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로 보다 물먹는다
한국일보 | 입력 2010.10.17 21:11 | 수정 2010.10.17 21:47
[블루골드를 잡아라] < 상 > 세계는 물 전쟁 중
상하수도·먹는 샘물·담수화… 세계 물 산업 급성장
우리도 육성 전략 살려
앞서가는 유럽 추격해야
우리나라는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도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 2020년까지 '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물산업육성전략)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녹색성장시대의 핵심테마로 부상하고 있는 물 산업의 세계적 현황과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을 짚어본다.
"19세기가 골드(금) 러시, 20세기가 블랙 골드(석유) 쟁탈전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 골드(수자원) 확보전의 시대가 될 것이다."
물을 더 이상 물로 봐선 안된다. 연간 시장규모만 수백조원. 각국이 앞다투어 물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고, 물의 경제적 가치를 간파해 먼저 국제시장으로 치고 나간 기업들은 이미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 장사가 블루오션
물 산업은 이미 규모 면에서 거대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세계시장 규모는 4,828억달러로 추산되며, 세계경제 성장률(IMF는 올해 성장률을 4.8%로 전망)을 넘어서는 연평균 6.5%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는 2025년의 세계 물 산업 규모를 8,650억 달러로 전망했는데, 올해보다 시장 규모가 2배로 커지게 되는 셈이다.
분야별로 보면 여전히 상하수도 관련 산업의 규모가 74%로 가장 크다. 상하수도관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선진국이나 새로 설치해야 하는 개발 도상국 모두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상된다. 2011년 이후 20년 동안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에서 지어질 상하수도 시설에만 우리 돈으로 8,300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밖에 ▦연간 17%씩 성장하는 물 재이용 분야나 ▦이미 연간 규모가 900억 달러에 달한 먹는 샘물 시장 ▦사우디 아라비아(11억 달러)와 아랍에미리트(8억 달러) 등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해수 담수화 시장 등 물 산업은 전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지역별로 보면 경제성장 속도와 도시화 진행 속도가 빨라 물 소비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아시아 대륙이 가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세계 물 소비량 중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54.9%, 95년 58.9%에서 2025년에는 62.2%까지 늘어날 전망. 특히 중국의 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민간이 참여하는 물 시장에서 중국 시장의 점유율(서비스 인구 기준)은 89년 8%에서 지난해 38%로 급증했다.
유럽계 기업이 시장 선점
이렇게 물 산업이 향후 석유산업을 능가할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현재 세계 물 시장은 기술력과 선점 효과를 앞세운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이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찍부터 수자원 분야의 산업화를 이룬 프랑스 기업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1853년 설립된 세계 1위 물 기업 베올리아의 경우, 세계 66개국에 진출해 지난해 매출액 125억 6,000만 유로를 달성했다. 물을 팔아 1년에만 19조원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얘기. 상하이(上海)의 신개발 지역인 푸동(浦東)지구에서 상수도 공급을 맡는 등 최대 시장인 중국에도 9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진출해 있다.
세계 2위 기업인 수에즈는 5월 충칭(重慶)에서 공업용수 계약 건을 수주하고 30년 동안 하수처리 사업을 벌이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GE(미국)나 지멘스(독일) 등 굴지의 기업도 물 산업에 뛰어든 상태다.
이에 비해 한국은 ▦건설 기술 ▦담수화 플랜트 등 일부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관리ㆍ운영 경험이 미숙한 탓에 해외 진출 실적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또 최근 물 시장은 건설ㆍ공급ㆍ운영ㆍ관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종합적 서비스(토털 솔루션)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필수 연구원은 "전반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최근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건설 등 일부 영역에서만 해외 주요 물 기업의 하청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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