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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보다 무서운 '의료기관평가인증'?

성공을 도와주기 2018. 7. 17. 06:29

'태움'보다 무서운 '의료기관평가인증'?

입력 2018.07.17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 의료 질에 대한 종합 점검이란 본래 취지는 유명무실하고 땜질식 평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병원 노동자들은 의료기관평가인증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의 도움으로 확인한 병원 직원들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간호사 이직의 주요 원인 및 ‘속임 인증’으로까지 바라보는 이들까지 있었다.


본지는 보건의료노조가 병원 노동자 5만7303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기관평가인증이 병원 노동자들의 업무를 어떻게 가중시키고 있는지에 살펴봤다.


◇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증평가는 병원 노동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증평가 때문에 휴직이나 이직을 고려해 본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응답자의 54.2%에 달했다.

이중에서도 간호사가 71.5%로 가장 높았으며, 특히 사립대병원이 인증평가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58%).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 기여라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의 본래 취지는 퇴색하고, 되레 인증 준비의 피로감과 간호사 이직률을 높이는 한 원인이 되고 있었다. 설상가상 간호사들은 인증평가 부담을 피하기 위해 평가 일정에 맞춰 출산과 휴직을 집중적으로 하는 경향까지 관측됐다.


과연 인증평가로 인한 업무 과중은 얼마나 되는 걸까. 평가 준비 기간 동안 매일 1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했다는 응답자는 73%로 조사됐다. 30.5%가 1시간~2시간 연장근무를 했고, 3시간 이상씩 추가근무를 했다는 응답자 비율도 21.4%였다. 여기에 휴일 출근 비율도 4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시간외 근무에 대한 별도의 수당이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인증평가가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열악한 병원 노동조건을 한층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 반짝 혹은 속임 인증?

의료기관평가인증은 적정 인력이 유지 및 의료진의 환자 케어 능력에 대한 점검을 위해 시행된다. 병원노동자들은 인증 준비가 고되더라도 인증에 기울인 여러 노력과 평가기간 동안의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면 이러한 수고를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응답자의 58.7%는 평가 이후에 인력이 유지됐냐는 질문에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대답했다. 현재 병원 인력은 인증 기준을 유지 할 수 있는 인력을 만족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증 기간이 끝나면 다시금 인력 부족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 4년마다 치러지는 인증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사위원의 물음에 대비코자 병원 직원들이 각종 규정과 정보들을 암기하는 건 인증 평가가 만들어낸 웃지 못 할 풍경이다. 응답자의 35.5%는 이 점에 가장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인증 기간 동안 조사위원은 간호사 업무 행위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이상씩 현장 간호사에게 가상현실을 제시하고 구두 테스트를 진행한다. 해당 간호사가 맡는 환자들은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방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병원노동자들은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환자 안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각각 49.7점과 45.3점을 매겼다. 모두 긍정적 답변이 절반을 충족하지 못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여러 문제점들을 가진 채 인증평가 3주기가 진행되면 안 된다”며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은 현장에서 인증 받는 노동자들의 고충을 덜고 실질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 위원장은 “인증기준, 조사방법, 조사위원, 인증체계 및 관리체계 등 의료기관평가인증제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는 인증혁신 TF에 참여, 인증 전반에 대한 방법을 논의 중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