초의 한옥 아파트 탄생하다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아파트입니다.

문을 여는 순간, 부드러운 나무색이 먼저 눈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어딘가 다른 것이 또 느껴집니다. 철제 현관문 안쪽이 다른 집들과 다릅니다. 밖에서는 쇠문인데, 집 안쪽은 나무문입니다. 나무를 덧대 전통문짝 모양을 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현관 안으로 보이는 바닥이 한옥 나무마루 모양입니다. 어떻게 된 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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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아파트는 서울 중계동 이경진씨네 집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내 전체를 한옥 짓는 법으로 완전히 새로 고친 아파트가 되겠습니다.

 

평소 한옥에 관심이 많아 한옥 공부를 열심히 해온 집주인 이경진씨는 어느날 큰 결심을 합니다. 아파트를 완전히 한옥식으로 개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평소 한옥 수업을 듣던 한옥문화원(원장 신영훈)과 함께 이 시도에 나섰습니다.

한옥문화원은 몇년 전부터 `아파트를 한옥처럼' 강좌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공 사례가 없던 터였습니다. 첫 시공사례가 되는 이씨의 집을 이후 본보기로 삼기로 하고 유례가 없는 실험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공사는 이 바닥에서 1급으로 꼽히는 인력들이 맡았습니다.

 

저는 이 독특한 실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하기로 했습니다. 한옥이란 양식을 아파트 안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고 어떤 어려움과 장점이 드러날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두 7차례 현장을 방문해 공사를 들여다봤습니다.

 

# 아파트에 황토 바르고 마루 놓지 말란 법 있는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집주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바로 건강친화적인 측면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조의 뼈대는 첫째로 집에 황토를 바른다, 둘째로 원목 마루를 설치한다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황토도 기존 첨가제를 섞어 파는 것이 아니라 따로 퍼온 것을 공사 현장에서 체로 쳐서 반죽하기로 했습니다.

공사는 황토 작업을 위해 먼저 아파트 내부를 모두 뜯어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27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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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사현장이 그렇지만 저렇게 뜯어내니 왠지 처참하지요?

황토는 옛날 방법 그대로 짚풀을 섞어서 개어 썼습니다. 섞는 작업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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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옥문화원 제공


이렇게 갠 흙을 벽에 바르는데, 고정이 되도록 가는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외엮기한 살대를 붙이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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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옥문화원 제공


저렇게 엮은 벽에 황토를 바릅니다. 황토 두께는 5센티미터. 상당히 두껍죠?

그러면 집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 생각이 드실텐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스티로폼 등 단열재를 뜯어내고 그 대신 황토를 바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뜯어낸 단열재의 두께가 8센티미터여서 실제로는 오히려 조금 넓어진 셈이 됐습니다.


황토칠은 한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저렇게 두껍게 벽을 칠한 다음에 표면에 다시 곱고 매끈하게 칠을 해줍니다. 초벌과 마감의 차이를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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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테두리가 되는 맨 가장자리 벽들은 황토를 5센티 두께로 했고, 방안 벽은 2~3센티 두께로 했습니다. 이렇게 바른 황토는 평소라면 일주일 정도면 마르는데, 저 공사는 겨울철에 하는 바람에 15일 가량 걸려 예상보다 공기가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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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 황토를 바른 모습입니다. 왼쪽으로 벌겋게 보이는 불빛은 겨울이어서 황토가 잘 안말라 전열기를 켜놓은 것입니다. 공사 시작 3주째의 모습입니다.

 

#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우리만의 마루가 있다

 

이렇게 황토를 벽에 바른 것 뿐만 아니라 바닥에까지 바르기로 했습니다. 집 천장만 빼고 다 황토를 칠한 셈입니다. 바닥에는 황토와 퍼티(접착 반죽)을 섞어 칠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마루를 깔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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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자체의 층고가 낮아 마루는 최대한 얇게 깔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마루 두께가 1.2센티미터였습니다.

 

저 마루의 디자인은 `우물마루'라는 방식입니다.

나무 마루는 크게 2가지 입니다. 하나는 가늘고 긴 나무판으로 짜는 `장마루', 그리고 긴 나무 사이에 짧은 나무판을 반대방향으로 끼우는 `우물마루'입니다. 마루 모양이 한자 우물 정(井)자를 닮아 우물마루가 되었습니다.

 

장마루는 지금은 훨씬 흔하지만 원래 우리 한옥에는 없는 방식입니다. 중국과 일본 전통 건축이 이 장마루 방식입니다. 반면 우물마루는 우리나라만의 마루깔기 방식입니다. 모양도 더 고급스럽습니다. 그래서 한옥 분위기가 더 잘사는 우물마루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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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고 있는 저 마루 널조각을 청판이라고 합니다. 마루를 한자로 청(廳)이라고 하거든요. 위로 보이는 면이 뒷면입니다. 물론 앞면은 대패질을 잘해 아주 매끄럽습니다. 가장자리에 요철을 두어 접착제를 바르고 끼워넣습니다.

왜 뒷면에 저렇게 홈이 나있는 걸까요? 나무가 습기에 따라 휘고 뒤틀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원래 실제 한옥에서는 저 청판을 뒷면은 그냥 나무 껍데기가 붙어있는 채로 씁니다. 나무 안쪽일수록 이완에 따른 모양변화가 적으므로 잘 안휘는 쪽을 표면으로 하는 것입니다.

우물마루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게 된 것도 계절에 따른 습도변화가 큰 우리 기후에 알맞은 것으로 검증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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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쪽 마루를 까는 모습입니다. 청판을 끼운 다음에는 나무로 탁탁 쳐서 밀착시킵니다.

마루를 깔 때에는 나무의 옹이 모양이 예쁜 것들을 가장 잘 보이는 쪽에 깔아줍니다. 목수들이 집주인들이 나중 마루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 위해 모양을 내주는 것입니다.

 

자, 이제 마루가 다 깔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중요한 과정들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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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깔기가 끝나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줍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기름을 발라줍니다. 식물성 기름을 바르는데, 요즘에는 여러가지 식물 기름을 섞은 제품을 쓴다고 합니다. 바로 저 기름으로 독일제 수입기름입니다.

기름은 여러차례 바릅니다. 위생과 보존을 위한 조처입니다. 또한 기름을 바르면 나무 무늬가 더 잘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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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내기의 핵심 문짝과 창살까지 달았습니다. 부엌 싱크대 공사도 마쳤습니다.

마지막 남은 것은 도배입니다. 사진으로는 다 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초배입니다. 저 위에 섬유질이 섞여 모양이 있는 한지를 바르면 드디어 개조 완료. 공사 시작한 지 꼭 1달 만입니다.

그러면 완성된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집구경을 하실 차례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구본준 기자 http://blog.hani.co.kr/bonb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