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만 혹은 60세 이상, 자영업 창업 주도
'준비 미흡한' 창업, 韓경제 전반 부담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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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해 지방 소재의 한 대형 조선업체에서 희망퇴직을 한 A(61)씨. 그는 조선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권유를 받았고, 고민 끝에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를 창업했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동안 들었던 돈만 족히 5억~6억원은 넘었다고 한다. 그간 모아둔 돈에 퇴직금까지 털어넣은 것이다. A씨는 “수십년 일했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나가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렇다고 마냥 버티고 있기도 힘들 것 같아 창업을 선택했다”고 했다.
다만 자영업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A씨의 한 지인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조선업이 불황이어서 한 잔에 5000원씩 하는 커피가 잘 팔리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저성장 고착화 탓에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이 급증하고 있다. 평생 다닌 회사에서 밀린 노년층과 회사 문턱도 밟아보지 못 한 청년층이 그 중심에 있다.
일각에서는 소규모 영세 자영업이 ‘제2의 농업화’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산성이 너무 낮고 경기 부침도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영업자의 눈물’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과 노년이 이끄는 창업
16일 이데일리가 국세청의 사업자현황 통계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10월말 현재 음식업 개인사업자 수는 70만325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국세청의 개입사업자 수는 통상 소규모 자영업자로 인식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연령별 증감률이다. 60세 이상은 11.04% 늘어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70대(6.40%↑) 역시 높았다. 그 다음이 30세 미만 청년층(4.57%↑)였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30~50대의 음식업 창업은 주춤하거나 줄었는데, 청년층 혹은 노년층의 진입은 활발한 것이다. 최근의 흐름을 파악하기 용이한 전월 대비 증감율의 경우 30세 미만이 2.07%로 가장 높았다.
소매업 역시 마찬가지다. 60세 이상(6.28%↑), 30세 미만(6.12%), 70세 이상(4.17%) 순이다.
업종 전체로 봐도 이런 흐름은 일치한다. 60세 이상의 개입사업자 등록 증가율이 8.72%로 가장 높았으며, 30세 미만(7.30%↑)와 70세 이상(7.03%)의 자영업 진입이 두드러졌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사업 전선에 활발하게 뛰어드는 걸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문제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생산성이 낮아 경제 전반에 도움이 미미하고, 그들만의 ‘레드오션’ 혈투로 또다른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최근 자영업은 창업과 폐업이 빈번해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빌린)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10월말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커피음료점이었다. 한해 사이 무려 20.12% 급증했다. A씨처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집 사장님’이다. 헬스클럽과 편의점의 증가율도 각각 12.20%, 11.77%를 기록했다. 실내장식업(8.85%↑)이 많아지는 건 자영업 급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중개업도 전년 동기 대비 8.35% 늘었다.
◇유독 두드러지는 韓 자영업
성숙한 경제일수록 자영업의 수는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임금근로자를 품을 수 있는 정도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선진국 경제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우리나라도 자영업 비중이 줄고 있기는 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통계청의 자료률 인용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 비중은 22.1%였다. 10년 전인 2004년 당시에는 이 수치가 27.1%였다. 다만 동시에 그 감소 속도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자영업 비중은 20년 넘게 20%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해외와 비교하면 이는 더 확연하다. 2010~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자영업 비중은 15.4%였다. 우리나라(22.9%)보다 한참 더 낮다. 미국 일본 등은 이미 자영업자 비중이 10%가 채 안 된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과 청년층이 창업으로 몰리는 건 우리 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464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음식업 소매업 등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자영업자의 경영 악화와 폐업률 증가는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증가로 이어질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언들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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