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친환경/물의 소중함

물부족 사태/ 현실의 이야기(2009년1월)

성공을 도와주기 2009. 1. 21. 23:25
  • 억울 물부족사태.. 태백시민은 난민입니다.. [294]
  • 번호 28187 | 2009.01.20
  • 조회 66768 

 

제가 태백이란 곳에 터잡고 살아간지 거의 3년이 다되어가네요.

사람들은 태백이라고 하면은 공기좋고 물맑고 - 강원도이기 때문에 그럴까요 - 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태백은 지난주부터 제한급수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차례였다가 지금은 하루에 한차례.

하지만 하루종일 물이 나오지 않는 집들이 허다합니다.

이미 단수가 오래된 집들도 많습니다.

 

티비에 가끔 나오죠.

태백지역에 물이 부족해서 제한급수를 하고 원래는 몇천톤을 썻는데

지금은 얼마밖에 공급이 안된다.

톤수로 얘기하면은 그 얘기가 피부에 와닿기나 한가요.

차라리 하루종일 잘 나오는 물이 하루 한시간 밖에 안나온다고

그렇게 방송을 해주시면 훨씬 이해가 빠를텐데 말이죠.

 

저희 동네는 저번주부터 살수차가 와서 물을 퍼다가 나르고 있습니다.

살수차가 오면은 동네주민들 우르르 나와서 각 집마다 물으 퍼나르고

혹시 물을 못받는 집들을 위해서 주민들이 마련한 큰 통에다가 물을 부어놓고

이러기가 벌써 몇일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상수도사업소에, 시청에 아무리 얘기를 전화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거나 혹은 장마처럼 비가 오지 않는 이상은

지금은 사태를 진정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빨래는 모아놓은 물로 손빨래 하고 밥은 생수사다가 하고

쓴물도 모아서 화장실에 쓰고, 정말 물이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습니다.

결국 어제.. 저희집은 난방이 멈췄습니다.

다른 집들은 보일러 물탱크가 외부에 있어서 물을 부으면은 가동이 되지만

저희집은 물탱크가 없네요.

수도관에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구조인가봐요.

먹는 물도 힘든데 난방까지 멈추니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납니다.

 

어른인 저도 이런데 아가들이나 나이드신분들은 오죽할까요.

70넘으신 할아버지가 5층까지 물을 나른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도 힘들지만 도저히 못보겠어서 물을 옮겨드리곤 하지만

하루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닌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할아버지를 보니 겁부터 덜컥 납니다.

아토피 있는 아가들은 제한급수때 나오는 물 받아서 씻었다가

아토피 심해져서 결국 피난들 갑니다.

아가들 분유먹이려면은 젖병 소독하고 해야하는데

녹물로 소독할까요... 생수사다가 합니다.

하다하다 지쳐서 결국 타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빨래감 잔뜩 챙겨서 하나둘 떠나고 있습니다.

 

근데 어제부터 티비에는 태백산 눈축제 한다고 선전이 나오네요.

그 선전 보면서 정말 티비를 부셔버리고 싶었습니다.

네.. 태백산 눈축제 유명하고 또 볼것도 많고 좋지요.

하지만 만약 눈축제전까지 눈이 충분히 오지 않는다면은

과연 무슨 물로 눈을 만들까요...

태백의 오투리조트는 여전히 제설을 하고 제한급수 조치도 없습니다.

오투리조트는 도대체 무슨 물로 제설을 할까요.

 

오늘 너무 궁금해서 상수도사업소랑 태백시청에 전화했습니다.

상수도사업소에서는 오투리조트는 자체 댐에서 제설할 물을 조달한다 하네요.

태백 전체가 가뭄인데 그 물이 아직 남아있을까요.

오투리조트 영업시작때부터 태백지역에는 눈이 제대로 오지 않아서

계속 눈만들어 영업했는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눈만드는데 물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상수도 사업소 직원분께 결국 난방이 안되노라 얘기했습니다.

그저께 소방차가 와서 옥상 물탱크에 물을 부어주고 갔는데 언제올지 물었습니다.

소방서에서 펌핑기계가 자꾸 고장이 나서 화재대비 때문에 중단했다 하더이다.

네.. 화재대비 꼭 해야죠. 가뜩이나 날이 가물어있는데 불마저 나면 큰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은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거 아닌가요.

저희는 비가와서 물이 나올때가지 꽁꽁 얼어붙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요...

 

결국 태백시청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하며서 오투리조트와 태백산 눈축제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오투리조트는 식수는 정화된 물로 제설은 정화가 되지 않은 물이 올라간답니다.

그럼 정화가 안된물을 정화해서 주민들한테 공급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아무말 안하네요.

태백산 눈축제 얼마 안남았는데 눈이 안오면 어떻게 할꺼냐 물으니

검토중인데 워낙 홍보가 많이 되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네요.

 

만약 이상태대로 태백산눈축제가 진행된다면은

눈축제에 오신 관광객분들은 눈을 밟는게 아니라 태백시민들의 눈물과 고통을

밟고 다니시는 겁니다.

오투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시는 분들

그 스키장의 눈만 아니라면은 최소한 태백주민들은 조금더 물공급 받을 수 있을겁니다.

아니 제한급수때라도 물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겁니다.

설령 눈축제에 관광객이 온들 방문하는 관광객들 밥이나 한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숙소에서 씻기나 제대로 할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네... 그건 태백시가 차질없이 잘~ 하겠죠....

 

예견된 가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태백시청은 정말 반성해야합니다.

그리고 이 물부족 사태에 대해서 중앙정부에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셔야 합니다!!

 

너무 답답해서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몇자 적어본 태백난민중 1人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