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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사막에 가서 죽는다? 항공기 제작부터 퇴역까지

성공을 도와주기 2015. 7. 26. 21:37

항공기의 일생

항공기의 일생
[경제의 창]
중국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항공여객 시장을 겨냥한 국내 항공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업체마다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는가 하면, 신규 노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사들은 중장기 수요 예측에 따라 자금계획을 세워 몇년 전부터 미리 항공기 도입을 결정하고, 사용하던 항공기는 매각하거나 임대회사에 돌려준다. 대형 항공사에서 쓰던 중고 항공기는 개발도상국의 항공사 등을 거쳐 수명이 다한 뒤 분해돼 부품이 재활용되면서 그 생을 마감한다. 항공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돼 운항한 뒤 폐기되는지 전 과정을 살펴본다.

 

 

■ 아시아·태평양 항공시장 급증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항공 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신흥시장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대에 들어서면서 항공기 이용이 대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를 보면, 세계 항공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점유율은 국제선 여객수요 기준으로 32.8%(2014년)다. 유럽(23.7%)과 북미(25.2%)를 뛰어넘었다. 2034년에는 세계 항공시장 여객 점유율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등 신흥시장 중심 항공 수요 폭발
아·태 점유율 32.8%…유럽·북미 제쳐

대한항공 100대·아시아나 61대 도입
“비행 5시간대 중국·일본·동남아 공략”

에어버스 A320네오 한대 1천억 웃돌아
보유기 대부분 구매보다 리스 방식

연식 20년 ‘경년항공기’ 퇴출키로
중고항공기는 개도국에 매각

대한항공이 지난 6월 보잉 및 에어버스의 중·단거리 항공기 100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급성장세의 아시아 시장에서 선제적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도 2025년까지 총 61대 도입하기로 한 에어버

 

스 항공기 가운데 중소형기 A321네오 25대가 2019년부터 차례로 들어오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영하며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영석 상무는 “국내 항공사들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기종은 대부분 5시간 안팎의 비행시간에 최적화된 항공기”라며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비행시간 5시간 안팎에 있는 중국·일본·동남아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세안 지역 저비용 항공사들과의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의 저비용 항공사 가루다항공은 다음달 인천~발리 노선에 최신형 항공기인 B777-300ER 기종을 시범 운항하기로 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3일 보잉과 항공기 도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베트남 저비용 항공사 비엣젯항공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 항공기 도입자금 조달은 어떻게? 

 

대한항공이 도입하기로 한 100대의 구입가격은 총 13조원에 이른다. 세계 다양한 항공사에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에어버스 A320네오의 경우 한 대 가격이 1천억원을 웃돈다. 항공사들은 거액의 항공기 도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과거 항공사들은 주로 은행으로부터 항공기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직접 비행기를 샀지만, 요즘은 대부분 리스 방식으로 비행기를 빌려 쓴다”고 말했다.

 

 

항공기 리스는 크게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로 나뉜다. 운용리스는 주로 임대회사가 항공기 제조사로부터 항공기를 산 뒤 항공사에 리스하는 방식이다. 통상 리스기간 5년가량의 계약을 맺는다. 항공기 가격이 1대 1천억원을 넘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간에 특수목적법인(SPC)을 끼워넣기도 한다. 즉 에스피시에 구입금액을 대출해주는 금융기관들(대주단)과 출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사가 우선 구매계약을 체결한 뒤에 제작이 완료되면 항공사가 이 구매계약을 임대회사나 에스피시에 양도하면서 동시에 리스계약을 맺는다. 리스계약이 체결되면 임대회사나 에스피시는 대출금과 투자금을 동원해 항공기 제조사에 구매대금을 지급한다. 이어 항공사가 제조사로부터 항공기를 인도받고, 임대회사나 에스피시에 리스료를 지급한다.

 

 

반면 금융리스는 항공사가 리스 종료 뒤 항공기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금융기관 및 에스피시로부터 비행기를 임차해 쓰는 방식이다. 금융리스의 리스기간은 통상 10년 이상 장기다. 대주은행단은 소유주 겸 임대인인 에스피시에 항공기 구입비를 대출해주고, 에스피시는 항공기를 제조사로부터 구매해 항공사에 리스해준다. 임차기간이 만료되면 임대인으로부터 항공기를 구매한다.

 

 

김기명 연구원은 “국제 항공시장에서 운용리스 비중은 1980년 1.7% 선이었으나 지금은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리스는 회계상 ‘차입’으로 잡혀 항공사들이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며 “항공산업 분석기관인 어센드는 운용리스 비중이 2020년 5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도 대부분 운용리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7 대 3의 비율로 금융리스 방식을 더 선호한다.

 

 

■ 항공기 제작에서 인도, 운항까지 

 

전세계 민영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80% 이상 차지하는 과점 체제다. 핵심 부품인 엔진도 지이(GE), 롤스로이스, 프랫앤휘트니 등 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기술 및 자본집약적인 산업특성을 지닌데다 안전성이 최우선 조건인 항공기의 특성상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여건으로 인해 항공기 주문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B737을 조립하는 보잉의 렌턴 공장은 월 생산대수가 총 42대인데, 지난해 보잉사의 B737 수주 물량은 1000대가 넘는다.

 

 

첨단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항공기는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을 여러 곳에서 납품받아 주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미국 시애틀의 보잉 공장과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공장에서는 각 지역에서 생산된 동체와 날개, 엔진, 항공기 내부 시스템이나 구조물 등을 조립해 기체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도장을 하고 시험비행을 한 뒤 주문한 항공사로 항공기를 넘겨준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넘겨받은 뒤 시험비행을 거쳐 상업운항을 시작한다. 항공기의 경우 주기적인 부품교환이나 정비 등이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딱히 정해진 사용연한은 없다. 통상 20~30년 사용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령이 늘어 노후화가 진행되면 자칫 기계적 결함이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최근 국토교통부는 제작 연식 20년을 넘긴 ‘경년 항공기’는 퇴출하기로 국적 항공사들과 협약을 맺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0년 도입한 B737-800기 50여대를 새 항공기가 들어오는 2019년부터 매각할 계획이다.

 

 

■ 퇴역 항공기는 사막지역 ‘무덤’으로

 

각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사용하다 퇴역시킨 항공기는 어떻게 될까? 대한항공 이기광 상무는 “한국에는 퇴역한 항공기를 처리하는 폐기장이 없다”며 “교육기관 또는 전시장에 기증하거나 외국에 매각한다”고 말했다. 퇴역 이전의 중고 항공기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항공사들이 사들여 다시 몇년간 상업운항을 한 뒤 폐기된다.

 

퇴역 항공기들은 다시 새 주인을 맞을 때까지 캘리포니아주의 ‘모하비 사막’ ‘빅터빌’, 애리조나주의 ‘킹먼’ ‘피닉스 굿이어’ ‘마라나 피날 에어파크’ 같은 사막지역 폐기장에 보관된다.

 

폐기장으로 보내진 중고 여객기의 운명은 크게 둘로 나뉜다. 다행히 새로 주인을 만나 부활하는 경우도 있는데, 새 주인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지역의 영세 항공사들이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항공기는 사용 가능한 부품만 빼내 손질한 뒤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항공기의 무덤’이라 불리는 폐기장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