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고기 멀리하면 안 돼…섬유질 많이 먹어도 도움"
김남규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대장암은 국내 ‘3대 암’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 종류별 사망률 1위는 폐암(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률 35.1명), 2위는 간암(21.5명)이었으며 3위는 위암을 제치고 대장암(16.5명)이 차지했다. 2001년 대장암 사망률은 10만 명 당 9.5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16.5명으로 73% 증가했다. 환자 수 자체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장암 사망률은 왜 늘어나고, 최근 발병 추세는 어떨까? 다양한 치료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좋을까? 대장암 명의이자,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 교수에게 대장암 알짜 정보를 들었다.
Q. 대장암 환자 수와 사망률이 늘어나고 있는데, 원인은 무엇입니까?
A. 서구화된 식습관과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색육, 가공육,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할수록 대장암 발병 위험은 커집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이러한 음식 섭취가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지방 많은 적색 가공육을 손쉽게 볼 수 있고, 많이 먹습니다. 또한 환자 수가 늘어나는데 비해, 대장암은 증상이 없고 일부 환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부담스러워 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암이 대부분 조기에 잡히는 걸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죠. 대장암 완치율을 보면 1기, 2기는 80~90%고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4기는 19% 정도에 계속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늦게 발견해 전이된 암의 예후는 좋지 않은 편입니다.
Q. 최근 대장암에서는 결장암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A. 대장은 맹장, 충수, 결장, 직장, 항문관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것을 대장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두드러지는 추세가 있습니다. 바로 결장암은 늘고, 직장암은 줄어드는 것이죠.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속 대장암연구회와 국립암센터 국가종양등록센터가 대장암 환자 32만 6712명을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올해 저널 승인을 받았죠. 해당 연구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의 결장암 비율은 49.5%였습니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15년의 결장암 비율은 66.5%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직장암은 같은 기간 동안 50.5%에서 33.6%로 줄었습니다. 이는 서양의 대장암 패턴과 유사한 경향을 보입니다. 이 또한 식습관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직장암에 비해 결장암이 적색육, 가공육, 동물성 지방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Q. 식습관 외에, 대장암 위험 인자는 무엇이 있습니까?
A. 먼저 비만이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남성 42%, 여성 26%는 비만입니다. 과거에는 못 먹어서 문제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혈당을 높이며, 염증성 물질인 아디포카인 분비에 나쁜 영향을 미쳐 대장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또한 ‘마른 비만’도 문제가 됩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대장암 위험이 커집니다. 실제로 세브란스병원 대장암 클리닉을 방문한 대장암 환자 497명과 같은 기간 검진센터를 방문한 건강한 성인 318명을 비교해봤더니, 대장암 환자가 훨씬 내장비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장지방의 양이 증가할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도 높았습니다. 최근에는 장내 세균도 영향을 준다고 밝혀졌습니다. 몸에 사는 세균인 ‘푸소박테리움 뉴클레아툼’은 인체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암 발생을 조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장내 세균은 식습관으로 조절된다고 합니다. 가공육, 적색육, 정제된 탄수화물(밀)을 주로 먹으면 이 세균이 장에 많이 산다고 밝혀졌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가공육이나 적색육을 멀리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그 반대라고 합니다. 결국 식습관이 대장암에선 무척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김남규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Q. 조기검진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대장내시경이나 분변잠혈검사 등에 한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A. 그렇습니다. 먼저 분변잠혈검사(변에 혈액이 섞여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의 한계는 ‘민감도가 낮다’는 겁니다. 40~50% 정도입니다. 대장암이 있어도 변에 혈액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치질 등 다른 질환 때문에 혈액이 보이기도 합니다. 대장내시경은 민감도가 높습니다. 대신에 전날 장 세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과정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숙련되지 않은 의사가 했을 때 천공 등 내시경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45세 이상이라 대장내시경이 부담스럽다면 분변잠혈검사를 먼저 해보는 게 좋다고 봅니다. 또한, 최근에는 민감도가 90% 이상인 새로운 검사법이 개발돼, 허가 받는 중에 있습니다. 대변 속에서 대장암 유전자 조각(바이오마커 SDC2 이용)을 찾는 방법이죠. 곧 부담 없이 정확도 높게 대장암 확인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조기 발견하면 대장암은 완치가 가능합니다. 자연스레 대장암 사망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Q. 이미 대장암이 있다면 어떻게 치료합니까?
A. 1~3기 대장암은 수술이 우선입니다. 과거에는 개복 수술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최소침습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많이 합니다. 70% 이상이 이렇게 수술한다고 보면 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개복 수술에 비해 시야가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하면 작은 카메라로 수술 부위를 촬영하고 이를 큰 모니터로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대장이 위치한 골반 안쪽이 무척 한정된 공간이라,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정교한 수술을 하기 어렵습니다.
Q.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어떤 것이 더 좋나요?
A. 비용면에서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로봇 수술을 추천합니다. 복강경 수술에서는 다른 의사가 카메라를 들고 있지만, 로봇 수술에서는 수술자가 원격으로 카메라를 직접 조절하기 때문에 수술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또한 로봇 팔은 사람 손목처럼 잘 회전합니다.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정교하게 수술하기 편리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수술 후 성기능이나 배뇨기능이 더 잘 회복되고, 보존율도 높다고 합니다. 로봇 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만, 내년이면 암 치료에 있어 로봇 수술이 보험 적용이 될 예정입니다.
Q. 수술 후, 환자들이 잘 모르는 ‘지키면 좋은 생활습관’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A. 적색육이나 가공육이 나쁘다고 하니, 아예 채식주의자로 변해버리는 분이 있습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고루 먹는 게 좋습니다. 지방이 없는 살코기 약간이나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 등은 필수로 먹어야 합니다. 대장암 경험자는 60대 이상이 많은데, 단백질을 제대로 먹지 않아 근력이 떨어지면 사망률도 높아집니다. 모든 고기가 나쁜 게 아니니,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좋습니다. 운동에 소홀한 환자도 많습니다. 운동은 의지 문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을 이겨내고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데 매주 30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활동이나 150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많다면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겠지만, 등에 땀이 나고 옆 사람과 대화하기 힘들 정도의 중강도 운동은 필수입니다. 의사와 운동 상담을 통해 꼭 운동을 하고, 운동 전후로는 스트레칭 등으로 근골격계 부상과 근 위축을 방지해야 합니다.
김남규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다. 전문진료분야는 대장암과 직장암의 최소침습수술이다. 직장암 근치적 수술 방법의 표준화 및 임상해부학, 기능보존 수술, 항문활약근 보존술식 등 기능보존 술식의 연구를 많이 해 왔다. 최근에는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이용, 90% 이상의 정확도로 대장암을 검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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