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위해 규제완화·감세해도 ‘낙수효과’는 줄었다
50대 기업 부가가치 생산·분배 분석 등록 : 2015.01.27 20:42
삼성·현대차 등 최상위 4대 그룹의 경제성과(부가가치)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져 경제력 집중이 심해진 반면 나머지 하위 그룹들의 비중은 오히려 낮아져, 재벌 안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최상위 기업일수록 부가가치 배분에서 회사와 주주 몫이 크고 가계소득의 원천인 종업원 몫은 작아, 기업 성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약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 및 분배에 관한 분석’보고서(작성자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부가가치 기준 상위 50대 기업의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부가가치 생산 및 분배를 분석했다. 그동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 분석은 자산·매출 중심으로 이뤄졌고, 부가가치에 바탕을 둔 분석은 처음이다. 부가가치는 기업의 생산액 중에서 원재료와 하청기업 기여분(부품) 등은 제외하고 스스로 만든 잉여가치로서, 기업의 고용·소득의 창출과 임금·이자·배당 등으로 분배되는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에 경제력 집중 가속화
나머지 기업 비중 되레 줄어
영업이익, 인건비 비중 39.1%뿐
사내유보율↑…고용 영향 제한적
삼성전자·현대차 등 50대 기업(분석기간 중 재무자료가 없는 6곳 제외)이 생산한 부가가치 총액은 2013년 기준 154조4천억원으로, 2002년의 71조2천억원에 비해 2.2배로 늘어났다. 50대 기업의 부가가치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9.35%에서 2013년 10.81%로 높아져,‘경제력 집중’이 심해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50대 기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최상위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50대 기업 중에서 재계 1위인 삼성 소속 8개 기업의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2.4%에서 3.77%로 급상승했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상위 4대그룹 소속 20개 기업의 비중도 5.3%에서 7.53%로 높아졌다. 반면 나머지 24곳의 비중은 4.05%에서 3.27%로 오히려 떨어졌다.
김상조 소장은 “한국 대표기업들의 실적이 4대그룹을 제외하면 정체 내지 침체돼 있고, 최근에는 삼성과 현대차마저 실적이 둔화돼 한국경제의 앞날이 우려된다. 정부의 재벌정책 대상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에서 4대 재벌로 압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중에서 회사·주주에게 귀속되는 영업잉여(영업손실과 대손상각 등)와 감가상각비의 비중은 2013년 기준 56.4%로 높은 반면 종업원에게 귀속되는 인건비의 비중은 39.1%로 낮다. 이는 최상위 기업에서 더욱 뚜렷해, 4대그룹 소속 기업의 영업잉여와 감가상각비 비중은 61.03%에 달한다. 삼성 소속 기업의 비중은 66.03%로 더 높다. 반면 4대그룹 소속 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37.31%로 50대 기업 평균보다 낮다. 삼성 소속 기업의 비중은 33.45%로 더 낮다.
최상위 기업의 ‘낙수효과’ 약화는 노동소득분배율(감가상각비를 제외한 부가가치 중에서 인건비의 비중)에서도 확인된다. 50대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13년 기준 53.1%로, 제조 대기업 전체(법인세 신고 기준·6만2181곳)의 55.1%보다 낮다. 4대그룹 소속 기업은 49.2%로 더 낮고, 삼성 소속 기업은 42.1%로 최저다.
50대 기업은 주주배당에 인색하고, 영업잉여의 대부분을 사내유보하고 있다. 50대 기업의 사내유보율(이익잉여금처분 가능액 기준)은 2013년 기준 88.8%에 달한다. 반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은 25.7%에 그치고, 배당률(액면가 기준 배당금)은 2.1%에 불과하다. 김상조 소장은 “영업잉여와 감가상각비의 대부분은 기업 내부에 유보되는 반면, 가계소득의 핵심 원천이 되는 인건비 비중은 낮다. 대표기업들의 성과가 계속 이어져도 국민 다수의 고용과 소득으로 확산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기업 이익의 일정 수준 이상을 투자·배당·임금인상에 사용하도록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을 도입했으나, 이런 낙수효과 약화 현상을 감안할 때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소장은 “50대 기업의 투자규모가 2010년 이후 감소세로 반전됐고, 가용 가능한 내부자금 중에서 실제로 투자에 투입되는 부분이 절반도 안된다”면서 정부의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투자 주도 성장전략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 임금인상과 배당확대의 혜택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과 고액의 금융자산가에게 집중돼 근로소득 격차 축소와 소득분배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소장은 “중소 하도급기업의 경영개선에 기여하고, 소속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하는 지출에 적극적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 “법인세 증세를 통해 정부가 사회보장지출 확대, 최저임금 인상,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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