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미래학자로 알려진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현 혜안 리서치 대표)이 '수축 사회'란 책을 냈다. 홍 대표는 이 책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 등 사회 모든 영역이 수축되는 현상을 '수축 사회'로 명명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높아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와 양극화가 겹치면서 성장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라고 설명한다. 홍 대표는 "이제까지 알던 방법은 버리고 과거의 전문가도 믿지 말라"라며 "문제의 본질을 알고 접근해야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스며들 수 있다"라고 말한다.
매경 LUXMEN 안재형, 류준희 기자가 훙성국 대표를 만나 나눈 대담 내용입니다.
앞으로의 이데올로기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생존
Q.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A. CEO 그만두고 정신없이 살고 있어요. 책은 작년에 한 권, 최근에 한 권 냈고, 전경련에서 '리더의 경제'라고 중소기업 CEO들에게 거시적인 흐름을 알려주는 과정을 맡아서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기업에 강의도 다니고... 회사 잘린 후배들 위로하면서 술도 사주고.(웃음) 아, 야간 대학원에도 다니고 있어요.
Q. 대학원이요? 어떤 공부를 하십니까?
A. 사회생활하다 보니 웬만하면 학위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의 경영은 비교적 잘 알고 있는데, 행정은 공공부문의 경영학이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Q. 공공부문 경영이라면
A. 취직? 불러주면 어디든 가야죠. 백수가 못할 게 어디 있나요.(웃음) 현 상황이 그렇잖아요. 책에도 쓰긴 했는데, 앞으로의 이데올로기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생존입니다. 공직자나 정치인들을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먹고사는 게 문제인데 당신들은 상위 1%라서 그걸 모른다고. 99%의 얘길 들을 줄 알아야죠.
Q.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떠오르는데요.
A. 그렇죠. 그러면서 마크롱 얘길 합니다.(웃음) 그가 가져온 게 바로 #생존 이데올로기에요. 좌건 우건 그게 문제가 아닌데 이 사람이 경험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소통을 못하고 밀어붙이기만 합니다. 노련한 경영자나 정책담당자들을 거의 배제하고 일방주의로 가다 보니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거죠. 아무리 좋은 정책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에 설득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이 부족한 거예요.
Q.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A. 똑같은 얘기죠. 방향성을 정하는 게 이데올로기인데, 그 방향성을 실행하는 데서 차이가 나는 겁니다. 보수는 세상이 변한 걸 몰라서 문제고, 진보는 변한 걸 알지만 실행하는 방식이 약한 게 큰 문제에요.
Q.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A. 중요한 건 정부의 정책이 이젠 썩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제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는데 그건 턱도 없는 소리에요. 지난번 국정감사를 보니 백종원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는데, 그분 조언 들어서 장사가 잘 되면 옆에 있는 집들은 다 문 닫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손님 수가 한계에 이르고 있잖아요.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소비가 제한적이니 한 집이 잘되면 다른 집은 문 닫아야죠. #제로섬이에요. 요즘엔 닭 가슴살 같은 가정간편식도 껑충 성장했는데, 집으로 배달까지 해주니 굳이 호프집에 갈 일이 없어요. 호프집 장사가 안되는 이유 중의 하나에요. 사실 호프집 사장님은 장사가 잘 돼서 시간당 1만 원씩 주고 사람을 고용하고 싶어 합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거예요. 본질을 잘못 보고 있는 거죠.
Q. 그럼 문제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A.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3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기사가 나왔던데, 외양간이 아니죠. 이건 이미 끝난 산업입니다. 전기차를 비롯해 친환경차로 넘어가고 있잖아요. 예전 미국 차는 튼튼하긴 하지만 연비가 나쁘다고들 했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 4차산업혁명이 반영되면서 변하고 있어요. 현재의 문제는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20여 년 전부터 쌓여온 겁니다.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걸 자꾸 정치 논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본질을 보지 않는 거죠. 집단 치매에요. 이런 시점에는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선도적으로 리드하고 따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린 1960년부터 경제개발을 시작했는데, 그간 살아온 방식과 지금의 변화가 너무 다르거든. 과거에 함몰돼 있다 보니 제대로 준비를 못 한 거죠. 한국경제 왜 안 되냐? 한국의 소재 산업재. 소재는 철강, 화학, 정유. 산업재는 기계, 조선, 건설, 운송인데, 7개 산업이 한국경제의 40%에요. 여기에 IT, 자동차를 더하면 68%나 됩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어요. 이 9개 산업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입니다. 예전과 다른 것 중 하나는 중국이죠. 지금껏 중국이 없는 상태에서 발전해 왔는데, 10년 만에 중국이 이 9대 산업을 거의 다 따라왔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여기서 찾아야죠.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잘못됐어요. 그걸 알리고 싶어서 '수축사회'를 냈습니다.
Q.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A.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전 세계는 인구와 생산물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파이가 증가하는 팽창 사회였습니다. 이젠 인구 감소와 공급과잉,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 부의 양극화가 더해지면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수축 사회로 접어들었어요. 늦어도 5년 이내에 수축 사회가 본격화되고 50년 이상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수축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면.
A. 주거불안, 노후 불안, 안전 불안, 교육 불안... 참 불안한 것들이 많은데, 남의 탓으로 돌리지만 말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인정하고 제대로 잘 알아야죠. 상위 1%끼리 만나서 뭔가 될 거라는 생각으론 앞이 보이지 않아요. 나머지 99%를 무시한다면 될 것도 안 된다는 거죠.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르네상스 이후에 태동했던 역사가 지금 바뀌고 있어요. 경제를 경제로만 보면 안 됩니다. 경제는 기업, 복지, 금융, 가계도 있지만 교육, 사회, 정치, 문화와도 관련이 있거든요. 일례로 4차 산업혁명이 왜 어렵냐? 지금 한국의 예체능계가 14%에요. 이공계가 40%가 안 돼요. 제가 학교 다닐 땐 이공계가 70%였어요. 10개 반 중 7개 반이 공대를 준비하고 3개 반이 문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공대를 가지 않아요. 그렇게 이미 20년이 흘렀습니다. 그냥 오다 보니 이렇게 된 거예요.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만들어가야죠. 유치원 3법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새롭게 떠오른 선망의 직업이 유튜버나 아이돌이에요. 정신 차려야 합니다.
장기투자? 그런 시대는 지났다.
한국의 2019년 경기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전 세계 주요국이 모두 부채가 많으니 수출이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이미 3년 전부터 미국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어요. 금리가 오르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수출도 나빠질 수밖에 없죠. 내수는 정부가 막아줘서 정체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지금 하강 국면이에요. 내년 경기가 어려운 건 자명합니다. 특히 중국을 주시해야 해요. 2008년에서 2018년 사이에 중국의 기업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 한국보다 더 위험한 상황입니다. 금리가 더 오르면 도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주시해야 합니다.
Q. 역시 금리가 중요한 지표군요.
A. 돈의 가격이 금리인데, 장기금리는 경기의 방향성을 나타냅니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주가가 아니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보내는 신호를 읽어야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많은 돈을 풀었어요. 역사적으로 부채가 많은 상황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에 충격이 옵니다. 2018년 초에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대로 급등하자 주식 시장이 요동쳤잖아요. 최근 세계 주식 시장 약세도 같은 원인입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3%대 금리를 견딜 수 있는지 아닌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에요.
Q. 글로벌 위기를 논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A. 미국이 금리를 올리곤 있지만 아직은 낮은 상태에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4~5%까지 올라가면 위험할 수 있지만 지금 수준에서 안정이 되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Q. 이런 시기에는 어떻게 재테크에 나서야 하는 겁니까.
A. 금리를 항상 주시해야 하고 목표수익률을 낮게 가져야죠. 예상한 수익률이 나오면 바로 빠져나와야 합니다. 투자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현금 비중은 늘리고 위험자산은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좋은 주식은 사서 대를 물려라? 장기투자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Q. 상위 계층의 자산관리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요.
A. 상위 10%의 입장에선 굉장히 투명해야죠. 불법적이고 이상한 행동? 그런 건 이제 없는 겁니다. 4차 산업혁명 덕분에 잘못은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에요. 또 하나,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양극화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일 만큼 파이가 작아진 사회에서 부자가 너무 많이 가져가고 있어요. 나눠야죠. 전 그걸 #사회적 자본이라고 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법치가 통용되고 내부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자선도 이뤄지고 사회적 신뢰가 존재하는 세상. 우린 그런 게 없이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다 갑자기 수축 사회가 되고 나니 서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독점은 버려야죠. 대기업들이 한 분야를 5% 이상 독점하게 되면 망가지게 마련입니다. FFANG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과거보다 부자들이 사회에 훨씬 많은 기여를 해야 합니다.
이 글은 매경 LUXMEN에 실린 기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불확실한 시대에 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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