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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층 높이 크루즈에 탑승해 발코니서 마시는 커피 한잔

성공을 도와주기 2016. 12. 2. 09:43

19층 높이 크루즈에 탑승해 발코니서 마시는 커피 한잔

처음 만나는 리갈프린세스호 승선기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의 높은 천장.
[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5] "피곤하다…."

 "오빠 저도요."

 눈을 힘겹게 뜨고 일어났다. 시곗바늘이 오전 5시를 가리킨다. 전날이 돼서야 부랴부랴 짐을 싸느라고 잠을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아니 오빠가 짐 싸놓는다며 왜 이제서야 하는데요?" 등 뒤에서 들리는 잔소리를 정면으로 계속 받았더니 머리가 띵해 온다. LOL(리그오브레전드, 온라인 게임)이 이렇게나 나쁜 겁니다 여러분. 어쨌든 다시 한번 제일 중요한 여권을 무사히 집어넣었는지 확인해봤다. 이제 2주 동안 떠나는 북유럽 크루즈 여행의 시작이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발하는 항공편은 요즘 우리나라에도 광고를 많이 하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로 예약을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환승을 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일정이다. 코드셰어를 이용했기 때문에 모스크바까지는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타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짧은 환승시간이긴 했지만 모스크바 공항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대한항공을 타고 잠들었더니 금방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 천장이 매우 높고 거대하고 웅장한 것이 지난날 최강대국이었던 소련의 위엄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50분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 환승 보딩 타임은 5시 40분이라 환승시간이 1시간도 안 남았다.

 "우리 시간 없는데…10분 뒤에 보딩 시작되는데…."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플래시/화면캡처=주토피아
 벌써 환승 수속을 한 지 30분이 지났는데 줄이 줄어들 생각을 안 한다. 한국 같았으면 5분이면 끝날 줄 길이인데. 기다리다 초조해진 와이프가 한마디 했다. "곧 끝나겠지…." 나도 쿨한 척 했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그냥 공항 전 직원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나오는 플래시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모스크바 공항을 포함한 러시아 공항 자체가 느린 일처리로 꽤 악명이 높다고 한다)

 거의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우리 차례가 왔다. 공항 직원이 우리 이름과 사진을 대조하는데 독수리 타법으로 일일히 한 자 한 자 넘겨가면서 이름을 찾는 것을 보면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불만을 말해봤자 환승시간만 늦어질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결국 환승 수속을 끝내니 보딩 시간을 초과했다. 러시아에서 공항 수속과 환승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 (다행히 직원 한 명이 천사처럼 나타나 우리 부부 카트를 번개처럼 밀고 같이 뛰어줘서 환승에는 성공했다.)

럭셔리 크루즈선 "리갈프린세스" 측면. 총 19층에 5000명가까이 승선하는 초대형 선박이다.
 "와…진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 선박을 보고 나서 뱉은 첫마디다. 말이 안 나온다. 정말 '크고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고 하는데 화면에 다 안 들어온다. 알아보니 높이가 총 19층이고 길이는 축구장 3개를 합쳐놓은 크기라고 한다. 인간을 한번에 압도하는 웅장함이다.

 크루즈 선택은 앞서 밝혔던 대로 프린세스크루즈의 초호화 크루즈선인 '리갈 프린세스(Regal Princess)'호를 이용했다. 프린세스크루즈 북유럽 7개국 상품은 크루즈 매체인 포트홀매거진(Porthole Magazine)이 선정한 '최고의 북유럽 일정'으로 선정된 바 있다. 리갈 프린세스는 무게 14만1000t으로 승객 3560명과 승무원 1346명을 합친 약 5000명의 인원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다.

 수속은 여권으로 신원조회를 한 뒤 캐리어 같은 큰 짐은 따로 맡기고 몸만 타면 된다. 들어가니 비틀스의 'Hey Jude' 음악이 흘러나온다. 악사들도 손짓을 하며 환영을 해준다. 내부에서 한번 더 수속절차를 거치고, 우리방으로 찾아가니 캐리어가 이미 도착해서 우리 부부를 맞이해줬다.

옆집부부가 묵은 발코니룸.
 보통 크루즈의 방은 5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저렴한 순서대로 인사이드(Inside), 오션뷰(Ocean View), 발코니(Balcony), 스윗룸(Suite Room), 로열 스위트룸(Royal Suite Room)이다. 인사이드룸은 가장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창문이 없다. 오션뷰는 바닷가를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이 달려 있는 방이다(열리지는 않는다). 발코니는 말 그대로 방 밖에 발코니가 있어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스위트룸과 로열스위트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VIP를 위한 방이다.
리갈프린세스호 선덱 전경.
 우리 부부 방은 이 중 발코니였다. 이왕 힘들게 가는 거 돈 아끼지 말자고 출발하기 전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8층을 배정받았다. 승객실은 14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배 아래로 올수록 덜 흔들리고 갖가지 행사가 열리는 5층 중앙광장(Piazza)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두 번씩 룸 청소를 하고, 오후 청소 이후에는 다음날 주문할 조식 메뉴를 적어 문에 걸어둔다. 발코니부터는 조식 배달 서비스가 무료라는 장점이 있다.

 오후 5시가 되자 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지금부터 머스터 드릴(MUSTER DRILL)이 있으니 모두 프린세스라이브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머스터 드릴은 문자 그대로 선상 소집훈련을 뜻한다. 해상안전훈련이라고 IMO라는 국제해사기구 규정에 의해 전 승무원들은 출항 1시간 이내로 승객들에게 안전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훈련이라고 해서 힘든 과정은 아니고 승무원이 시범을 보이면서 비상상황 시 구명조끼 입는 법을 알려주고 사이렌에 따라 소집할 장소를 고지한다.

♣수상한 여행 꿀팁 : 크루즈 안에서 인터넷은 어떻게?

 바닷길 망망대해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쾌적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보통 선박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면 자체 사이트로 접속하는데,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돈을 주고 이용권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엄청 비싸다. 10MB도 채 안 쓰는데 수달러 이상을 써야 한다. 가끔 와이파이를 싸게 해주는 프로모션도 있으니 좌절만 하진 말자.

[MayToAugust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