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06] 물에서 희망 찾기 ‘4大 프로젝트’
2. 빗물도시 프로젝트 빗물 모으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에너지 과다 사용으로 인한 열섬 현상은 전 세계 도시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먼 거리에 있는 상수원에서 상수를 공급받다 보니 물 공급의 안전성이 저해되고, 장거리 수송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점 또한 도시마다 안고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런 고민들은 빗물만 잘 관리하면 해결될 수 있다.
빗물도시란 빗물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깨닫고, 빗물을 흘려버리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도시다. 즉 하천에 자리한 소수의 거대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작지만 많은 수의 시설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 여러 목적으로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빗물도시에서 ‘빗물 관리’란 빗물을 도시 전체에서 모아 이용하거나 땅속에 침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 ‘동(洞)’에 우리 조상의 지혜와 교훈이 숨어 있다. 물[水]과 같음[同]이 합쳐진 마을[洞]은 같은 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뜻한다. 자기 가족과 이웃이 함께 물을 먹는다는 것을 안 조상들은 함부로 물을 낭비하거나 오염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洞에는 마을을 개발하기 전과 후의 물 상태를 같게 하라는 교훈도 담겨 있다.
빗물을 모으고 땅속에 침투시키는 일은 비가 내리는 곳이면 어디나 가능하다. 농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논이나 밭에 약간의 턱만 쌓으면 훌륭한 빗물 저장 및 침투 시설이 된다. 군데군데 웅덩이나 연못을 만들어두면 지하수위도 높일 수 있고 자연 그대로의 조경을 꾸며 주민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지붕에 홈통을 설치해 지금은 하수도로 버려지는 빗물을 빗물저금통(저장조)에 모을 수 있다. 저장조 용량을 지붕 면적으로 나눈 수치는 0.05~0.1㎥/㎡로, 홈통 하나에서 모을 수 있는 빗물의 총량은 연간 50~100t에 이른다. 대형 댐 못지않은 양이다. 1000㎡(약 303평)의 지붕에 승용차 2대를 주차할 정도의 공간만 할애하면 댐을 하나 짓는 셈이다. 또한 자유로처럼 도시 간을 잇는 도로 중앙분리대를 오목하게 만들고, 도심 안 도로에도 빗물받이를 만들면 수십만t의 빗물을 땅속에 모아둘 수 있다
첨단시설은 빗물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한다.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는 지하 4층에 총 3000t 용량의 빗물 저장조를 설치했다. 당초 설계안을 조금 고치는 정도여서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저장조에 모인 빗물은 홍수 조절용, 물 절약용, 비상 용수로 사용된다. 스타시티가 지난 1년간 사용한 빗물의 양은 약 4만t인데, 이는 스타시티에 1년간 떨어진 빗물의 약 66%에 해당한다. 그만큼 한강의 물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고, 그 물을 수송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인 것이다. 큰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을 때는 저장조를 미리 비워두어 홍수에 대비할 수도 있다. 스타시티의 저장조 시설은 2008년 12월 국제물협회 잡지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세계 최고의 시설로 소개됐다.
누구나 관심만 있다면 스타시티처럼 빗물을 활용해 많은 이득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그런 예인데, 수원은 본격적으로 빗물도시를 천명한 세계 최초의 도시다. 최근 수원시는 빗물을 잘 관리해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경제적 이득을 유도하는 레인시티(Rain City) 구상을 발표했다. ‘물의 근원[水原]’이라는 도시명의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수원시의 연간 물 사용량은 1억2000만t이다. 그리고 연 1억6000만t의 빗물이 수원시에 떨어진다. 현재는 빗물을 모두 버리고 다른 지역 물에 의존하고 있어 물 자급률이 10% 안팎에 머문다. 이에 수원시는 빗물 저장시설을 모든 공공건물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설치해감으로써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해나갈 계획이다. 이런 빗물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민간에게 비용 지원, 용적률 상향, 세금 감면 등의 혜택도 줄 계획이다. 또한 시내에 친환경 조경시설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수원시가 빗물도시를 실행하면서 얻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빗물관리는 부가가치와 함께 시민 일자리를 창출한다. 빗물 거리, 빗물 정원, 빗물 마을 등을 조성한다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도 발돋움할 수 있다. 빗물 수영장, 빗물 목욕탕, 빗물 이발소, 빗물 생수 등을 만들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 빗물 공무원네트워크, 빗물 시민네트워크, 빗물 모으기 국제콘테스트, 빗물 영화제, 빗물산업 클러스터 등의 아이디어는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 물 산업의 한 장르로서 빗물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열악한 기후와 지형 조건을 갖고 있어 물 관리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런 조건 속에서도 금수강산을 유지해왔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쩔쩔맬 때 ‘洞’자로 상징되는 선조들의 노하우가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구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것이 레인시티의 비전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 myhan@snu.ac.kr
'물. 친환경 > 물의 소중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을 물로 보다 물먹는다 (0) | 2010.10.17 |
---|---|
세상을 바꾸는 힘, 빗물 SBS물의 날 특집 내용 (0) | 2009.04.06 |
물문맹률 - 우리는 얼마나 물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0) | 2009.04.06 |
물부족 사태/ 현실의 이야기(2009년1월) (0) | 2009.01.21 |
물은 미래다] 택지개발때 빗물이용 등 다각화 (0) | 2008.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