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마케팅과 과학의 만남

성공을 도와주기 2019. 6. 14. 09:51

1. 마케팅과 과학의 만남①

앞으로 4회에 걸쳐 빅데이터 마케팅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마케팅에 데이터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부터 데이터 분석의 핵심인 모델링, AB 테스트 및 웹사이트 최적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이번 회에서는 빅데이터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마케팅 활동 성과, 정량적 입증 가능할까?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내가 한 일의 성과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란 문제일 것이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조직은 본질적으로 코스트 센터다. 돈을 쓰는 것이 맡은 일이다. ‘쓴다’란 표현보다 ‘태운다’란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아웃풋 없이 돈을 계속해서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활동이라고 하면 흔히 대중매체를 이용한 광고를 떠올린다. TV나 신문광고 같은 전통적인 매체부터 시작해서 지하철이나 버스같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광고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전문가의 이미지는 대개 이런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력을(특히 경쟁 제품과 비교해서) 철저하게 분석한다. 그런 다음 해당 제품이 가진 장점이나 매력을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매체들을 찾아 예산이나 시간 같은 정해진 제약조건 하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처럼 전통적인 마케팅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특히 답답한 부분이 성과의 객관적인 측정에 관한 부분이다.

마케팅에 거액의 예산을 집행했다고 치자. 마케팅 활동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아니면 헛돈을 썼는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것은 대부분 비즈니스 자체의 성패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매출과 수익이 뚜렷하게 늘어나면 마케팅이 잘 된 것으로 보고, 거꾸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면 마케팅이 잘 안 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방법은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비즈니스는 마케팅 하나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마케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품 기획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니면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제품이 좋으면 마케팅이 형편없어도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수입 자동차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영업사원이 가만히 있어도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반면, 대중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놓지 못한 다른 브랜드들은 자동차 한 대 팔려면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한다. 마케팅 또한 마찬가지다. 코카콜라 같은 제품은 마케팅 캠페인을 안 해도 알아서 잘 팔린다. 반면에 마케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시장에 나왔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제품도 많다.

결국, 비즈니스가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기준으로
마케팅 활동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실제로 회사 비즈니스가 잘 되면 여러 조직에서 서로 자기네들이 잘 했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반대로 비즈니스가 뜻대로 안 되면 서로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기 바쁘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험과 주관에 기반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딱 봐서 그럴 듯하게’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으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마케팅 메시지를 알기 쉽고 멋지게 뽑아냈다든지, 캠페인 자체가 참신해서 언론에서 많이 회자됐다든지 하면 마케팅을 잘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대부분 마케팅 캠페인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성공이나 실패로 결론 나지도 않는다. 마케팅 캠페인을 해도 매 감소하는 경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우는 드물다. 실무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거시적으로는 마케팅을 하나 안 하나 똑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회사에서 경영진들이 바라보는 숫자는 대개 탑 다운 형태다.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회사의 전체 매출이며, 거기서부터 탑 다운 형태로 2~3 레벨 정도 내려가는 정도가 고작이다. 가령 사업부가 여러 개 있거나 상품이 여러 개 있는 경우, 사업부나 상품별로 매출을 보는 식이다. 상품이나 사업의 가짓수가 열 개를 넘으면 머리가 아파지고 관리가 힘들어지므로 그 성격에 따라 몇 개 덩어리로 묶어서 열 개 미만으로 만들어 각각의 책임자를 두고 관리한다. 좀 열심히 본다고 하는 CEO가 거기서 한 레벨 정도 더 내려가서 현업 책임자를 푸시하는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정도다. 가령 “당신 조직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잖아. 똑바로 못 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서 과연 이 CEO가 바라보고 있는 숫자를 바꿀 수 있을까? 경영진 회의에서 “이번에 저희가 진행한 마케팅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저희 사업부의 매출이 전년대비 00% 증가했습니다”라고 현업 책임자가 이야기했을 때 CEO를 포함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나 자주 있는 일일까?

마케팅 담당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쉽지 않다.

마케팅 담당자 혼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에 영향을 미친 외부 요인들도 있고, 제품의 품질 자체가 개선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순수하게 마케팅의 힘만으로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때는 몇 년째 매출이 지지부진하던 사업에서, 내·외부적으로 별다른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해 매출이 급상승했을 때다.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피드백이 없는 것이다. 잘 했으면 잘 했다는 칭찬이 들려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는지 정확하게 피드백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마케팅 담당자는 이러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다. 스스로도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란 자괴감에 빠져, 타성에 젖어 시키는 일이니까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직 차원에서도, 개인의 발전 측면에서도 손해다.

좀 더 다르게 일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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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 비즈니스의 세계

내 첫 직장은 인터넷 게임 포털을 운영하는 회사였다. 인터넷 기반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 NC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나 아이온, 혹은 블리자드의 와우 같은 MMORPG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런데 이 회사는 게임 포털 치고 좀 독특한 구조다.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당시 이 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온라인 고스톱과 포커에서 나왔다. 사정을 잘 몰랐을 때는 게임 자체가 몹시 고리타분해 보였다. ‘요즘 재미있는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대체 누가 이런 게임을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니 이 비즈니스는 생각보다 훨씬 벌이가 좋은, 알토란 같은 비즈니스였다.

필자와 같은 젊은 층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도박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온라인 고스톱과 포커는 별로 할 이유가 없는 게임이다. 더 재미있는 게임들이 속속 만들어져 시장에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니 연배가 조금 있는 중년 남성층이 있었다. 40대 이상 중년 남성의 입장에서 요즘 나오는 게임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지나치게 빠르고 화려해서 어질어질하고 배우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 연령대는 대부분 요즘 새로 나오는 게임은 즐기지 못한다. 원래 오프라인에서 하던 게임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에 눈길을 둔다. 이를테면 바둑이나 고스톱, 포커와 같은 게임이다. 규칙을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새로 배울 필요가 없다. 결국, 40대 이상의 연령대의 게임 사용자는 이와 같은 게임으로 몰려들게 된다.

그중에서도 바둑은 유료화 모델을 만들기 어렵지만, 고스톱이나 포커는 사용자가 돈을 쓰게 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 원래 오프라인에서 할 때도 조금씩이라도 돈을 걸고 하던 게임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돈을 지불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게다가 연령대가 높은 만큼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비교적 적다. 뿐만 아니다. 다른 게임들은 게임을 한 번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업데이트 해야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피처와 콘텐츠를 만들어서
게임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역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MMORPG는 새로운 지역을 추가로 만든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작업에는 게임을 새로 만드는 것 못지않게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하지만 고스톱이나 포커는 게임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데이트의 필요성이 훨씬 낮다. 게임 비즈니스는 변동비가 거의 없는 비즈니스다. 한 번 개발해놓으면 사용자 100명이 접속하든 100만 명이 접속하든 비용에 별 차이가 없다. 게임 비즈니스는 비용 대부분이 개발비 내지는 제작비인데, 고스톱이나 포커는 이조차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한 마디로 비용을 거의 안 들이면서 돈은 무한정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숨은 알짜 사업이다.

이 회사는 당시 고스톱과 포커 게임을 합쳐 월 매출 100억 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했다. 인원도 많이 늘리고 예산도 제법 실질적인 수준으로 배정했다. ‘돈 쓸 테면 써라. 지원은 충분히 해 줄 테니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해라’는 것이 회사의 태도였다. 당시 나는 사회초년생에 불과했다. 일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 포지션이 아니고, 한 파트를 맡아 담당하면서 선배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위치였다. 이러한 비즈니스에서는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까?

40대 이상 중년 남성들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게임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테면 바둑이나 고스톱, 포커와 같은 게임이다.

탐색전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을 보니 그 자체로는 달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캠페인 전체를 책임지고 진행할만한 인력이 없어 경험 많은 마케팅 대행사를 끼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수억 단위의 예산을 배정하고 마케팅 대행사 세 곳 정도에서 제안을 받아 경쟁 PT를 붙인다. PT를 가장 잘 한 업체를 파트너로 선정해 구체적인 캠페인을 함께 기획한다. 선정된 파트너가 주도적으로 제한된 예산안 내에서 캠페인을 기획하고 이쪽에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조금씩 개입하면서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게 했다. 캠페인은 콘셉트 자체도 별반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루에 60번 이상씩 고스톱 게임을 하고 출석 도장 받아가세요. 이벤트 기간 중 출석 도장을 몇 회 이상 받아가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드립니다’란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를 당시 인터넷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광고 매체였던 배너 광고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이 정도의 이벤트 프로모션은 별반 대단할 것 없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억 소리 나는 돈을 쓴 것만큼의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 때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KPI로 잡은 성과 지표는 순방문자 수와 체류 시간이었다. 순방문자 수는 접속해서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한 아이디가 하루에 몇 개냐는 것이고, 체류 시간은 사이트에 실제로 머문 시간(사용자별로 고스톱 게임을 몇 번이나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이다.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출석 이벤트를 진행했으므로 당연히 사용자 방문 횟수는 늘어나야 했다. 게임 판수가 60판 이상이어야 응모 가능하므로 60판을 채우기 위해 게임을 하는 사용자가 증가할 것이므로 체류 시간 역시 증가해야 했다. 논리적으로는 그랬다.

과연 이 논리대로 프로모션이 작동해 KPI를 개선했을까?

당시 나는 고스톱 비즈니스의 지표를 모니터링, 분석했다. 캠페인 론칭 이후 지표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봤다. 결론적으로 순방문자 숫자도, 체류 시간도 모두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체류 시간에서 게임 60판을 채운 사람 숫자가 급속히 증가한 것은 눈에 띄었다. 체류 시간 분포를 보면 보통 판수가 늘어날수록 사용자 숫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같은 날 60판을 한 사람의 숫자는 59판을 한 사람의 숫자보다 통상적으로 작은 것이다. 그런데 이벤트를 진행하자 60판을 한 사람의 숫자가 59판을 한 사람의 숫자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반면 61판을 한 사람의 숫자는 다시 대폭 감소해서 59판을 한 사람의 숫자보다 작았다. 사용자들이 이벤트를 인식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이벤트가 아니었으면 50판 정도만 하고 게임을 끝내려 했던 사용자들이 60판을 채웠을까? 그러나 어쨌든 전체 평균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 마케팅 캠페인은 실패한 것으로 봐야할까?

이 회사에서는 당시 이미 이벤트를 통해 유입된 사용자는 별도의 태그를 붙여 관리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배너 광고 클릭을 통해 고스톱 게임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회사의 DB에는 ‘문석현은 2014년 9월 10일 네이버 메인 페이지 배너 광고를 통해 유입, 고스톱 게임을 하고 이벤트에 응모했음’이란 형식으로 기록이 남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서 사이트에 접근할 때 브라우저 내부적으로 ‘쿠키’란 것이 생성된다. 쿠키는 사이트에서 사용자 컴퓨터에 설치하는 짤막한 텍스트 정보인데, 이 쿠키를 이용하면 유입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사용자가 광고 배너를 클릭해서 사이트에 유입될 때 쿠키에 어디서 유입됐는지를 기록했다가 나중에 사용자가 회원가입, 게임 시작을 하거나 결제할 때 쿠키에 기록된 정보를 이용해 ‘이 사용자는 어느 배너를 타고 유입됐다’고 DB에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 정도의 기록 관리는 약간의 경험과 상식이 있는 웹 개발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늘날에는 웹사이트 배너광고보다는 모바일 광고가 훨씬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는데, 비슷한 방식으로 광고를 통한 앱 인스톨이나 앱 실행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외부 광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이때 고스톱 게임 서비스의 하루 평균 순방문자 수는 약 60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배너 광고 클릭으로 유입돼 게임을 한 사용자들의 숫자는 하루 수백 명 수준에 불과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순방문자 수백 명이란 숫자는 아무 일 안 하고 가만히 놔 둬도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수치다. 그러니 마케팅 캠페인을 열심히 벌였어도 도통 성과가 안 보였던 것이다.

<1.마케팅과 과학의 만남②>로 이어집니다.