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 ||||||
[경제와 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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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전 대우증권 최고경영자 <수축사회> 홍성국 지음 | 메디치 펴냄 | 1만8천원 혹시 ‘인간사료’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인간사료는 건빵과 같은 대용량 과자류로 무척 싸다. 1㎏에 5천~8천원 수준인데 가난한 1인가구 취업준비생이 많이 사간다고 한다. 네이버 쇼핑에서 인간사료를 검색하면 1만3천여 개 상품이 나온다. 반면 정관장 상표로 판매되는 반려견용 피부미용 치료제는 6년근 홍삼이 함유돼 60g에 2만2천원이나 한다.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가 13만원이나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6년 촛불혁명 당시 유행한 구호가 “이게 나라냐?”였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을 빗댄 말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떠나 한국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도 별반 차이는 없다. 2017년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나 경제적 이유로 외국이나 국내 다른 지역으로 피란한 난민은 6850만 명으로, 전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이 난민인 시대가 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미래가 항상 밝고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왔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이 시간이 지나면 삶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래가 암울하고 불확실해졌다. 전세계적으로 기술과 경제 이권을 둘러싼 싸움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종교와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전쟁 직전의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전문가들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문구를 즐겨 쓴다. 전문가뿐 아니라 보통 사람도 이미 주어진 기초 환경을 기반으로 미래를 살핀다. 이런 식의 예측은 과거에도 잘 맞지 않았지만 21세기 들어 적중률이 더 낮아지고 있다. 아예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 이유는 분석 기초가 되는 조건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세계가 ‘수축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제로섬(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해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투쟁을 원인으로 본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후 세상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팽창 요인이 반대로 파이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공급과잉,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 등으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권력과 부의 양극화를 가져왔다. 지금 모든 국가에선 역사상 가장 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한 저항도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상대방의 파이를 빼앗기 위한 ‘너 죽고 나 살자’식 제로섬사회가 보편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노란조끼’ 시위, 한국의 유치원 갈등, 미-중 주요 2개국(G2) 패권 대결도 결국 줄어드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제로섬게임으로 해석된다. 서로에게 적(敵)이 되고 있다. 경제로만 범위를 한정해보면 자동차, 조선, 자영업 등은 이미 수축사회형 산업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영역은 팽창사회형 산업이다. 대부분 산업은 수축사회를 앞두고 제로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기초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제로섬 전투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 제로섬사회 이후에 올 끔찍한 수축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살아가는 방식도 완전히 전환돼야 한다. 수축사회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원론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안에서 법치·질서·자선·상호부조 같은 도덕적 측면의 사회 기반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양극화나 다양한 갈등을 사회가 스스로 치유한다. 사회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사회문화 수준을 높이는 원론적인 해법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보다는 한방(韓方)적 처방으로 사회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지금 세계는 과거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최근 벌어지는 모든 갈등과 변화는 수축사회에 진입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당장의 갈등보다 좀더 멀리 그리고 깊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위기 속에서도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터전에 수축사회를 전제로 한 거대한 전환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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