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스마트 스피커 산업이 글로벌 IT 기업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한국, 일본의 IT 기업이 이미 시장에 진입해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가운데 후발주자 중국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발간한 '중국 스마트 스피커 산업 동향'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 스피커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시장 규모가 고속 성장하고 있으며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BATJ)과 샤오미 등 대형 IT 업체 간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징둥이 2015년 중국 최초로 스마트 스피커 '딩둥'을 출시해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동종 IT 기업을 비롯해 전통 스피커 제조사, 중소기업 등 100여개사가 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 기준 징둥이 시장 점유율 65%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JBL과 필립스 등 전통 스피커 제조사가 각각 20%, 14%로 뒤를 이었다.
이후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 IT 강자가 가세하면서 경쟁 판도는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징둥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38%로 뚝 떨어진 자리를 샤오미 신제품(샤오아이퉁쉐)이 시장 점유율 32%로 대체했다. 알리바바 제품 '톈마오징링 X1'은 출시 2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며 3위로 올라섰다. JBL과 필립스는 각각 9%와 3%로 순식간에 스마트 스피커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급기야 올해 1분기에는 그동안 수위를 달리던 징둥의 시장 점유율이 2%대로 쪼그라든 반면 알리바바 제품이 59%로 1위, 샤오미가 35%로 2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불과 3~4년 사이 상위 기업의 잦은 자리 바뀜이 치열한 경쟁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은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 소비 수준의 업그레이드, 중국 스마트홈 산업의 고속 성장과 맞물려 스마트 스피커 판매량도 고공비행하고 있다. 중상산업연구원(中商産業硏究院)에 따르면 중국 내 스마트 스피커 판매량은 2015년 1만대에 불과했으나 2016년 6만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165만대까지 급증했다. 올해에는 600만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스마트 스피커 산업의 고속 발전은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아마존과 구글 2개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5%까지 달했으나 하반기부터 중국을 포함한 기타 국가의 신제품 출시로 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 중국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점차 상승세다. 올해 1분기 알리바바와 샤오미의 출하량은 각각 110만개, 60만개로 글로벌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김병유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 제품은 기능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미국의 아마존,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의 제품과 격차가 다소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면서 "기술 측면에서 핵심 기술인 음성 인식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스마트 제품과 융합 측면에서 아직 단순 스피커 정도의 역할로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 전자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국에서 스마트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낮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며 "스마트 스피커 발전이 아직 소비 성숙 단계이고 인구 수나 소비 수준의 변화 추이로 볼 때 글로벌 스마트 스피커 산업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이 중점 추진 중인 IoT 핵심 연관 산업인 스마트홈과 융합 응용한 스마트 스피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AI 스피커는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어 스마트홈을 통제 관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다 스마트홈의 보급률이 미국, 일본, 스웨덴 등에서는 높지만 중국은 0.5%에 불과해 스마트홈과 결합한 스피커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 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의 스마트 스피커 산업 생태계와의 협력을 통한 진출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조언이다. 김 지부장은 "완제품보다는 스마트 스피커의 디자인, 핵심 부품 개발,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한 협력 기회를 찾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특히 한국 기업의 강점인 IoT 기술의 비교우위를 활용해 스마트와 연계한 응용 기기와 서비스 개발에 역점을 두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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