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여행.항공이야기

항공권 싸게 사기

성공을 도와주기 2013. 9. 10. 11:56

인천~LA 왕복, 정해진 날 타면 133만원 저렴.. 여행계획 확실하면 10~20% 싼 '조기발권' 유리  

경향신문 | 유희곤 기자 | 입력 2013.09.09 22:09

늦은 휴가를 계획하던 직장인 최모씨(33)는 얼마 전 한 외국 항공사에서 유럽행 항공권을 최저 70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프랑스 파리로 휴가지를 정했다. 날짜와 시간을 선택한 뒤 세금과 유류할증료까지 포함해 약 120만원을 결제한 그는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과 비교해 최소 20만원 정도 싸게 샀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그렇지만 며칠 전 들은 친구 이야기에 그만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자신보다 일주일 먼저 휴가를 떠나는 친구가 구입한 프랑크푸르트 왕복 항공권이 20만원 정도 더 쌌기 때문이다. 친구는 "항공권 구입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최씨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직접 항공권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항공사 직원들도 정확히 모를 정도로 복잡한 항공권 요금 체계 때문에 항공권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생긴다. 싸다고 구입했는데 예상외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비슷한 기간에 같은 목적지를 가는데도 구입 시점에 따라 요금이 수십만원씩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

항공요금은 크게 '운임'과 '세금'으로 구성된다. 각 항공사의 수익원인 기본 운임 외에도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빈곤퇴치기금, 관광진흥기금 등이 항공요금에 포함된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및 환율에 따라 매달 변동된다. 통상 매월 20~25일 사이에 다음달 유류할증료가 결정되므로 인상 혹은 인하 정도에 따라 항공권 구매 시점을 정하는 게 좋다. 공항이용료는 같은 국가 내에서도 다를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은 시내와 가까워 환경세가 다소 높기 때문에 다른 미국 내 공항보다 공항이용료가 더 비싸다. 또 항공사가 항공권 세일을 홍보할 때 내놓는 가격은 유류할증료 등 각종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김포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이 9일 국제선 청사 항공사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같은 등급의 좌석에 앉은 승객끼리도 항공요금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8일 기준으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10일 출국해 15일 귀국하는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 왕복편의 항공요금을 보면 똑같은 일반석(이코노미석)이라도 가격은 최대 133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가장 싼 183만원짜리와 가장 비싼 316만원 상품의 차이는 '귀국일 오픈' 여부다. '귀국일 오픈'이 가능한 항공권은 귀국일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개인 사정에 따라 일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저렴한 항공권은 정해진 날짜에 귀국해야 한다. 싼 항공권은 평일에만 출국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마일리지를 통한 좌석등급 업그레이드도 고가 항공권을 구입했을 때만 가능하다.

여행계획만 확실하다면 항공사의 조기발권(Early Bird) 항공권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항공사는 길게는 3~6개월 이전에, 짧게는 출발 7일 전에 발권하는 항공권을 10~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단 이 항공권도 현지 체류기간이 짧거나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제약 조건이 있을 수 있다. 항공사의 대리점 격인 여행사를 통해 판매되는 항공권이 항공사를 통해 구입할 때보다 쌀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항공사의 할인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경유지를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규 취항지를 운항하는 항공사를 이용해도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항공사가 취항지 홍보를 위해 일정 기간 특별가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마일리지 항공권은 성수기에 사용하면 50%가 추가 공제되므로 출발일 기준으로 비수기에 활용하는 게 더 이득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이라면 각 항공사와 여행사에서 항공권과 호텔숙박권을 묶어서 판매하는 에어텔 상품을 구입하면 된다.

국적기와 외항사를 비교하면 외항사 요금이 더 싸다. 외항사 입장에선 열세의 위치에서 승객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와 서비스 체계가 다소 달라 이용에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똑같은 저가항공사(LCC)라도 국내 항공사는 항공권 구매와 예약 시 별도의 수수료가 없지만 일부 외국계 항공사는 최대 1만3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위탁 수하물도 국내 항공사는 최대 20㎏까지 무료 발송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외항사는 최대 4만원까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