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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세먼지 주범 찾아라"…국내 첫 관측전용 항공기 뜬다

성공을 도와주기 2019. 3. 1. 22:26

[단독] "미세먼지 주범 찾아라"…국내 첫 관측전용 항공기 뜬다

입력 2019.03.01 17:55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린 1일. 국내 상공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측정해 미세먼지 발생원과 원인을 파악할 대기질 연구용 항공기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국내 첫 미세먼지 전용 측정 항공기로 범부처 미세먼지 국가프로젝트 사업단이 한서대의 20인승 여객기 '비치크래프트 1900D'를 연구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다음달부터 정식 투입돼 국내 대기질을 집중 관측하게 된다.

1일 오전 대만 타이난을 떠난 비치크래프트 1900D는 이날 오후 전남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측정 장비 장착을 위해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캠퍼스 비행장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짙은 운무 때문에 출발이 2일로 연기됐다. 길이 18m, 높이 4.5m에 탑재중량 2.1t으로 국내 연구용 항공기 중 최대 규모다. 관측 장비를 최대 7~8개까지 탑재할 수 있고 최대 6명의 연구자가 탑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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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관측시스템 구축 총괄책임자(PI)인 김종호 한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지상에서 기내에 장비를 설치하고 시스템을 점검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치크래프트 1900D는 앞으로 1년 내내 대기질을 집중 관측하게 된다. 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4~6월에는 기상 관측에 특화된 기상청의 종합 기상 관측용 항공기 '킹 에어 350HW'와 함께 서해상에서 국외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국내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전에도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 대기질을 관측한 적은 있지만 한시적이었거나 매우 제한된 종류의 오염물질을 관측해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항공기를 활용해 대기를 관측하면 바람을 타고 입체적으로 움직이면서 미세먼지 등을 발생시키는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많이 배출되는 이산화황(SO2)과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질소(NO2),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대기오염물질을 비행 중 실시간으로 빨아들여 오염물질 변화를 측정하기 때문에 항공기 위치 정보와 기상 정보 등을 결합하면 오염원별 미세먼지 생성 기여도를 알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기 중에 배출된 오염물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해 미세먼지를 생성하는지, 어떤 오염원이 고농도 미세먼지 주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어떤 오염물질이 어느 고도에서 넘어오는지 등 기존 관측 시스템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미세먼지의 다양한 양상을 파악하고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오염원 근처에서의 실측을 바탕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오염원별 환경규제 이행 여부를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에는 지상관측소에만 의존하다 보니 해당 지점에서의 미세먼지 농도만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위성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상·위성 사이 오염물질 평균 농도와 수평적인 이동 경로만 알 수 있을 뿐 우리가 숨 쉬는 지표면 바로 위에 깔리는 미세먼지층이나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오염물질 분포를 관측하지는 못했다.

비치크래프트 1900D는 지난해 4월 미국 항공업체 글로벌에이비에이션테크놀로지스(GAT) 대만지사로 이송돼 약 10개월간 개조 작업을 거쳤다. 비행 중 대기를 항공기 안쪽 분석 장비로 빨아들이는 흡입구 6개를 항공기 표면에 설치했고, 장비를 탑재할 공간과 발전기 추가 용량을 확보했다. 개조된 항공기는 입국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시험비행을 통과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최종 운용 허가를 받았다.

■ 크로퍼드 NASA 연구원 "대기질 연구, 항공측정이 가장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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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관측은 미세먼지 생성 과정·출처를 파악하고 오염원별 기여도를 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제임스 크로퍼드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1일 매일경제신문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지표면에서 숨을 쉬지만 오염물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는지 파악하는 것은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위해서는 항공 관측이 필수"라며 국내 첫 미세먼지 전용 측정 항공기 '비치크래프트 1900D' 도입을 높이 평가했다.

대기화학자인 크로퍼드 연구원은 2016년 5~6월 당시 한미 양측 연구자 500여 명이 참여한 '한미 공동 대기질 조사(KORUS-AQ)' 총괄책임자로 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을 비롯한 위성과 선박, 지상관측소 등을 총동원해 한국의 대기질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경험이 있다. 크로퍼드 연구원은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곳인 데다 많은 인구가 모여 있어 매우 중요한 관측 지역"이라며 "전국의 발전소나 산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을 주요 지점으로 정해 지속적으로 관측 데이터를 쌓아나간다면 한국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을 밝히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항공 관측은 지상 관측소와 위성 관측이 잡지 못하는 부분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대기 질을 보다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안 =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