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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 세월호' 과적차량..이윤에 눈멀어 죽음의 질주

성공을 도와주기 2017. 12. 4. 21:57

'도로위 세월호' 과적차량..이윤에 눈멀어 죽음의 질주

이용건 입력 2017.12.04. 17:54 수정 2017.12.04. 19:36

화주·차주 사이 중간알선사 '24시콜' 앱 통해 일감 발주..적재량 숨겨 차익 챙기는 구조
화물차주 "직거래땐 일감 뚝 밥줄 끊기느니 콜 받아서.."
고속도로 하루 100건꼴 적발..표준운임제 도입 시급한데 시장위축 우려에 '지지부진'

◆ 블라인드 대한민국 ⓛ / 무법천지 영동고속道 르포 ◆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많은 양의 화물이 위태롭게 쌓여 있다. [김호영 기자]
인천과 강릉을 오가는 화물트럭을 쉽게 볼 수 있는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일대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기자와 동행한 화물트럭 운전사는 30분 동안 오간 화물트럭 10대 중 4대를 과적차량으로 지목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휴게소 주차장을 빠져나간 화물차 3대 중 한 대는 화물 부피가 차체 높이의 두 배에 달했지만 고속도로 IC(나들목)에 설치된 자동 과적단속 시스템은 오차 범위가 커서인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동행한 트럭 운전사는 "단속이 없는 야간을 이용하는 화물차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단속되는 과적차량은 전체의 10%밖에 안 될 것"이라며 "단속에 걸려 벌금 내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규정을 내세웠다가 미운털 박혀 배를 굶는 게 더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8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창원터널 화물차 폭발사고는 5.5t 유류차량이 7.5t을 적재한 데서 비롯된 참사다. 과적을 할수록 제동 거리가 길어지고 무게 중심은 위로 쏠린다. 창원 사례와 같이 인화성·폭발성 화물이 담긴 과적차량은 곧 시한폭탄이 된다.


기준 적재량보다 많게는 2배 화물을 짊어지고 수백 ㎞를 질주하는 '도로 위의 세월호'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4일 경찰청 교통관리국에 따르면 과적차량 단속건수는 2012년 2463건에서 세월호 사태 당시인 2014년 2만796건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2775건으로 급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과적차량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년 동안 집중 단속을 실시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로법 위반 고속도로 과적차량 고발건수와 단속건수 합계는 3만6812건으로, 하루 평균 100건에 달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치솟았던 단속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실제 과적차량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운송 마진을 높이려는 차주의 욕심과 당국의 부실한 단속이 해상뿐 아니라 육상마저 '블라인드 도로'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선사라는 공범자도 도로의 블라인드화(化)에 가세한다. 주선사는 화물 운송을 발주하는 화주와 화물을 실어나르는 차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법적으로 주선사가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다양한 지역으로 화물을 보내야 하는 화주로선 일일이 운송량과 배송지에 맞는 차주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선사를 찾는다. 모든 과정은 '24시콜'이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진행된다. 차주들도 일감을 따내기 위해 소정의 회비를 지불하고 이 앱을 이용한다.

문제는 일부 주선사가 화주와 차주 간 화물 운송량과 비용 정보를 통제해 화주와 차주의 눈을 멀게 한다는 점이다. 주선사가 개입하는 순간 화주와 차주의 직접적 정보 공유는 차단된다. 주선사가 화주에게 7t 차량급 화물 운송을 발주받은 뒤 실제로는 5t 차량을 찾아 과적을 강제하고 차익을 챙기는 데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이 악용된다. 
        

고객인 화주를 연결해주는 주선사는 차주들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5t 트럭 차주 전 모씨는 "주선사 개입을 피하려고 화주들과 직접 운송건을 상의했다가 '묵비 의무' 위반으로 앱에서 쫓겨나면 아예 콜이 안 들어와 밥줄이 끊긴다"고 토로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과적으로 운임 횟수를 줄이려는 화주의 욕심과 운전자 사이에서 수수료를 떼는 주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 국내 화물운송산업의 구조적 병폐"라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과적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표준운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물차주의 도덕에 호소하지 말고 기본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차주들의 불법 과적 유인을 최소화하자는 얘기다. 차량 종류와 운전 거리에 비례해 최소 운임 기준을 국가가 마련하는 표준운임제는 2009년 법제화 논의 이래 수차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법제화 지연에는 주선사들의 신중론도 한몫한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연합회 관계자는 "표준운임제가 도입되면 화물운송시장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유통구조상 '갑'의 위치인 화주들이 운임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 물류업체 관계자는 "적정한 비용을 주선사나 운송사에 지급하고 있으며 중간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용건 기자 / 이천 = 윤지원 수습기자 / 이진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