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부족해 서러운 지방 시민들
김유신 입력 2018.11.25. 18:09 수정 2018.11.25. 20:24
"휴식·운동공간 태부족"
광양시민 조깅 하려면
1시간 걸려 여수·순천갈 판
"시민 복지위해 확충 필요"
시민들에게 휴식과 운동,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도시공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인구 중 절반이 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방 소외 정도가 심해 삶의 질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에 녹지가 많다고 해도 공원처럼 관리된 공간이 아니라 여가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의 '전국 시도별 공원 현황'에 따르면 도시공원 면적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전체 공원 면적의 49%를 차지했다. 반면 제주, 광주, 강원, 울산 등 지방은 빈약했다. 공원 면적이 가장 넓은 경기도(110㎢)와 가장 좁은 제주도(3.2㎢)는 약 34배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가 제주도의 5.5배 면적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격차가 큰 셈이다. 도시공원은 도시지역에서 시민의 건강과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공간으로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역사·문화공원, 수변공원, 체육공원 등이 해당된다.
전남 광양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정 모씨(31)는 "광양은 자연환경은 잘 보존돼 있지만 관리된 공원이 부족해 운동이나 산책할 장소를 찾기 쉽지 않다"며 "서울에서 내려와 근무하는 직원들은 공원을 가고 싶을 때 1시간을 달려 여수나 순천으로 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생활환경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공원 면적이 10㎡ 증가하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3명 정도 감소한다. 충분한 녹지와 공원 면적이 주어지면 신체활동과 사회적 접촉을 활발하게 해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나아가 자살률까지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도시공원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도시 개발 주목도에 있어 지방보다 수도권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민간 부문 모두 서울·경기에 투자하고 싶어한다"며 "다양한 개발 사업이 수도권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공원 면적이 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의 영향도 크다. 공원을 만들기 위해선 시도청과 자치구별로 예산을 확보해 도시 개발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지방은 공원을 조성할 터는 갖췄지만 도시개발 사업이 더디게 진행돼 공원 확충이 더 어렵다. 전국 시도 가운데 공원 면적이 가장 적은 제주도는 도시구역 지정이 미진해 공원 개발도 함께 늦춰지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먼저 사업계획상 도시구역으로 지정한 후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데 아직 관련 진행사항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되는 '공원일몰제'도 난관이다. 공원일몰제는 지자체가 토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한 후 20년이 넘도록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 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로, 개인의 토지 사유재산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 미집행된 전국 도시계획시설(805㎢) 중 공원이 403.9㎢로 전체의 50%에 달했다. 현재 확충된 예비 도시공원 면적 중 절반가량이 사라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차원에서 수도권 외 지방도 적절한 공원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방 도시의 공원 접근성을 높여주는 게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도시행정학)는 "공원은 사회적으로 잘살든, 못살든 모두에게 공평하게 허용된 공간"이라며 "재건축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공원이 부족한 지역에 투자하거나 민간자본을 유치해 기부채납을 받는 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공원 면적 격차는 우리 사회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사회가 장기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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