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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ㆍ판검사 꿈꾸는 교육 버릴 때"

성공을 도와주기 2009. 9. 22. 21:06

"한국, 의사ㆍ판검사 꿈꾸는 교육 버릴 때"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작고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동안 잘먹고 잘살기 위해 배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김용(미국명 Jim Yong Kimㆍ49)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22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취임식에 앞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도 성공한 국가로서 돈을 벌기 위해 의사나 법률가가 되려고 하던 교육관은 그만두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가운데)이 22일(현지시간) 취임식에 앞서 가진 한 세미나를 마치고 패널리스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시드니 핀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 교수,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 김 총장, 루

한국이 과거 가난한 시기에 먹고살기에 급급해 부모들은 자식들이 비교적 돈을 많이 버는 의사나 판ㆍ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 교육은 이런 직업군을 양성하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교육관은 취임 연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는 대학이 도덕성을 갖고 대학 구성원 모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선출된 것도 그의 사회봉사활동 덕분이다. 그는 2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에이즈와 결핵 등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활동을 주도했다. 특히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세계적인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을 확대해 150만명을 구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으로 지난 3월 선출된 그는 "선출된 후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언론들도 총장 선출에 대해 기뻐해 너무 감동받았다"며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시아계보다는 다트머스대 총장으로서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경기침체라서 연간 1만6000달러 학비도 비싸게 느껴지는 어려운 시기"라며 "그러나 정직한 자세로 천천히 성과를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학들과의 교류도 확대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현재 연세대와 제휴관계에 있다"며 "앞으로 다른 학교와도 뜻이 맞다면 교류관계를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다트머스대는 취임식에 앞서 21일 동문들과 김 총장 옛 하버드대 동료 등을 초청해 캠퍼스 안에서 취임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변화를 위한 리더십에 대한 반성'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다트머스대를 졸업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과 찰스 핼드먼 프레디맥 CEO,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 여성인 루스 시몬스 브라운대 총장,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이 참석해 김 총장 취임을 축하하면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출처: 매일경제 신문 [하노버 = 김명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