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혁신의 현장] 로봇끼리 대화하는 공장…여기는 GE의 '혁신 특공대''
[JTBC] 입력 2017-01-16 오전 1:02:03 수정 2017-01-16 오전 6:26:023D프린터 300대 제조 공정에 도입
설계도면에 따라 시제품 만들어
마하 1.5로 날개 돌려서 전기 생산
IoT망 통해 촘촘하게 설비 관리
아이디어 좋으면 사업화 즉각 지원
“덩치 큰 공룡 GE
미국 가스터빈 공장 국내 첫 공개
A→B→C로 이어지는 공정에서 A 로봇이 작업을 끝내지 못했을 때 놀려야 했던 B·C 로봇이 (남는 시간 동안) 스스로 다른 작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밸섬 총괄은 “야구 경기에서 안타를 막는 수비수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것처럼 AMW에선 로봇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실시간 대응한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환경에서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진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인근 가스터빈 공장으로 이동했다. 대표 모델인 9HA.01 가스터빈의 회전 날개가 마하 1.5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스터빈은 가스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뜨거운 공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장비다. 한대 당 높이 5.2m, 길이 11.6m, 무게 392t, 출력 600메가와트(MW·1MW는 1000가구가 동시 쓸 수 있는 전력량), 가격 최고 700억원에 달하는 ‘괴물’이다. 가스터빈은 한번 납품하면 매년 수백 억원이 넘는 유지·보수 작업까지 동시에 수주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 15조원,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더하면 연 30조~40조원에 달한다. GE는 이 시장에서 세계 1위다.
센서와 인터넷 망을 통해 공장 설비를 촘촘하게 연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가스터빈 생산 장비를 물로 세척할 필요가 생길 경우 장비 스스로 상태를 작업자에게 알리는 식이다. 공장 관계자는 “제때 세척을 하지 않아 나중에 공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장비를 다 분리하고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해야했던 과거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E가 목표로 하는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의 일부 모습이다.
공장 내부 뿐 아니라 외부와도 실시간 소통한다. 상황실 한 켠 모니터에선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GE 가스터빈 상황이 각자 다른 색깔로 표시됐다. 이상이 생겼을 땐 경고 신호가 깜빡거렸다. 120개국 1만대 이상 터빈마다 설치한 센서가 보내온 진동과 온도·바람·회전속도 같은 정보를 분석해 낸 결과다. 그린빌 공장에선 이렇게 수집한 연간 15테라바이트(TB·1TB는 1024기가바이트) 분량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스터빈이 언제쯤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길지를 예측해 사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넘어지기 전에 지팡이를 짚는’ 식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벤처 DNA를 이식한 ‘패스트웍스(FastWorks) 업무 시스템도 그래서 도입했다. 직원들끼리 소그룹을 꾸려 제안한 아이디어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하는 ‘상향식’ 업무 시스템이다. 사업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라고 판단하면 회사가 적극 지원해 준다. 설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GE 내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셈이다. 애트웰 총괄은 “덩치 큰 ‘제조업 공룡’이던 GE는 바뀐지 오래다. 사내에선 GE를 ‘세계 최대 벤처기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스마트 공장은 아직은 보급 초기 단계다. GE는 그린빌 공장 같은 스마트 공장을 2020년까지 전세계 400여개 공장 중 5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조업체들은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불량률 낮은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공정을 추구했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자동화를 통한 대량 생산만으론 한계에 부닥쳤다. 아무리 시간당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도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당한 노키아 신세가 될 수 있다. 임채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 공장은 이미 시작된 변화이고, 한국 제조기업에게도 뒤쳐져선 안 되는 경주”라고 말했다.
그린빌(미국)=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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