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심의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파라소만 한 게 없습니다. 파라소를 활용해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면 열섬 현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노연상 경동원 대표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인공 토양 재료인 ‘파라소’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파라소는 마그마가 지표의 호수나 바다로 흘러들어 급속히 냉각되면서 생긴 암석을 분쇄한 뒤 1,1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과 팽창 등의 가공 작업을 거쳐 얻는 인공토양 재료다.
파라소의 초기 제품인 ‘파라그린’은 도심 녹화를 위해 가로수 등의 토양 개량제로 쓰였다. 1980년대 어린이대공원과 잠실올림픽 경기장 등을 조성할 때도 이 제품이 사용됐다. 최근에는 제2롯데월드타워, 세종시 정부청사의 옥상정원에도 파라소가 사용됐다.
노 대표는 “경동원의 전신인 ‘삼손’이 국내 최초로 기술을 개발해 보급에 성공했다”며 “지금은 건물 도면에서 옥상 녹화가 필요한 곳에 자연스럽게 파라소라고 기재될 정도로 명칭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파라소를 개발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경동원은 독자적으로 얻은 기술을 기반으로, 일본에서 관련 기술을 30여 년간 연구한 조경 전문가 ‘이케가미’ 씨와 손을 잡고 암석을 가공해 얻은 순수 무기소재로만 인공토양을 개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케가미씨의 기술은 당시 일본 시장에서도 반신반의 하는 기술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동원과 기술 제휴를 통해 일반 토양보다 6분의 1 정도 가볍고 통기, 배수성도 뛰어난 파라소를 개발하게 됐다.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통기성은 옥상정원 조성에 쓰이는 인공토양이 꼭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노 대표는 “파라소 출시 이후 점차 옥상 녹화가 늘어나 도시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1997년 아산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고 파라소를 대량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동원은 보일러 제조사 경동나비엔의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단열재와 파라소 등을 생산하는 ‘세라텍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경동원의 지난해 세라텍사업부 매출은 1,546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동원이 최근 파라소를 통한 세라텍사업에 힘을 쏟는 밑바탕에는 ‘기술을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이자’는 경동그룹의 기업 정신이 깔려 있다. 관계사인 경동나비엔이 콘덴싱보일러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 운동을 펼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노 대표는 ”파라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노력해온 경동원의 사업철학이 반영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옥상정원 조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진행한 미세먼지 시민 대 토론회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각 학교 옥상을 정원으로 만드는 제안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1월 산림청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방안으로 도심 내 자투리 공간인 옥상, 벽면 등을 활용한 도시 숲 조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공공기관 등 건물 옥상 185곳을 녹지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경동원은 이미 파라소를 통해 여의도공원의 43배에 달하는 면적을 녹지로 조성했다”며 “에너지 자원 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동원은 최근 파라소를 만드는 세라텍 사업부 외에 유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가정용 가전제품 등을 제어하는 홈네트워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외출 중 보일러를 켜거나 끄고 온도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인터폰, TV 등 가정용 가전제품으로 확대한 것이다.
LG전자, SKT, 에스원 등 통신사ㆍ보안업체와의 연동으로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스마트홈 시스템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노 대표는 “경동원이 개발한 나비엔 ‘홈 IoT’ 시스템을 활용하면 외출 중에도 방범, 난방, 에어컨, 환기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며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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