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호반.. 고요한 비행
제천 청풍호 비경 속으로
최근 1, 2년 새 우리나라에서 새로 선보인 관광·레저 시설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가 충북 제천의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이다. 지난해 8월 완공된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청풍호의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비봉산(531m) 정상까지 편하게 앉아서 올라갈 수 있다.
총 12대가 운행하며 하루 최대 73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모노레일은 연일 만원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인터넷 예약을 하려고 해도 주말에는 한 달 후에도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청풍호는 1985년에 충주댐이 완공되며 생겨난 인공호수. 공식 명칭은 충주호이지만, 제천 사람들은 수몰지역이 많았던 청풍면의 이름을 따 청풍호라고 부른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청풍호안은 리아스식 해안처럼 유난히 굴곡이 심하다. 그래서 주변 산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면 그림같이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비봉산 정상 아래 펼쳐지는 그윽한 청풍호 풍경. |
입소문을 타고 이 모노레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제천군은 아예 경관 감상만을 위한 관광용 모노레일을 산 아래부터 설치했다. 편의시설까지 합쳐 총 45억원 정도가 들어간 모노레일은 단번에 제천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청풍면 도곡리에서 출발하는 관광 모노레일의 총 길이는 2.9㎞. 오르고 내리는 데 각각 23분씩 걸린다. 이 모노레일은 단순히 비봉산 정상에 오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 상품이다. 평균 시속 7∼8㎞로 천천히 달리지만,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가파른 경사구간이 많아 스릴 만점이다. 뒷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들이 "청룡열차 타는 기분"이라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내려오는 길은 더 짜릿하다. 45도 비탈길에서 몸이 앞으로 확 쏠려 안전벨트가 없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제천의 새로운 명물인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 |
널찍한 나무데크의 앞부분은 패러글라이딩 활강을 위해 스키 슬로프처럼 경사가 져 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이 요철 모양으로 되어 있지만, 조심조심 밑으로 내려간다. 데크 끝에 서자 발아래는 까마득한 절벽. 아찔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는다. 때마침 패러글라이더가 두둥실 떠오른다. 파란 하늘을 선회한 패러글라이더는 호수를 향해 유유히 날아간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가슴이 설레는데, 하늘 위에서 비행하는 사람의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제천 비봉산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청풍호 전체의 모습이 펼쳐진다.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가 이 풍경을 더욱 짜릿하고 역동감 있게 만들어 준다. |
청풍호 일대에는 자드락길이라는 멋진 도보길도 꾸며져 있다. '자드락'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이르는 우리말. 7개 코스로 나뉘어 전체 길이가 58㎞에 달하는 자드락길에서 가장 풍경이 수려한 곳은 6코스 괴곡성벽길이다. 예전에 삼국시대에 쌓은 성벽이 있었다는 괴곡성벽길은 옥순대교 남단에서 출발해 두무산 줄기를 따라 이어진 9.9㎞ 구간이다. 충북의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며 세 가구가 마을을 이룬 다불리, 흔적만 남은 다불암이라는 절터를 지나면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에서 트레킹의 감흥은 절정에 달한다.
녹색명소라는 이름은 너무 평범하지만, 전망만큼은 최고다. 청풍호 양 옆의 우람한 산줄기와 옥순대교, 그 사이를 지나는 유람선이 빚는 풍경에 순식간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제천=글·사진 박창억 기자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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