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가루로 된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넣으면 철광석과 석탄이 꽉 밀집돼 녹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기존 공법(용광로 공법) 의 경우 철광석은 쪄서 ‘소결광’이란 덩어리로 만들고 석탄은 구워서 ‘코크스’라는 덩어리로 만듭니다.
덩어리가 된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으면 둘 사이 공간이 많아 철광석이 잘 녹게 되는 것. 문제는 이런 과정이 비용부담을 크게 하고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을 늘린다는 점입니다.
파이넥스 공법은 바로 이 찌고 굽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산소와 결합된 철광석에서 철 성분만 분리해 내는 환원과정을 미리 거쳐 덩어리로 만들지 않아도 잘 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즉,기존 고로공법에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고 녹이는 작업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철광석과 석탄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했지만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 상태에서 먼저 환원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결·코크스공정이 필요없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술이 적용되면 소결·코크스공장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철강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중간 가공처리하지 않고 가루형태 그대로 사용하여 쇳물을 뽑아내는 포스코의 고유한 제철기술을 말합니다.
덩어리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서 녹기 쉽도록 만드는 사전가공절차를 거쳐 1천 500∼1천 600 ℃의 용광로에서 철 성분을 분리해 쇳물을 만들어 내는 기존의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차세대 제철기술을 말합니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은 덩어리 형태보다 20% 이상 싸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17% 이상 줄일 수 있고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 효과도 크다.
또한 가공처리에 필요한 공장 설비가 필요없으므로 설비 투자 비용도 적게 든다. 포스코가 1992년부터 4천 200억원을 들여 개발, 2006년까지 총 1조 3천 억원을 투입하여 완공할 계획이다
원가절감, 친환경 진일보한 첨단공법
용광로공법 이외에 지금까지 국내에서 상업생산을 하고 있는 새로운 제철공정은 지난 95년 포스코가 가동한 연산 60만톤 규모의 코렉스(COREX) 공정이 유일했다.
덩어리 상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는 코렉스 공정은 고로공법의 소결과 코크스 공정은 생략할 수 있지만 비싼 원료를 사용한다는 점과 공정 중에 발생하는 가루형태의 석탄을 처리해야한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파이넥스 공정은 철광석의 원료탄의 예비처리 설비가 필요 없어 투자비가 적게 드는 것은 물론 공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등 많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풍부하고 값이 싼 지름 8mm이하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코크스 및 소결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코렉스 공법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기술이라는 평가다.
생산원가 측면에서도 가루형태의 분철광은 덩어리 형태의 피철광 보다 매장량이 풍부해 가격이 무려 23%나 저렴하며 석탄은 코크스를 생산하기 위한 고급유연탄이 아닌 가격이 20%이상 저렴한 일반탄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파이넥스 공정은 예비처리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로 공정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파이넥스 공정의 유통 환원로가 탈황작용을 하고 용융로에서 순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데모플랜트를 바탕으로 파이넥스 상용화를 위한 조업조건과 설비 신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그리고 생산량을 100만 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05년까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포스코측은 파이넥스 공법이 실용화되면, 기존 용광로법에 비해 설비비 절감, 공해 배출량 감소, 조업요원 감축, 생산 소요시간 단축 등을 통해 생산원가가 10∼15%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에 높이 100여m의 고로 위쪽에서 철광석과 코크스(유연탄을 고온으로 찐 것)를 집어넣고 아래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녹여내던 고로 공법이나 값이 비싼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코렉스 공법보다도 훨씬 효율적인 차세대 첨단 제선 공법이다.
10여년간 철저한 준비로 얻은 결실
그렇다면 이런 획기적인 공법을 하루아침에 이루어졌을 리가 없다. 파이넥스공법은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거대 프로젝트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 개발을 위해 지난 92년부터 10년이 넘게 오스트리아 푀스트 알피네사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기술의 조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80년대에 독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발 중이던 파이넥스의 중간 단계인 코렉스 공법을 우선 도입해 추진하는 등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코렉스 공법은 파이넥스와 같은 용융환원제철법이지만 덩어리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사용하는 파이넥스공법에 비해 낮은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 95년 11월에 연산 60만톤 규모의 코렉스 공장을 준공하고 1년 만에 정상조업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가루형태의 철광석을 직접 사용하는 공정개발을 추진한 결과, 96년에 일일 생산량이 15톤인 모델플랜트를 건설에 성공했으며 3년간의 시험조업을 통해 최적의 파이넥스 공정기술을 정립했다.
이어 99년에는 일일 생산량이 150톤인 파이넥스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하고 지난해 5월에 상업화 규모에 필적하는 연산 60만톤 규모의 데모 플랜트를 가동하는 등 차질 없이 기술개발을 진행했다.
포스코는 일년 2개월에 걸쳐 파이넥스 공법의 기술적인 타당성과 경제성을 검증했으며 기술과 원가 면에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현재 사용화기술 개발수준은 90%에 달한다. 환원로의 연속조업일수나 가루형태의 철광석 사용량 측면에서도 대형 고로수준의 조업안정성을 확보했다. 원가에서도 80%이상 목표를 달성한 상태로 내년 말 사용화 기술개발완료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포스코측은 밝혔다.
국내특허 224건, 해외 58건특허 출원
세계 최초로 개발된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의 지적재산팀에서 전담 직원을 따로 두고 관련 특허업무를 관리하고 있을 정도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224건, 해외 20여개국에서 58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
포스코는 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 나가면서 내년 말로 예정된 파이넥스 상용화기술개발완료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06년말에는 파이넥스 상용화 기술개발을 완료하는 한편 오는 2006년 말 파이넥스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2010년경 포항제철소 1, 2고로와 주물선고로가 노후화 되면 파이넥스 설비로 대체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앞으로 포항제철소의 노후 용광로 교체시 파이넥스 공법을 우선 적용하고 중국과 인도 등에도 이를 적용한 1천만t 규모의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등 파이넥스 기술을 향후 성장과 혁신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신기술’로 글로벌경쟁에서 앞서간다
파이넥스 공법은 용광로공법에 비해 투자비는 92%, 제조원가는 83%수준으로 낮춘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체철공업에 대한 연구는 포스코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디오스 공법(DIOS)이나 호주의 하이스멜트(HISMELT)공법 등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호주 하이스멜트 공법이 연산 80만톤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착공한 상태로 가장 성과가 빠르지만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부터 6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시험설비를 가동해 왔고 150만톤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착공하는 등 경쟁사에 비해 한발 앞서 가고 있다.
최근 유럽의 아르셀로나와 일본의 JFE스틸 등 전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움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추세이다.
포스코는 이런 세계 철강업계에서 후발주자로서 그동안 외국기술을 도입해 오는데 그쳤으나 점차 경쟁사들로부터의 기술이전이 어렵게 되자 자체 기술개발만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포스코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지난해 스테인리스 공장 준공에 이어 이번 파이넥스 설비건설과 기존 용광로 보수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해 오는 2008년까지 생산능력을 3,200만톤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1조3천억원이 투자된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포스코는 오는 2008년까지 총 1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파이넥스 공법을 이용한 철강생산기술은 해외진출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향후 10년 내에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1,000만톤 규모의 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으로 총 조강 생산량을 4천200만 톤으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 용융환원제철법 중 가장 앞선 기술
파이넥스는 연산 150만 톤 정도는 돼야 소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하는 연산 300만톤 이상의 용광로와 대비할 때 투자비, 생산비용, 코스트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포스코측의 설명이다.
보통 이렇게 새로운 프로세스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는 한두 가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먼저 파일럿 플랜트에서 상용화 설비로 규모를 확대 했을 때의 안정성에 대한 것이다.
상용화 설비는 150만톤으로 60만톤의 파일럿 플랜트와 비교할 때 2배 조금 넘는 정도이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 일부에서 규모 확대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규모 확대에 따르는 리스크가 적다. 또 100%개발된 기술은 아니며 약간의 리스크가 남아 있지만 거의 완료된 기술이다.
때문에 포스코의 파이넥스공법에 전세계 철강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파이넥스 프로세스가 가동된다면 공해물질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철강업의 공해물질 발생을 줄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장점은 중소규모의 철강사가 많고 공해가 심한 중국의 경우, 중소 규모의 철강사는 대규모 공해 방지 설비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이넥스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넥스 조업 결과가 포스코가 계획한 대로 나온다면 앞으로 더 이상 용광로를 건설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이넥스 공법 이외에 용광로에 들어가는 철광석과 석탄을 예비 처리하지 않고 직접 사용하는 제철 프로세스로는 다른 방법도 있다. 파이넥스와 다른 기술들 간의 우열이 언제쯤 판가름날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다른 공법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경쟁력 있는 상용화 플랜트를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이런 측면에서는 포스코가 가장 앞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