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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탄 행복의 비밀> 저자 박진도

성공을 도와주기 2017. 6. 14. 22:21

잠깐, 질문 하나 내겠다. 

1인당 국민 소득이 3000달러도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 산 정상 신비로운 풍경이 '끝내준다'는 소문이 국경을 넘어 매일 해외 관광객이 끊이지 않을 지경이다. 이쯤이면 농업이 주산업인 나라에서 마을 주민들이 농사일 대신 여행객들의 짐을 나르는 포터 일에 더 많이 나서야 하는 상황. 당신이 이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어떻게 하겠나. 무려 객관식이다. 

1.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수지타산 안 맞는 농사를 접고 관광업으로 대체한다.
2. 너무 많은 관광객 유입으로 일할 사람이 없어 농사를 망치고 환경이 파괴되고 있으니 입산을 제한하고 짐을 옮길 수단으로 농민 대신 다른 방법을 고민한다.

이 나라의 지도자는 2번을 택했다. 왜냐면 그게 이 나라의 오랜 국정 철학이기 때문이다.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부탄 이야기다. 매일매일 자신 혹은 남의 살 깎아(?) 먹으며 사는 헬조선 국민 입장에서는 '뭐 이런 나라가 있나' 싶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부탄 행복의 비밀>
▲  <부탄 행복의 비밀>
ⓒ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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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힘으로 뭔가 어쩌지 못할 때 우리는 자조한다. '행복이 뭐 별 건가'라고. <부탄 행복의 비밀>을 쓴 사단법인 지역재단 박진도 이사장도 그랬다. 

행복에 대해 연구하기 전엔 그저 '그냥 각자 알아서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당시 충남도청 슬로건이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이었는데, 왜 그걸 도가 해야 하지?라고 여겼단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도민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부탄을 알게 되면서 달라졌다. 2011년부터 매년 행복에 관한 주제로 국제컨퍼런스 등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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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있는 지자체가 행복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 아니냐는 자평을 하면서도 조금 더 빨리 연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는 박 이사장.

물론 박 이사장의 행복에 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를 한국식으로 개발해 연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부탄의 국정철학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니까.

이에 지난 6월 초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지역재단 사무실에서 입헌군주의 나라 부탄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우리는 부탄의 어떤 점을 정책에 받아들이면 좋을지 등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 책 <부탄 행복의 비밀>은 <한겨레21>에 연재한 내용을 묶어서 낸 건가.
"뼈대는 그렇다. <한겨레21>에 실린 기사가 (지면의 한계도 있고) 거의 여행 스케치 수준이라면, 책에는 경제학자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본 부탄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 서문을 읽으면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쓴 오연호 대표와 취지가 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다르다고 본다. 북유럽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좋은 이야기가 많으나 잘못 오해하면 '(우리도 북유럽처럼 되려면) 8만~9만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장논리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북유럽 이야기를 하려면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소득이 낮은 단계에서도 복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들이 강조되어야 한다. 부탄은 그런 차원에서 관심이 갔다. 1천불대 소득 수준의 국가가 '행복'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놓고 국가 운영을 펴갔다는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본 거다."

"소득이 낮아도 복지 사회 만들려는 노력 강조 되어야"

 <부탄 행복의 비밀> 저자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  <부탄 행복의 비밀> 저자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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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것처럼 1972년 당시 국왕이었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의 국정철학은 놀랍다. 그는 '모든 사람은 행복을 열망한다. 따라서 한 나라의 발전 정도는 사람들의 행복에 의해 측정되어야 한다'며 국민총행복(GNH)을 국정지표로 삼았다. 우린 그때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이었다.
"1972년 부탄은 절대군주국가였다. 짐이 국가인 나라. 그땐 헌법도 없었다. 그러니까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이 무얼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4대 왕인 왕추크의 아버지 3대 왕도 상당히 계몽군주였다고 한다. 절대군주국가긴 하지만 형식적으로라도 의회를 설립할 정도였고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그 아버지 뒤를 이은 4대 왕도 GDP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그보다 국민행복이 더 중요한 거 아니냐는 이야길 계속 했다고 한다. 그런 국정철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었냐 하면, 이후 헌법이 제정되고 국민총행복위원회나 국민총행복지수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국정철학이) 국가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게 된 거다.

우리도 예를 들어 70년대에 훌륭한 대통령이나 왕이 있어서 이렇게(국민이 행복한 방향으로) 가자고 했으면 그렇게 갔을 거다. 그런데 어땠나. '돈이 전부'라고 통치하지 않았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알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새벽까지 일하고, 허리띠 졸라 메고 일했던 거다. 온갖 거 다해서 경제를 키웠다. 성장 일변도로 달려왔다.

그러나 부탄은 일찍부터 좋은 가치를 가진 절대 군주가 나라를 그런 방향(국민이 행복한)으로 하자고 했고 사람들이 따랐다. 물론 절대군주가 하자고 하는데, 누가 시비를 걸 수도 없었겠지만.(웃음) 우리도 뒤늦게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반성을 하고는 있지만 돌이키긴 어렵다. 이미 사회를 움직이고 있고, 지배하고 있는 힘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히 재벌이 참 문제라고 하지만, 그 재벌 누가 손볼 건가. 손 볼 수 있는 힘이 없다. 

애초에 재벌을 만들지 않았으면 될 거였다. 이렇게 한 번 만들고 난 다음에는 문제가 많아도 어쩌긴 어렵다. 사교육도 그렇다. 사교육으로 고통받고 있고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나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 그래도 현재 부탄은 최빈국인데...
"맞다. 지금 부탄 사람들의 관심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 거다. 나는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본다. 부탄은 경제 전체가 어렵다. 해외 원조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고,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도 소득이 모자르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하는 것은 당연한 관심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과거 우리처럼 국가나 사회가 국민에게 "돈 벌기 위해 달려라" 이야기하지 않고, 학교 교육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조금 다른 변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하면, 개방을 하더라도 마구 개방할 수도 있고 규제된 개방을 할 수도 있는데, 부탄이 상당히 개방을 하고 있지만 자기 나름의 가치를 지키면서 규제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부탄은 WTO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가입했을 때 오는 부작용을 생각했을 때 국민적 반대가 많으니까 안 한 거다. 소위 부탄은 아홉 개의 영역(교육, 건강, 생태적 다양성 및 복원력, 공동체 활력 등)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기본 철학이 있다."

- 그런 시스템 안에서 뭔가 '부탄화' 시킨 제도나 정책들이 인상적이더라. 산악 트레킹 할 때 포터 안 쓰고 말에게 짐을 지게 하는 것도 그렇고.
"맞다. 부탄에서는 사람을 포터로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처음엔 부탄도 등반에 필요한 짐을 사람이 운반하도록 했다. 하지만 농번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국민들의 하소연에 국왕이 포터를 폐지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라, 짐은 말이 지게 하겠다'면서. 산에도 일정 높이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있는데, 사람들이 마구 올라가서 자연을 헤치고 하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 거겠지. 단순히 외화벌이만 생각했으면 이렇게 못했을 거다."

- 부탄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나.
"개인이 욕망을 갖는 거에 대해 나쁘다 할 수만은 없다. 그건 부단히 교육하고 가르치고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따라가기 마련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부탄의 경우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아니 오히려 문제가 없으면 이상한 거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저 나라에 저런 게 있으면 안 되는데 왜 저런 게 있지?', '(행복한 나라에서) 자살하면 안 되는데 왜 자살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인식은 잘못이라고 본다. 

일면 모순적인 것은 당연한 거다. 인간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인간의 좋은 면이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다. 이기심과 이타심이 있는데, 이타심이 잘 발휘되도록 해주는 것이 사회 시스템이고 국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기심은 신경 안 써도 자기가 다 챙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기심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살아온 거다. 지역 사회에서 네가 해야 할 역할은 뭐고, 네가 네 행복을 위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이기심 쪽으로만 조장해 온 거란 말이다. 사회 모든 시스템을 그런 식으로 운영해 온 거고. 지금 그걸 바꿔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부탄을 좀 참고했으면 하는 거고."

'아직 행복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민하는 부탄

-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행복지수'를 언급했다.
"생각해봐라. 박근혜가 2012년 선거에서 '국민행복'을 들고 나왔다. 나는 그게 국민들에게 먹혔다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이미 벌써 혹은 그 전부터 국민들은 성장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는 거다. IMF 전후로 한국 사회가 급격히 나빠졌다. 양극화에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행복'이란 말을 받아들였다고 본다. 그런데 말만 그렇게 해놓고 이명박보다 더 열심히 성장 중심으로로 갔다.

지금 국민들은 세금 더 낼 생각 있다고 본다. 그 돈이 정말 국민 행복을 위해 잘 쓰여진다면 말이다. 근데 그런 거에 대해 소위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는 게 문제다. 확실한 국정철학을 내걸고 '국민을 위해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다' 뭐 이런 게 있으면 국민들은 따라 온다고 본다. 지금 너무 지쳐있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봐라. 일찍부터 차고지 규제를 해야 했다. 자동차 회사를 위해 무분별하게 팔아서 지금 온 동네가 주차 문제로 싸우는 거 아닌가. 이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자동차가 덜 팔리더라도 이런 건 규제를 해서 바꿔야 한다. 나는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보다 훨씬 못하다고 본다. 일부 보수인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개혁적이다.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면 열광하고 지지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사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런데 오히려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보다) 못하고 있다."

- 국회의원들이 너무 노령화 되어 세대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본다. 부탄처럼 연령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부탄은 국왕도 65세가 정년이다. 헌법에 65세로 정해져 있어 물러나야 한다. 우리 정치인들도 연령제한 해야 한다고 본다."

- 우리가 특히 부탄의 어떤 점을 많이 참고했으면 좋겠나.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거 중심으로 말해달라.
"국민총행복지수의 핵심이 뭐냐면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부탄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낙인 찍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표현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도 비정규직들, 빈곤 노인들 등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다. 이제 그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했냐면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경제가 좋아지면 해결될 거야, 일자리 생기고 소득이 올라가면 세금이 늘어날 거고 그러면 사람들 복지도 좀 챙기고 이런 식으로 정책을 펴왔다. 그거 말고 우리도 부탄처럼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서 국가 정책을 펴야한다. 청년 실업문제도 마찬가지고, 육아문제도 너무 심각하다. 이들을 타깃으로 정책을 펴야한다. 물론 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주변적인 일에 불과하다. 여유가 있을 때 생긴 여유만큼 하겠다는 거니까. 이게 부탄과 우리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또 국민의 행복을 고민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행복이라는 게 지역별로 굉장히 다르다.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의 행복이 다 다르다. 지역마다 산업구도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자연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 교육 등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보면 지역마다 다르다. 그래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복이란 걸 놓고 봤을 때, 정말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챙겨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지방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보다 훨씬 지방 분권이 되어야 하고, 주민 자치가 필요하다. 주민 자치가 되어야 사람들이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교육도 노인 문제도 지역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부탄 행복의 비밀> 저자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  <부탄 행복의 비밀> 저자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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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을 알기 전과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 특히 '행복이란 공유하는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점에서는 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 풍요로워졌다. 개인적으로 문화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환경이라는 게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 사물을 보는 게 달라진다. 행복은 공유하고 나눠야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커졌다. 

특히 표현이 중요하다. 참여정부 때 부자에게 세금 더 내게 하는 정책들에 '부자증세'나 '세금폭탄' 같은 표현으로 쓰면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그런 용어 대신 '나눔세'랄지, '행복세'랄지 이런 표현을 쓰면 어떨까 싶다. '당신이 여유가 있으니 좀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너를 오히려 더 행복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거지. 

나도 행복을 연구하기 전에는 당연히 '부자증세'라고 생각했다. 이게 다 이런 연구를 통해 내 생각도 조금씩 바뀐 거다. 좀 더 일찍 행복연구를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행복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행복이 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너무 막연하다. 사는 게 즐거우면 행복한 거 아냐? 그럼 어떻게 살아야지? 하고 계속 질문이 이어져야 하는데 대부분 거기서 끝난다."

- 개인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인간이 쉽게 변하겠나. 허나 아까 이야기했듯 서로 나누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냥 당위적인 논리가 아니다. '(행복을) 나눌 때 네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게 행복이다' 이런 걸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그런 본성이 있다. 그런 선한 본성을 자극하고 키워야 한다."

- 가벼운 질문 하나 하자. 행복 연구 하시면서 일상에서 달라진 게 있나.
"연구원들 칼퇴근 시키는 거?(웃음) 그런데 남자 연구원들은 잘 안 간다. 집에 가면 와이프가 밥도 안 준다고 하고, 오히려 안 좋아한다고 하고... 이상한 나라가 된 거다. 남자가 집에서 밥하고 집안일 하거나 육아를 맡아주는 시스템이면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하니까 그러는 거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바뀌어야 된다. 손학규가 그랬듯 저녁이 있는 삶, 그걸 하나의 중요한 것으로 내세워서 시스템을 고쳐가야 하는 거다. 사람들이 다 그걸 원하고 있다. 집에 가서 일해라, 남자들도. 그런데 오후 9시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뭘 하겠냐고."

끝으로 웬만해서는 믿기 힘든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 부탄의 국정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책에서 뽑아 싣는다.

- '첫눈이 오면 학교나 일터로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낭만을 즐긴다. 모든 공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아이를 낳으면 6개월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고, 아이가 만 두 살이 될 때까지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준다. 전 국토의 70%를 숲으로 보전한다. 고을마다 며칠씩 전통축제가 열린다.' 

- '한국 젊은이들이 멀쩡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이민 계획을 세울 때 부탄 젊은이들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면 자기네 나라로 돌아온다.' 

-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다는 주류 경제학의 명제는 부탄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물질적 욕망을 자제할 줄 알고, 인간의 정신적 사회적 종교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에 비록 입헌군주지만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왕을 중심으로 추진되는(국내총생산보다 국민총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탄의 발전 전략은 사람이 사는 나라를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다. 

- 행복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으면서 사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여할 때 당신 자신의 행복이 증진될 기회가 증대한다. 그리고 그만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 부탄의 초대 민선 총리 지그메 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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