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생산.공정관리

모듈러 방식 도입… 불량 절반 줄고 생산성 25% 늘어

성공을 도와주기 2013. 12. 2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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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 기업 생산현장의 비밀] [2] 광주 광산 삼성전자 냉장고

    직원들 잔업·특근 사라져 칼퇴근으로 행복한 비명
    세계 시장 점유율 14.2%로 1위 올랐지만 재도약 선언
    라인 면적 3분의 1로 줄어… 연구공간·사무실도 마련

    ‘요즘 계속 일찍 들어가니 이제는 안사람이 귀찮다고 싫어합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오선동 삼성전자 그린시티(광주사업장) 냉장고동(棟). 세계 1위 냉장고 생산기지인 냉장고동 내부 소통게시판엔 작업 혁신을 위한 제안부터 전달사항, 나아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생산직 직원이 적어 놓은 퇴근이 너무 빠르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정말 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활가전사업부 김광덕 부장은 “얼마 전부터 직원들이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해 저녁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다”며 “삶의 질이 높아져 좋다는 것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냉장고 세계 1위 등극

    세계 냉장고 시장 1위 업체 삼성전자가 재도약을 위한 변신을 선언했다. 작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세계 냉장고 시장 점유율 14.2%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월풀(점유율 12.5%)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위에 올라서는 순간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수십년간 유지해 온 컨베이어 생산방식을 버렸다. 새로 도입한 것은 ‘모듈러 생산방식(MPS·Modular Production System)’. 작년 11월부터 올 1월 초까지 생산라인 공사도 마쳤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오선동 삼성전자 그린시티(광주사업장) 냉장고동에서 작업자들이 모듈러 방식 생산라인에서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오선동 삼성전자 그린시티(광주사업장) 냉장고동에서 작업자들이 모듈러 방식 생산라인에서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컨베이어 생산방식은 공정을 수백 개로 나누고 모든 공정마다 생산자를 배치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공정의 속도가 전체 생산량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컨베이어 생산방식은 가장 느린 공정에 생산 속도를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정을 컨베이어 좌우에 여러 개 배치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쉽게 말해 공정당 평균 작업 시간이 1분이지만 특정 공정 작업에 10분이 걸린다면 그 공정을 10개 만드는 것이다. 이런 10개 동일 공정의 묶음이 바로 모듈이다.

    과거 생산라인은 한 가지 모델만 생산하는 전용라인이었다. 김광덕 부장은 “어떤 라인은 하루 24시간 돌아가고 다른 라인은 8시간만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듈러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나서 그런 불합리한 현상은 사라졌다. 컨베이어 좌우에 각각 다른 제품의 생산 모듈을 배치해 한 라인에서 2가지 모델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라인에서 2가지 모델을 생산하는 이른바 혼류(混流)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생산 시간 3분의 1, 불량은 절반으로 줄어

    모듈러 생산방식 도입은 냉장고동을 몰라보게 바꿔 놓았다. 생산라인 하나가 냉장고를 토해내는 시간이 270분에서 95분으로 줄었다. 생활가전사업부 정광명 상무는 “수십년간 개선해 사용해 온 생산라인을 불과 두 달 만에 혁신했다”고 말했다. 생산성은 25% 늘고, 불량은 50% 줄었다. 덕분에 잔업·특근이 사라졌다. 직원들은 오후 6시에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긴다.

    생산에 필요한 공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냉장고동은 2층 건물이다. 작년까지 생산라인이 2개 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개 라인이 1층에서 시작해 2층에서 끝나는 구조였다. 그러나 모듈러 생산방식 도입 후 2층에서 라인이 사라졌다. 라인 길이가 3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구개발팀이 2층을 차지했다. 칸막이를 설치해 사무실과 연구 공간을 만든 것이다.

    냉장고뿐 아니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체가 이런 혁신 작업을 끝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를 시작으로 지난 4월 에어컨 생산라인 모듈화 작업을 마쳤다. 대형 생활 가전 전체에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모든 제품 생산라인이 냉장고동과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정광명 상무는 “생활가전사업부 전체가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를 향해 달릴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